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후퇴는 수입차 때문이 아닌 국산 3사 때문!
현대차의 내수 부진은 최근 몇 년간 매년 있어왔던 얘기입니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의 부진은 정말 심각해 보입니다. 올해 현대차는 과연 내수 시장에서 얼마나 부진했을까요? 올해가 거의 다 지나가고 11월까지 판매량이 나온 지금은 윤곽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현대차 판매 하락이 심상치 않다.
2016 vs 2015 - 누적판매량(~11월)
작년과 올해의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비교해봤을 때, 공교롭게도 내수 판매량은 약 5천 대 차이로 소폭 증가했지만 거의 같은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각 사별 판매에는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현대차와 수입차가 판매량이 감소했습니다. 수입차는 폭스바겐 사태의 여파로 올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이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량의 하락은 현대차의 판매량 하락에 비하면 작습니다.
이에 반해 나머지 회사들은 작년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그중 르노삼성과 쉐보레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이들이 현대차 판매량을 흡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점유율 변화 추이
1. 최근 5년간 내수 점유율 변동
현대차의 후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왔습니다. 하지만 몇 년 간 점유율 변화 추이를 봤을 때 올해의 후퇴는 뼈아픕니다. 올해의 점유율 하락 3.2%는 최근 몇 년간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입니다. 같은 그룹사인 기아차가 점유율 확대에 나서며 선방했지만 현대차는 올해 내수에서 굉장히 부진했습니다.
2.최근 5년간 현대차 그룹 점유율 변동
그 덕분에 현대차 그룹으로 봐도 현대차 그룹의 점유율은 65%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4년 전에 비해 9% 이상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그동안 현대차 내수 점유율 하락의 주원인은 고객층이 수입차로 이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수입차 점유율이 작년 대비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올해의 현대차 그룹 내수 후퇴의 주원인이 국산 3사의 반격 때문임을 보여줍니다.
3. 상용차 제외 점유율 변동
상용차에는 포터, 봉고, 스타렉스, 그랜버드, 코란도 스포츠, 다마스, 라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차가 강점이 있는 상용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이러한 점유율 하락폭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이는 올해 현대차의 부진은 승용/RV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승용부문 2.5만대 감소 / RV 부문 1.6만대 감소)
상용차를 제외한 현대차의 판매량은 작년 11월 누적 기준 기아차와 5.7만 대 이상 차이가 났지만 올해 상용차 제외 누적 판매량은 기아차에 잡혔습니다. (현대 429,029 vs 기아 430,957) 물론 근소한 차이기 때문에 신형 그랜저 출고가 본격화되는 12월 판매량이 합쳐지면 결국 현대차가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현대차 그룹 중 현대차의 판매 부진이 더욱 심각함을 보여줍니다. 기아차는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 승용 부문에서 K5가 부진하며 4,500대 가량 판매량이 후퇴했지만, RV에서 쏘렌토,카니발 원투 펀치의 건재함과 니로의 활약 덕분에 22,000 가량 판매가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그동안의 점유율 하락과 원인이 다르다
현대차가 올해 내수에서 이렇게 고전한 이유는 1) 중형 시장에서 경쟁의 격화(SM6, 말리부)와 2)SUV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QM6,티볼리)이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최근 몇 년간의 현대차 점유율 하락이 수입차의 성장 때문이었지만 올해의 현대차 고전은 국산 3사의 반격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과 고객층이 거의 겹치는 국산 3사의 반격은 당연히 현대차에게 더 뼈아팠습니다.
때문에 현대차는 수입차 업계가 폭스바겐 사태로 비틀거리는 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들의 파이를 타사에 내주고 만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 2017년에는 반전을 쓸 수 있을까?
현대차 입장에서는 수입차와의 경쟁보다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끄기 위해서는 국산 3사를 제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내년에는 힘을 잃은 쏘나타를 재정비해서 반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새로 출시한 신형 그랜저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어 판매량 증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이며, 중형 시장 수요까지 일부 흡수해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SUV 시장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2017년에는 싼타페 신형이 출격 대기 중입니다. 하지만 싼타페는 노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있기 때문에 내수 확대를 위해서 싼타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소형 SUV 라인업입니다. 현대차는 소형 SUV 세그먼트에 유일하게 제품이 없습니다. 내수 판매 대수 확대를 위해서는 소형 SUV 출시가 절실한 만큼 조만간 현대차가 소형 SUV 시장 진출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터 한마디
사실 그동안 현대차 그룹이 내수 시장을 70% 이상 점유하고 있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취향은 참으로 다양한데 어떻게 두 회사가 그 많은 취향을 다 만족할까요? 어쩌면 현대차그룹의 높은 점유율은 그동안 우리 자동차 시장에 현대차, 기아차를 빼고 살만한 상품이 마땅히 없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문에 각종 다양한 수입차가 늘어나고, 국산 3사도 살아남기 위해 좋은 제품을 내놓음에 따라 현대차 그룹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그 점유율 하락 속도가 꽤나 빠르다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경쟁의 격화때문만은 아니라 압도적인 1위를 하던 시절에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 이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제 점유율 하락 자체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속도로 어느 선에서 막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