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름에 스토리 담기

by 커피바라

메뉴를 기획하면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바로 이름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원재료를 나열하는 것보다, 이름에 이야기를 담을 때 손님들은 더 쉽게 그 음료에 끌렸습니다. 결국 이름은 단순한 표기가 아니라, 메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치였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 시즌에 시트러스 콜드브루를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레몬 콜드브루’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평범했습니다. 이후 이름을 ‘여름 오후의 산책’으로 바꾸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음료를 마시는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름 덕분에, 손님들은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계절의 감성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라벤더 시럽을 활용한 라떼였습니다. 그냥 ‘라벤더 라떼’라고 부를 수도 있었지만, 꽃향이 주는 편안함을 강조하고 싶어 ‘밤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만 듣고도 궁금해하는 손님이 많았고, 메뉴판에서 눈길을 끄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스토리를 담을 때 중요한 건 억지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재료의 특징이나 메뉴가 주는 분위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한 표현보다는 짧고 직관적인 단어가 오히려 손님들의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메뉴 이름에 스토리를 담는 과정은 결국 손님과의 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마신다’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한다’로 연결될 때, 카페는 단순한 소비의 공간을 넘어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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