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관리하려하기보다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해야 할 때
[뉴 미디어; 전통적인 전달 매체에 컴퓨터와 통신 기술, 스마트 모바일 기기, 인터넷 등이 갖는 높은 상호작용성이 더해져 만들어진 새로운 개념의 매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뉴미디어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수의 미디어들만이 "언론"으로 기능하던 시대는 모바일의 발달과 함께 급격하게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생겼고, 이러한 목소리들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뉴 미디어의 특징
1) 채널 → 컨텐츠로 권력의 이동
뉴미디어 시대의 권력은 더 이상 채널이 아닌 컨텐츠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신문사, 방송들만이 컨텐츠를 전파할 수 있는 채널들을 직접 보유했지만, 지금은 컨텐츠만 있으면 전파할 수 있는 채널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채널을 가지고 있는 게 권력이었고, 그 채널에 어떤 컨텐츠를 태울지를 이들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과거의 채널들의 PV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새로운 인터넷 채널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컨텐츠가 훌륭하다면 직접 채널을 보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확산이 가능합니다. 즉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2) 빠른 상호작용
과거의 컨텐츠는 일 방향 배포가 특징이었습니다. TV는 방영하고 시청자들은 봤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주변에 머물렀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따로 비용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컨텐츠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컨텐츠의 확산 자체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빠른 컨텐츠 생산 능력과 대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3) 휘발성 강하고 감각을 자극하는 컨텐츠
즐길 컨텐츠가 무한히 많아진 데다가 스마트폰으로 컨텐츠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컨텐츠들도 스마트폰에 최적화가 되고 있습니다.
모바일에서 읽기 어려운 (이 포스트와 같은) Text 위주의 글들은 더 이상 호응을 얻기 힘듭니다. 보통 최근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런 따분한 글들은 Text를 읽기보다는 제목만 쓰윽 보고 내리고 짧은 댓글들을 보는 데 더 집중합니다.
갈수록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한 리치 미디어 컨텐츠가 아니면 반응을 얻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카드 뉴스 등이 높은 호응을 얻었었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더 자극이 강한 짧은 영상으로 대체되는 분위기입니다.
4) 수익 발생의 변화
과거 언론 채널들에게 수익을 주는 쪽은 광고주들이었으며 소수의 대규모 광고주들만이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는 정의가 중요하다지만 사회부, 정치부가 아닌 산업부에서는 이러한 정의의 경계가 희미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즈니스는 결국 수익이 주는 곳과 같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뉴미디어에서는 점차 이러한 대규모 광고주의 힘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정교화된 타겟팅 기술로 인해 소규모의 광고주들도 소액으로 광고 효율성을 얻을 수 있게 된 데다가, 광고주들이 직접 광고를 해주지 않아도 채널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광고주 입장에서도 예전에는 전통적인 채널에만 광고비를 집행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SNS 등 다변화된 채널에 컨텐츠 광고를 집행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채널들은 성과 측정도 쉬우며, 타겟팅도 정확합니다. 더군다나 제작 비용이 높지 않아도 컨텐츠 흐름만 맞으면 높은 확산이 가능합니다.
점점 전통적인 채널에 전통적인 컨텐츠를 제작하는 데 돈을 쓰는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자동차 PR 환경의 변화
이렇게 뉴미디어 시대로 급격하게 시장이 재편성이 되고 있지만, 자동차 회사들의 변화의 속도는 이에 비해 느린 편입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채널만이 정보를 내보냈기 때문에, 소수의 채널들과의 관계가 좋으면 굉장히 유리했습니다. 또한 컨텐츠의 확산 시간이 길고 도달 범위는 좁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응하기가 쉬웠습니다.
이 시대에는 소수의 신문, 방송 기자들과 친하고, 광고를 당근과 채찍으로 활용해 그들에게 자사에 유리한 컨텐츠들을 제공하는 것이 능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선 인터넷 언론들의 다양화로 "관리해야 할" 매체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이 늘어났으며, 이 매체들이 아니더라도 장외에 컨텐츠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컨텐츠 생산자만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지지 않는 이상 이슈들이 며칠이 지나면 묻혔지만, 지금은 이러한 컨텐츠 생산자들이 끊임없이 컨텐츠를 만들고 확산되기 때문에 침묵이 능사가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 채널들의 관리 수단들은 이들에게 더 이상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인터넷 매체들에게는 수익을 안겨주는 곳이 더 이상 자동차 회사와 같은 대규모 광고주들만이 아닙니다. 이들 입장에서는 조회 수가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광고에 예전처럼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동차 회사들을 살짝씩 공격해 조회 수를 끌어내는 것이 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이득입니다. 이들에게 자동차 회사와 자동차는 수익을 안겨주는 주체라기보다는 컨텐츠 생산을 위한 도구인 것이죠.
더군다나 이들은 최근 시대에 걸맞은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데 최적화된 사람들입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기존 언론의 평론적인 시승기를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동영상 시승기가 있고 더 풍부한 시각적, 청각적 만족감을 줍니다. 당연히 이게 그냥 글 보다 훨씬 쉽고 재밌고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의 PR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더십 측면에서 볼 때 변화의 속도가 느린 자동차 산업 특성상 리더들이 변화를 접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지금의 업계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준으로 볼 때 뉴미디어들은 신문, 방송에 이은 2nd/3rd Tier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러한 관점으로 이들을 대한다면 위기관리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끌려가는 게 아닌 주도할 리더십이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미디어들로부터 시작되는 논란, 이슈화에 대해 과거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해명하는 것은 빨리 의제를 선점해야 하는 인터넷 언론들에게는 너무나 오래 걸리는 답답한 일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매체의 숫자에 비해 보통 이들의 전담 인원들은 턱없이 적으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대기업 특성상 어떤 문제에 대한 현상 탐구보다 오래 걸리는 것이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규명하느냐입니다. 이를 따지다 보면 대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건 텍스트와 몇 장의 이미지로 된 자료가 아닌 자신들이 컨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풍부한 영상 자료의 소스들입니다. 또한 이들을 섣불리 길들이려다가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지기 마련입니다.
자동차 PR의 미래
미디어의 권력은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그 현상은 더욱더 심화될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적응과 대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더 이상은 소수의 미디어와 협업하는 것이 PR이 아닌, 다변화된 인터넷 채널의 흐름을 관리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결국 새로운 시대 PR의 Key는 속도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리더십, 조직 구성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자들과 언제든 상호 존중하에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리더와 조직은 물론이고 소비자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의혹에 대해서는 빠르게 해명할 태도와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http://blog.naver.com/cogram/220919286126
최근 아반떼 스포츠 오일 역류와 관련해 블로거의 의혹 제기에 직접 상세하게 내용을 설명한 것은 효과적인 위기관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덮어두는 것이 아닌 이슈가 발생했을 때 직접 소비자에게 빠르고 자세히 내부 자료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이제는 답인 시대입니다. PR의 의미가 미디어 관리가 아닌 위기관리인 시대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