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뉴판 구성의 어려움

by 커피바라

처음 메뉴판을 구성할 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이해하기 쉽고, 카페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운영이 가능한 구성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메뉴의 범위’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다 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메뉴는 준비와 운영에서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원두 관리부터 재료 소모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은 “이 카페가 어떤 분위기와 맛을 보여주고 싶은가”라는 기준으로 좁혀야 했습니다.


또 다른 고민은 ‘가격 책정’이었습니다. 비슷한 지역 카페들의 시세를 참고하되, 재료 원가와 손님들이 느낄 가치를 모두 고려해야 했습니다. 너무 싸면 운영이 어렵고, 너무 비싸면 손님들이 쉽게 외면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부러 베스트셀러가 될 기본 메뉴 가격대를 맞추고, 특별 메뉴는 소폭 높게 설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표현 방식도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카페라떼라도 ‘라떼’라고만 적을지, 혹은 ‘카페라떼’라고 풀어서 쓸지에 따라 인상이 달라졌습니다. 메뉴 이름을 직관적으로 적으면서도, 시그니처 음료에는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손님이 처음 와서도 부담 없이 고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메뉴 구성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흐름’이 필요했습니다. 에스프레소 베이스 → 라떼류 → 시그니처 메뉴 → 티와 논커피 → 디저트 순서로 배열하니 손님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졌습니다.


결국 첫 메뉴판은 단순히 음료를 나열한 종이가 아니라, 카페의 철학과 운영 전략이 담긴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어려웠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양시 이삿짐센터, 스트레스 하나 없이 마친 솔직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