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월요일.
흐린 날씨는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지난주 칼럼 마감을 넘기고, 해남 땅끝마을까지 다녀와서 홀가분한 이 마음.
아주 작고 고요한 섬 같다. 평온해서 새가 날아와서 쉴 듯한 마음이다.
지난주 칼럼 마감이 임박해 오자, 세상은 칼럼 빼고 모든 것이 재미있어지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칼럼 쓰는 것이 싫다는 얘기가 아니고 마감의 압박이랄까... 신문 관계자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아 이 사람 칼럼 쓰기 싫어하는구나. 잘라야겠군!' 하시지는 않겠지.) 일단 집안일이 너무 즐거워져서 빨래 두 번 돌리고 분리수거하고 어깨가 뒤로 접힐 정도로 스트레칭을 계속했다. 꿉꿉한 날씨 밖으로 나가기 귀찮기 때문에 폼롤러를 굴리며 유튜브를 돌려 보다가, '피아노 홀릭'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화 '아마데우스'를 리뷰한 영상을 발견했다. 어렸을 적 엄청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데, 피아노 홀릭 유튜버분께서 완전 위트 있게 리뷰를 해 주시더라. 작년 비킹구르 올라프손 리뷰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피아노 홀릭' 채널이 알고리즘을 타서 유튜브에 '아마데우스'가 뿅 하고 나타난 것이다.
https://youtu.be/7ykSgaqsJ6w?si=WBrJuQmsJExPreIy
피아노 홀릭 유튜브 채널을 몇 개 검색해 보니, 내가 좋아할 만한 추억들이 많이 겹쳐 있었다. 형 또래나 사촌 누나, 형이 예전에 잘나가던 팝송이나 클래식 영화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재미난 콘텐츠들을 야금야금 디저트처럼 파먹을 생각이다. (표현이 좀 엘레강스하지 못하네ㅠㅠ)
이 동네 형 같은 사람이 누굴까 하고 혹시나 해서 검색해 봤더니, SBS 아카이브 K 피디님이셨다.
구면이네.(동그란 얼굴ㅇ) 아카이브 K 인디 편에서 첫 팀으로 출연해서 베이스 냅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는데,,,
이렇게 클래식을 애정하는 바로크 로코코 피디님이셨을 줄이야.
암튼 폼롤러 위에서 위트 있는 아마데우스 리뷰를 보면서, 새삼 천재라는 칭호는 짜르트 형님 정도는 되어주셔야 어울리는 호칭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계속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은 별 변주곡이 흘러나왔다.
https://youtu.be/d3O-gIqJ0Tc?si=k56E16jAF4X7Dzet
원곡은 프랑스 민요이고, 원제가 불어로 "아 말씀드릴게요, 엄마!"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졌는데, "엄마 나 어떻게 해?"(그 XX 바람둥이인 것 같아!) 이런 뉘앙스처럼 다가온다.
작은 별 변주곡을 중학교 1학년(1989년) 때 처음 들었다. (아니면 1990년도)
그 당시 음악 교생선생님께서 첫 수업 시간 때, 음악실에서 이 12개의 변주곡을 다 연주해 주셨다. 아직도 기억난다. 동창 친구가 옆자리에 앉아서 악보 넘겨주는 것만으로도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그러니까 내가 클래식 피아노를 생으로 제대로 접한 것이 처음이었다.
5분 정도 되었을까? 그 시간은 마법 같았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정말 피아노 주변의 공기 속으로 욕조 물 내려가듯이 빨려 들어갔다.
'아 클래식 음악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고 콧구멍이 벌렁거렸던 기억이 난다.
30년 뒤에 다시 들은 '작은 별 변주곡'.
'아! 모차르트는 다 알고 있었구나!' 괜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 다섯 개 가지고,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코스요리를 제대로 만들어 낸 느낌이다.
마이너 변주곡이 2개인 것도 절묘하다. 3개면 왠지 조미료가 좀 많이 들어갔을 것 같은 느낌.
이런 좋은 요리 같은 음악을 계속 듣고 있으면, 내 무의식에 쌓여 음악과 삶에 향기가 흘러나오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난 왜 글을 쓰면 배가 고파질까?)
사운드 오브 뮤직도, 아마데우스도, 바흐 인벤션도 내게는 즐거운 음악놀이교재이다.
이 글을 왜 쓰고 있냐면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원본 악보를 구매했다고 자랑하려다 쓴 글이다.
아무래도 난 수다쟁이인 것 같다.
그런데
“엄마, 나 어떻게 해. 배고픈 거 같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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