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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Jan 02. 2022

<중력> -1부-

하이퍼 리얼리즘 판타지 단편 소설


2021년 12월 7일 새벽

가볍게? 술을 한잔 걸친 후, 집에 들어가려고

택시를 잡다가 발이 접질려서 넘어졌다.

덕분에 반깁스를 며칠 동안 하게 되었고, 그 생생했던 며칠간의 일들을 추억으로 기록해 둔다.



요즘 들어 자주 넘어지거나 비틀거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내가 자주 넘어지는 원인은 '중력' 때문이었다.




 나는 중력과 한판 붙기로 했다.


비만 오면 온몸이 쑤시고,

허구한 날 어깨 뭉치고,

PT 받을 때 바벨이 무겁게 느껴졌던 것도 다

'중력' 때문이었다.


 

"치사하게 저 밑바닥에 숨어서,

나를 자꾸 잡아당기면서 엿을 맥이셨겠다."


 

비가 오길 기다렸다가,

땅이 연해진 찬스를 놓치지 않고

미친 듯이 삽질을 시작했다.



 

준비물: 삽, 랜턴, 캔맥주, 선글라스, 만화책, 지우개, 스프링, 수영복, 물안경, 평양냉면, 마스크 팩, 크레파스, 풍선...


 

1,000Km 정도 파고 내려와서 온천수를 발견해서 만화책을 보며 반신욕으로 땀을 시원하게 뺀 후, 마스크 팩을 한 후 개운하게 평양냉면을 먹었다.


다음엔 폼롤러도 가져와야지.

 


2,000km 정도 내려왔더니 또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초록 푸르스름한 우주 같은 공간에 형광빛 광물들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와 예쁘다. 이거 집에 가져가서 무드등으로 써야지." 하고 손을 대려는 순간.


 

"어허, 어디서 코쵸코쵸 보석을 훔쳐 가려고 하느냐! 이 도둑놈 새끼야!"



어둠을 걸친 푸른빛을 내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오호라!

네놈이 요즘 계속 나를 넘어뜨렸던 '중력'이냐?"



"음하하, 나는 지구의 지탱하고 있는 '지구력'이다.

'중력'은 훨씬 깊은 곳 저 아래 있다.

이 코쵸코쵸 보석의 푸른빛으로 인해 지구의 풀과 나무들이 초록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음, 중력이 제우스 정도 된다면, 지구력은 데메테르 정도 되는 레벨인가 보군!’



"시끄럽다. 난 지금 '중력'과 담판을 지으러 가야 해.

그리고 나보고 도둑놈 새끼냐니?

무엄하도다. 난 땅 위에서도 세금 꼬박꼬박 내고, 외상도 잘 안 하는 사람이다.

뭐 땅 밑에 있는 돌덩이 하나 추억으로 가져간다고 도둑놈 새끼냐고?"


 

"어허. 이놈.

난 지구의 초록을 지켜주는 코쵸코쵸 보석을 지키는 수호신이란 말이다.

이 평화로운 땅에 45억 년 만에 보석을 훔치려는 자는 네가 처음이다"


 

"허허! 엽록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날 보고 도둑놈 새끼라고 부르는 무례한 새끼는 나도 45년 만에 처음이다.

잔말 말고 정체를 드러내라!

'(지)구력'."


 

어둠의 망토를 벗어 던지자

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 푸른 진줏빛 소녀의 형상이 나타났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유리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깨지면 슬픈 소리들이 울릴 것만 같았다.


 

"뭐지. 방금까지 남자의 목소리 아니었나?"


 

"난 상대방의 약점을 간파하여,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로 변신하지.

넌 절대로 아리따운 소녀를 공격할 수 없어."


 

"자자, 일단 45억 년 동안 수호하느라고 고생했을 텐데, 잠시 싸움은 접어두고 한잔 허자고,,,

캔맥주도 가져왔어.

'구력', 나이도 많이 먹었겠고만 무슨 싸움질이야!

자자, 서로 오해 풀고 한잔하자고,,,"


 

어둡고 반짝이는 푸른 밤

둘은 가볍고 깊은 대화를 이어 갔다.

갑자기 코쵸코쵸 보석들에서 오르골 소리 같은 속삭이듯 예쁜 멜로디들이 울려 퍼졌다.



둘 다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이처럼 깔깔거리며 웃어 댔다.

취기가 오르자 구력은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구력은 성별은 없지만 왠지 이제 알 것만도 같다고 했다.



"땅 위의 호흡은 어떤가요?"라고 말하며,

푸른 구력의 파르르 떨리는 살짝 붉어진 입술이 나의 입술에 잠깐(영원처럼)동안 스쳐 갔다.


 

"당신은 부드러운 푸른 안개인가?

달콤한 듯 왠지 슬픈 맛이 느껴져... 뭐지 이 몽롱함은..."



"미안해요. 당신이 느껴지는 그 슬픈 맛은......"


 

"바로 '청산가리 키스'....

나의 푸른 입술에 청산가리 립스틱을 미리 발라 두었지.

음하하, 나의 구력으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군!"



"케케켁... 케케케케 ㅋ 휘청, 비틀

콜록콜록 켁켁케케 켁케케 ㅋ ㅋㅋㅋㅋㅋㅋㅋㅋ크하하.

아 웃겨. 눈물나!

재미있군! 청산가리 키스라!

이미 9조 번의 죽음 비슷한 것을 경험한 나는 청산가리 키스 따윈 이미 다 간파하고 있었지.

푸른빛에서 슬픔을 느꼈을 때부터 알아봤어.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와사비 였다.

그럴 줄 알고 청산가리에 해독제 격인 *아질산나트륨을 캔맥주에 발라 놓았지.

이것이 나의 구력일세. 지구력 양반.

앞으로 3일간 누워있을 걸세.

좀 쉬게나.

번아웃 오겠어."


*역자주: 전혀 과학적 지식없이 막 쓴 글임.

청소년 여러분들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켁켁,,, 털썩

으으 저딴 애송이에게 당하다니...

이름이 무엇이냐? 기억해 두겠다."


 

"나로 말씀드리자면,

천하무적 '캡틴락' 님이시다.

청산가리는 잊어주고 키스만 기억해 주시겠다."


 


캡틴락은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중력'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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