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메뉴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 순간은 사실 ‘실패’에서였습니다. 처음에는 의도한 대로 맛이 나오지 않아 좌절했지만, 다시 맛을 보며 “이건 다른 방식으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메뉴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은 시트러스 시럽을 넣은 라떼를 만들려 했습니다. 하지만 우유와 과일향이 어색하게 섞여서 첫맛부터 이질적이었고, 손님에게 내놓기 어려운 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음료를 아이스로 바꿔보니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차갑게 내릴 때는 상큼한 향이 더 자연스럽게 살아나면서, 오히려 여름 시즌에 어울리는 산뜻한 음료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실패는 너무 달아서 문제가 된 음료였습니다. 카라멜 소스를 듬뿍 넣어 만든 라떼였는데, 마셔보니 달콤함이 지나쳐 금세 질렸습니다. 그런데 이 음료를 작은 잔에 넣어 ‘디저트 드링크’처럼 제공하니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양을 줄이고 콘셉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메뉴가 된 셈입니다.
심지어 라떼 아트를 연습하다 실패한 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적도 있습니다. 거품이 두껍게 올라와 원래 의도한 패턴은 망가졌지만, 그 풍성한 거품이 아이스크림을 얹은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실제로 우유 거품을 활용한 ‘폼 라떼’ 콘셉트를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건, 실패는 단순히 버려야 할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패한 조합에서 맛의 힌트를 찾아내고, 용도나 콘셉트를 바꿔보면 오히려 독창적인 메뉴가 탄생하곤 했습니다. 결국 실패작은 제게 있어 또 하나의 레시피 노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