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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Jan 07. 2022

타인의 삶 (2007)

왠지 제목부터가 쓸쓸하다.

'타인의 삶' 이라니......

 

나는 어디 있는가!

과연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관계 속에서만 우리는 존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SNS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싶다. (SNS가 꼭 나쁘다는 게 아니다.)

어쨌든 경쟁을 통해 보여지기 위한 삶에 길들여진 우리는 (적어도 나로서는) '남을 의식한다는 것'을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남들 보기에 자유로워 보이는 롸커라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도 말이다.

 

 

 

 

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의 예술가들을 감시하는 도청 보안 경찰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가 믿었던 신념으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차갑게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그리고 어느 예술가를 도청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가 헤드폰 사이로 상상하며 훔쳐볼 때 묘하게 그 사람의 시점은 우리들(관객)의 시점과 동화된다. '어차피 영화란 훔쳐보기 아닌가...'라는 것을 일깨워 주듯이...

 

 

그는 서서히 예술가들의 대화와 피아노 연주에 감동을 받고 시집까지 읽어가며 감청관에서 관객으로 변해간다.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반신욕 하다가 조용히 땀이 맺히듯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시대의 비극 안의 아름다운 사랑, 서스펜스, 유머, 이데올로기 위에 아름다운 음악을 향수로 뿌렸다. (좀 오반가^^;) 어쨌든 음악이 좋다. 유튜브로 계속 듣고 있어여,,,ㅋ 근데 디브이디는 7900원인데, ost는 3만원 정도 한다. 이 무슨 시대의 비극인가?........

 

 

그리고 여러 가지 디테일이 재미있다.

 

도청 전문 보안 경찰인 주인공은 다음 교대 근무자가 4분만 늦어도 차갑게 대하지만,

자기가 부른 콜걸은 시간이 조금 초과한 것에 대해 내 시간은 내가 관리한다며 쿨하게 넘어간다.

 

삶이란 뒤집을 수 없는 모래시계 같다고 느낀 요즘 난 시간을 잘 지키려 노력하는데, 살짝 늦은 상대방에게 너무 쌀쌀맞게 대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전에 내가 지각한 시간은 벌써 다 잊어 버렸냐!.......미안해..

확실히 나이를 먹었나 보다. (나이맛이 생각보다 써요. 그리고 부작용이 있어서 여기저기 쑤시더라구여. 소비자 고발센타에다 고발해야겠어요. 뭐 대기업이 콧방귀나 뀌겠어요? 갑질세상인데,,,걍 주는 대로 먹어야지...:)

 

하여튼 예술가를 도청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그의 삶은 변화가 시작되고 타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권력으로는 사랑을 얻을 수 없지만, 예술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예술이 없는 경제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소비만 있던 신촌상권은 불빛을 잃은 지 오래되지 않았는가!

그러니깐 홍대 집주인들 월세 좀 그만 올립시다.

예술이 떠나간 자리는 땅값도 떠나간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또 한번 쓸쓸했던 것은

분단 독일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표현을 할 수 없던 억울하고 억압받던 암울했던 시절이

내가 살고있는 지금 대한민국과 묘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관객이고,

누군가는 우리들의 관객이다.

 

너는 나의 관객이고,

나는 너의 관객이다.

 

우리가 눈뜨고 있는 동안은 아직 영화가 끝나지 않았으니,

비교적 예술적으로 살아보자.

 

그리고 우리가 믿어왔던 신념이란 것이 꼭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지구도 옛날에는 평평하다고 믿지 않았던가!

 

그러니 조금 말랑한 사고를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머리가 굳었다면 술을 마시고 물구나무를 서자.

그리고 관객이 뭐라 하면

이렇게 얘기하자.

 

 

 

 

머리가 돈 게 아니라 지구를 드는 중이라고.....



2015.1.23

한경록


#타인의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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