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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Dec 17. 2021

<치맥>

닭들의 역습

어제 결국 치맥 하였다.



"아~~ 아침부터 속이 왜 이리 쓰리지..."


"깜짝아~~~"


창문 커튼 사이로 누군가 노려보고 있었다.

여긴 7층인데 말이다.

분노와 왠지 모를 슬픔이 배어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아 머리가 띵호아~~~

잠이 들 깼나?

어제 치맥 왜 이리 느끼해? 먹을 땐 맛있었는데..."


'탁탁'

'타다닥....'

'탁타가타가타가타 가타가타가가'


무슨 소리지 커튼을 걷자,


'오마이 갓...'


50마리 정도의 초딩 3학년 키만 한 닭들이 유리 창문을 쪼고 있었다...


'탁탁 타다닭닭닭닥닥....'


쨍그랑 결국 유리창은 깨지고 분노의 닭들이 커다래진 부리로 집안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어찌 된 일이지? 닭들이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공격적이고 커질 수가 있지...'


일단 이불을 슈퍼맨 망토처럼 걸친 다음 한 손으로 이불을 방패삼아 부리의 공격을 막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우산으로 닭대가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주방 쪽으로 도망갔다.

닥치는 대로 들고 닭들을 때렸다.

이곳은 오피스텔 쪽이라 도망갈 방도 없는데....

핏빛 닭벼슬 바다는 오피스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음~~'


부엌칼로 난 가스레인지 호스를 잘라냈다. 순식간에 방안은 가스로 뒤덮였다...


"이것들 오늘 불닭이 뭔지 알려주맛!"


'타타탓'


나는 가스레인지 레버를 돌리며 창문 쪽으로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렸다.

나의 집안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폭발했다.

나는 유유히 우산을 펼치고 이불 망토를 휘날리며,

삼단 낙법을 활용하며 가볍게 착륙했다.


하늘에선 여기저기 훈제 치킨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훈제치킨 비가 온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아직 아이들은 곧 들이닥칠 핏빛 닭벼슬 하늘의 공포를 모르고 있군!!!'


갑자기 왜지?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처럼 닭들의 반란이...

마른하늘 웬 닭 벼락이란 말인가?

인간들이 너무 치맥을 좋아해서 닭들이 노조를 결성했나?

아니 매일 밤 치맥으로 흥청망청 망가지는 이 도시에 대한 경고일까?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멍하니 서있지 않았다.


'난 이 아이들을 구해야 해...'


먼저 폭발과 함께 집에서 떨어진 몇 개의 기타 이펙터를 하이퍼 건전지와 직류 오메가 교류를 합선시켜 <로큰롤 고압 전류 이펙터 지뢰>를 만들어 여기저기 심어놓았다.

그리고 난 홍대 운동장으로 달려가 축구 골대 그물들을 걷어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일 붐비는 삼거리포차 전봇대와 지금은 자취를 감춘 레코드포럼 사이에 그물을 묶어 늘어뜨려 놨다.

그리곤 홍대 정문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이불을 망토처럼 두르고 긴 우산을 두르고 있으니, 마치 슈퍼 히어로 어벤저스 같았다. 참 그러고 보니 아직 맨발이었다.

마치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그 어떤 슈퍼히어로도 브루스 윌리스를 이길 수 없다.'는 누군가의 음성이 총알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난 씩 웃어보고는 다시 홍대 정문 쪽으로 뛰어갔다.


'꼬끼오 꼭꼭 꼭 끼오오....'


드디어 하늘을 검게 뒤덮은 닭들의 역습이 시작되었군.

닭들은 닥치는 대로 홍대 상점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 속에 클럽들과 술집들, 커피숍들은 파괴되기 시작하고, '스타벅스' 커피숍의 간판은 땅에 떨어져 박살 났다...

그리고 분노에 혈안이 된 닭들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닭들은 밤새 명함 뿌리던 나이트 삐끼의 심장을 쪼기 시작했다...


“삐끼 살려~~~~~”


나는 돌멩이를 집어던지며 닭들에게 외쳤다.


“난 나이트 삐끼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하지만 그들도 '휴먼'이란 말이다...”


사람들을 공격하고 상점들을 부시던 닭들은 일제히 나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닭들은 내게서 아까 훈제치킨 냄새가 많이 배어있어서인지 하늘에서건 땅에서건 나에게 날라달려오기 시작했다...


"오 마이 닭 .......!!!"


난 미친 듯이 *레코드포럼 쪽으로 달려갔다.

(*레코드포럼: 홍대 삼거리에 위치했던 레코드 샵)


 

난 미리 설치해둔 축구 골대 그물줄을 잡아당겼고 팽팽해진 그물은

전봇대의 전깃줄에 닿자 고압전류가 흘렀다.

가속도가 붙은 닭떼들은 멈추지 못하고 그물에 걸려 모조리 전기구이 통닭이 되었다.


“휴! 이것으로 끝인가?”


갑자기 초음속 전투기가 지나가듯이 진공상태가 느껴지듯


 '윙~~'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 나에게 부딪치더니 이내 월요일 운동장 조회시간 일사병 걸린 여중생처럼 슬로비디오로 쓰러졌다.

난 쓰러진 충격으로 머리에 피가 흘렀다.

나를 초음속으로 날라와 머리로 들이 받은 이 작품의 끝판대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어른 같은 키에 금빛 찬란한 푸른 빛깔 닭털을 두른 수탁이었다.

그리고 딸기 주스를 흘리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너의 잠재의식이고 두려움이다."


"오늘 그 두려움 잠재워주지."


"오늘 밤 너를 튀겨 인맥을 하겠다."


"닭벼슬 주제에 벼슬아치들처럼 재수 없게 말하는군!"


난 무릎팍 먼지를 툴툴 털고 일어나 하늘을 보았다.

딸기쨈이 눈에 들어가서일까? 하늘은 붉게 보였다.

난 심호흡을 내뱉음과 동시에 이불 망토를 그의 얼굴에 던졌다.

그리고 우산으로 냅다 닭대가리를 내려치려 했는데,

‘샤샤샥’ 한 번의 날갯짓으로 봉추 바람을 일으키며 가볍게 나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날갯짓을 이용한 560도 회전 돌려차기로 나의 왼뺨을 가격했다.

그리곤 수탉은 우아하게 닭발을 육지에 내려놓았다.


'찰칵'


“훗...훗훗 하하 하하핫 ㅋㅋㅋ 헤헤헤 크겔 겔 헤헤헤..하하하


걀걀걀,,,”


"인간이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실성하며 웃는 법이지...

죽음이 두려운가? 캡틴락........."


'내가 웃는 건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야.”


“ㅋㅋㅋ”


"내가 웃는 이유는

너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니가 밟은 건 <오메가 하이퍼 일렉트릭 쇼크 퍼즈>라는 기타 이펙터이다 ㅋ"


아까 심어논 로큰롤 하이퍼 고압 이펙터 지뢰를 밟은 쿠데타를 일으킨 두목 수탉은 그렇게 전기구이가 되어갔다.


 


....


아 느끼해~~~


휴 소화 진짜 안되네.


헤헤 어때요? 오늘 밤 저랑 치맥 하실래요?


오늘도 쓸쓸한 레코드포럼 철문만이 입을 다문 채 세월은 흘러만 간다.



                                                                                                                     2007년 어느 봄날

                                                                                                       


                                                                                                   치맥 하고 다음 날 아침

                                                                                                                       -한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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