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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Jan 04. 2022

<중력> -3부-  

하이퍼 리얼리즘 판타지 단편 소설


엄청난 중력으로 인한 공기 저항 덕분에 비눗방울은 터져버리고,

추락하는 동안 아드레날린은 미친 듯이 분비되어 접질렸던 발목의 통증은 사라지고 엄청 신나는 기분이 밀려나와 환호가 절로 터져 나왔다.


"끼얏호"


짧은 순간 동안 추락의 쾌감을 맛보면서도 한쪽 발에는 스프링을 부착했다.


그리고 점같이 보이던 검푸른 구슬은 이내 판테온 신전처럼 커다랗게 보이더니 결국, 캡틴락과 푸른 구체는 기묘한 오버드라이브 걸린 종소리 같은 울림을 내며 충돌했다.


그 파장은 땅 위 지층까지 전달되어 지구상의 모든 종소리와 악기들을 진동 시켜 시끄럽고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 음악 소리는 모든 암세포와 covid-19 등 모든 바이러스를 파괴시키고 거리엔 모두 해피 바이러스로 넘쳐났다.

역시 최고의 백신은 로큰롤일지도 모른다.



크라잉넛 공연 사진



캡틴락 왼발에 달린 스프링은 쇼바 효과로 완충 역할을 하며 한쪽 발의 반 기브스와 충돌한 구체는 확실히 서로 충격을 받았다.



캡틴락은 푸른 구슬을 스프링 반동 삼아 720도 덤블링하며 10점 만점의 완벽 마무리 포즈와 함께 착지에 성공했다.



"후훗, 어서 모습을 드러내시지 '중력' 양반!"


그러자 갑자기 병아리 계란 껍질 깨고 나오듯 커다란 푸른 구슬과 캡틴락의 반기브스가 쪼개지기 시작했다.


'빠지지지직'

'쫘르르르륵'


"크큭, 용케도 여기까지 찾아왔군, 캡틴락..."


쪼개진 구슬 사이로 빨간 사과를 한입 베어 먹으며 곱슬머리인 서양인 아저씨가 씨익 쪼개며 말했다.


"난 또 아리따운 아가씨가 땅 밑에서 만나고 싶다고 계속 끌어당김의 법칙을 적용한 줄 알았네.

바쁜 연말, 날 넘어지게 하여 빡치게 한 대가를 각오하도록,,, 애플맨!"


"음하하, 패기 하나는 인정해 줄 만 하군! 캡틴락.

너같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말 안듣는 아이는 빨리 땅속으로 잡아들여서 중력의 연료로 써야 한다네.

그리고 내 이름은 애플맨이 아니닷!


나의 이름은 아이작


뉴-턴."


"후훗, 누가 연료감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

후훗, 어서 덤벼라, 나의 아드레날린 감이여!

이 캡틴락님이 아작-뉴턴으로 만들어 드리겠다."



뉴턴은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고 뭔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 그 오만방자함을 잠재워주겠다.

질량 1kg의 물체에 1m/sec2의 가속도가 어쩌고 1N=105dyn.... 중얼중얼 얍!"

하고 사과를 던졌다.


사과가 쪼개진 곳으로 캡틴락을 강하게 중력이 잡아끌었다. 뿐만 아니라 바위 등 돌멩이들까지도 중력이 이끄는 캡틴락에게로 모여들었다.

캡틴락은 스프링으로 방어해 보려 했지만 모여든 돌멩이들과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머리에서 붉은 피를 흘린 캡틴락은 정신이 몽롱해져 갔고, 공중에 떠 있던 바위들과 절벽의 돌덩어리들은 캡틴락을 향하여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꿈이란 말인가? 몽롱하군!"


마지막 힘을 다해 캡틴락은 스케치북에 검정색 크레파스로 까만 블랙홀을 그린 뒤 아이작을 향해 던졌다.


"아! 중력 살려! 아- 이 - 작...."


뉴턴은 아작이 나며 검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중력이며, 시간 등 주변의 모든 물체를 빨아들이며 삼켰다.



지구 위에서도 난리가 났다.


자동차는 날아다니고, 역도 세계 신기록 들이 수립되고,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던 분들도 통증에서 벗어났으며, 키스를 하던 연인들은 마치 밤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린아이는 흔들바위로 구슬치기를 하였다.


검은 구멍은 붉은 피, 아픈 상처들, 슬픈 기억들까지도 빨아들이고 있었다.


캡틴락은 생각했다.

그렇게 잊고 싶은 기억들이 사라진다고, 과연 행복할까? 그 모습이 과연 나일까?

그 기억 이면에는 좋은 추억들도 묻어 있을 것이다.


캡틴락은 그렇게 검정 구멍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스케치북에 검정 블랙홀을 하나 더 그려 반대편으로 던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서로를 빨아 들이며 중력과 시간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혼돈 그 자체였다.



몽롱한 캡틴락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빨간 풍선의 바람을 불었다.



"중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어렸을 적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린아이가 놓쳐버린 빨간 풍선 같은 걸지도 몰라!"


난장판이 된 지구의 균열 사이로 빨간 풍선을 타고 캡틴락은 올라왔다.



숙취 때문인지 까만 구멍에 기억들이 빨려 들어가서 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며칠간의 발목 접질린 기념, 판타스틱한 기억들을 기록해 둔다.




조금 삐뚤어진 벽시계가 씨익 웃고 있다.




                                  -‘중력’ 끝-


<중력> -1부- (brunch.co.kr)

<중력> -2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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