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생각을 포착하다
나는 주기적으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감상한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한 13살 때부터 19살인 지금까지 아마 수백 번은 넘게 봤을 것이다. 똑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볼 때마다 내 감상은 달라졌다. 영화 감상평에는 내가 그 당시에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고 있었는지가 투영되어 있다. 이러한 내 생각의 변천이 담긴 영화 감상록을 보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뿐만 아니라, 내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 또한 수도 없이 변한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은 지나가는 구름과 같아서, 떠오를 때 잡아두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고 만다. 사람들은 변하는 자신의 외모는 사진으로 수없이 찍어 남겨두면서, 왜 자신의 중축이 되는 생각은 남겨두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후, 나는 나의 변하는 생각을 포착하기 위해, 생각의 변천을 관찰하기 위해 매일같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부인 ‘결점 없는 사람은 없다’에서는 자퇴 후 내가 살아왔던 과정을 일기처럼 풀어냈다.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나의 속마음과 나의 가장 연약했던 모습을 글을 통해 모두에게 말하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책을 출판하기 직전까지도 나의 솔직함을, 나의 모든 것을 정말 세상에 드러낼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괴로웠던 나의 상처들을 글을 통해 속 속이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줄 수 있게 된다면, 나의 아팠던 시간이 그들에게 용기로 다시 피어날 것 같았다. 상처투성이지만 따뜻한 내 두 손을 그동안 외로웠을 상처 받은 이들에게 먼저 건네주고 싶었다.
2부 이자 이 책의 부제인 ‘지나가는 생각을 포착하다’에서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접근한 내 생각을 담았다. 출판할 때쯤에 이전에 쓴 글을 읽으니, 부제가 이 책을 완벽히 설명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 스스로 이전 글에 대한 반박문을 쓰고 싶었을 만큼의 내 생각은 빠르게 변해있었다.
사람들은 아무 쓸모도 없는 어려운 수학 공식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한 번뿐인 점과 같은 순간들은 그저 ‘순간’으로 치부해버리고 지나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순간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한 장의 사진들이 모여 하나의 멋진 영화를 만들어내듯 말이다. 그 짧은 순간순간마다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에 집중하는 건 더 짜임새 있는 촘촘한 나만의 시나리오를 구축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