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내가 경기에서 지고 왔을 때,
시험에 떨어졌을 때,
공연에 망했을 때,
혹은 갑자기 겉멋에 취해 오만해졌을 때,
갑자기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질 때,
느닷없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
이 노래를 틀면 어디선가 예쁜 먼지처럼 다가와 내게 속삭인다.
'당신이 늘 깨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자기는 '뭐든 될 수 있을 거'라고...
예쁜 먼지가 뭐라고,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
그러면 나는 예쁜 먼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흙먼지 털어내듯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난다.
그리곤 중얼거려본다.
‘그래. 뭐든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정우’의 ‘뭐든 될 수 있을 거야’를 듣다가
2020/5/29
한경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