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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Jan 03. 2022

<중력> -2부-  

하이퍼 리얼리즘 판타지 단편 소설



땅 밑으로 3,000km 정도 삽질을 하니, 열기가 한겨울 영하 40도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헌팅 포차 앞에서 한 여름밤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은 복장을 하고 줄을 50m 정도 늘어 서 있는 토요일 밤 (청춘남녀들)의 열기만큼 뜨거웠다.

 

마지막 삽질을 하자, 삽이 사르르 녹으며 뜨거운 당근주스 같은 마그마 국물이 차 올랐다.

 





주머니에서 비눗방울을 꺼내 불어 '버블 헤르메스 82호'를 만들었다.

비눗물에 흑설탕을 넣었더니 점성이 강해지고 뜨거운 열과 빛을 차단하는 썬그래스 효과가 생겨 안전하게 하강할 수 있었다.

 


"이곳이 지구의 외핵이구나!

아름다워.

당근 노을빛 수족관 같아."

 

"어랏! 방금 뭔가 움직인 것 같은데..."

 

주홍빛이 너무 눈부셔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배낭에서 꺼낸 썬그라스를 얼른 끼고 당근노을 수족관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가리비 같은 것이 열리더니,

반짝이며 빛나는 아리따운 소녀 같은 형상을 한 그 무언가가 다가와서 내 주위를 헤엄쳤다.

 

"너도 신기하겠지만, 나도 신기하다구..."

 

"내가 조금 잘 생기고, 매력적인 건 알아."

 

"하지만 제발 내 곁에 다가오지는 마!

비눗방울은 감수성이 여려서 거칠게 터치하면 터져 버린다구..."

 

"당근노을 매운탕 국물 육수거리가 되기엔 난 아직 젊은 나이라구!"

 

가리비 노을 소녀는 당황한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물처럼 부서졌다가 다시 생겨나며 계속 내 주위를 맴돌았다.

 

"킁킁"

가노소(가리비노을소녀)는 비누방울의 흑설탕 냄새를 맡고야 말았다.

 

"오 마이 갓, 안돼! 저리 가!"

 

가노소는 까르르 웃으며 870도 백 스핀을 돌다가 설탕을 맛보려 비눗방울에 입술을 대었다.

 

"안 돼! 비눗방울에 구멍이 나버리면 큰일이라구!"

 

캡틴락은 구멍을 막기 위해 거품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입술을 갖다 데었다.

 

가노소는 재미있었는지 여기저기 입술을 갖다 대었다.

 

마치 어린아이 장난스런 키스처럼...

 

게임에서 지기 싫어하는 캡틴락은 입술로 입술을 부드럽게 다 막아 내었다.

 

참고로 이것은 연애 소설이 아니라,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액션 활극 판타지 소설임을 밝혀 둔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가노소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더니 가리비 속으로 숨어 버렸다.

 

아마도 흑설탕이 너무 달콤했던 것 같다.

 

 

그녀가 사라지자 당근 노을빛도 희미해져 갔다.

뜨거운 용암으로 이루어진 외핵을 지나 우주에서 바라본 성층권처럼 푸른 하늘을 버블 헤르메스82는 유유히 아래로 비행했다.

 

"안녕 가노소. 언젠가 노을을 보면 가리비가 생각날 거야!"

 

 

 

드디어 지구 땅 밑 5,000km에 도착할 즈음.

 

"여기서부터가 내핵이겠군!"이라고 말 한 순간.

 

 

갑자기 내 멱살을 잡고 끌어 당기듯 엄청난 중력 가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https://youtu.be/Z98sjvE_u4c

 

                                 -'중력'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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