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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Mar 24. 2017

전기차 대중화의 키는 경제성, 그렇다면?

전기차 구매 과정, 구매 후의 번거로움도 숨겨진 비용이다. 

제4회 국제전기차엑스포 
On Air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제주도는 섬이라 주행 가능 거리가 비교적 짧아도 충분히 커버가 되기 때문에 각광받는 전기차 테스트베드로서 상당히 전기차가 대중화된 곳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벌써 4회 째인 전기차 엑스포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의 기조 연설에서는 많은 명사들이 전기차 대중화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표시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에는 본질적인 구매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만족된 후에서야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차는 대표적인 친환경차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이 구매의 이유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친환경은 분명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테마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사는 이유가 인류를 위해서는 아닌만큼(^^;) 그것이 구매의 본질적인 이유가 되기는 힘듭니다.   

 결국 대중이 가솔린/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도 아닌 전기차를 구매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경제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연료에 따라 정숙성, 토크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구매에 있어 핵심적이라기보다는 부가적인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지금까지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친환경 기술력을 얘기하고, 1회 충전으로 얼마나 긴 주행 거리를 갈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전기차가 지금 수준의 관심이라도 받을 수 있던 결정적 요인은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혜택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전기차의 가격은 높은 배터리 가격 때문에 동급 차량 대비 2,000만 원은 비쌉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당 약 2,000만 원의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취득세 혜택을 통해 구매 가격을 엇비슷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주도처럼 민간인 구매 TO가 많은 지역에서 보통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 가격은 표면적으로 동급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전기차의 경제성은 조금 더 복잡하다

  하지만 표면적인 구매 가격을 맞추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 숨겨진 비용들에 조금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일반 연료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에 비해서 구매 탐색 과정, 구매 후 번거로움, 불안감 등을 감내해야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① 복잡한 구매 과정

 전기차 구매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일단 보조금 액수가 지역마다 다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별도이며 여러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내가 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알기가 다소 번거롭습니다.  물론 영업소에서 상담하면 자세히 알려준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를 구매 고려할 정도로 얼리어답터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지 남에게 일임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일이며 구매에 관심이 있는 정도인데 상담받는 것은 왠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충전기 보조금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하며, 충전기 설치를 위해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며, 그래서 내가 한 달에 대략 얼마 정도의 전기료가 나올지 역시 계산이 상당히 복잡하며 이 때문에 구매 탐색 과정이 상당히 길어지게 됩니다.

② 알려지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비싼 재화이기 때문에 구매 실패의 고통이 큽니다. 그렇기에 전기차 구매는 소비자 입장에서 큰 리스크를 지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내 주변에서"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보험료, 혹시 사고가 났을 때 A/S 비용에 대한 불안감, 낯선 배터리와 모터 기술에 대한 불안감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차를 중고차로 팔 때 감가는 어떨지도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안합니다.

③ 구매 후의 번거로움(충전, 주행 가능 거리 확인 등) 

또한 우리가 차를 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를 사게 되면 충전과 잔여 충전량 체크라는 번거로운 프로세스가 추가됩니다. 그리고 운전자는 이동 시 계속해서 주행 가능 거리를 살펴보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운전자는 주행 가능 거리가 30~4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번거로움과 불안감은 자동차를 사서 느끼는 가치인 "삶의 편안함"에 마이너스가 됩니다.

즉 전기차 구매를 위한 탐색 시간, 불안감 등 보이지 않는 구매 과정에서의 이 모든 불편함들과 구매 후에 충전 관련한 번거로움 모두 소비자에게는 결국 또다른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표시 가격을 보조금을 통해 맞추더라도 전기차 구매 자체가 복잡해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여러 불안감, 불편함들이 또다른 비용으로서 대중화를 막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 숨겨진 비용부터 해결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결국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시기는 단순히 표시 가격 뿐만 아니라 숨겨진 비용들을 모두 포함해도 전기차의 경제성이 기존 내연기관 차에 비해 명확히 우위에 있음을 소비자가 받아들이게 되는 시기일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숨겨진 경제적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다면, 조금 더 구체적인 비용으로 환산해낼 수 있다면 전기차의 경제성에 대해 더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전기차 그 자체의 가격이 보조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낮아지고, 충전기도 아주아주 많아지고, 충전 시간도 혁신적으로 짧아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거대한 해결책이 아닐까요?

 표시 가격은 일단 제쳐두고 소비자가 지불하는 숨겨진 비용 먼저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건 어떨까요? 즉 가격 자체도 복잡하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경제적 비용이 얼마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숨겨진 경제적 비용을 어떻게 추정하고 환산할 수 있을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또한 구매,충전기 지급 프로세스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쉽고 간결한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어떨까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제품의 우수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만 강조하기보다는 보험, 충전기, A/S 등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요? 전기차에 대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A/S 데이터들을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제품을 대체하려면 결국 "가치"가 기존 제품보다 경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기차는 분명 이 단계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 과정을 조금 더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표면적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니 TCO 관점에서 조금 더 명확하고 쉽게 정리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테슬라가 같은 차는 경제성의 논리가 안 맞는다고 할 수 있는데, 애초에 글에서 논한 것은 대중화에 대한 얘기라는 점 감안해주세요 ^^ 그리고 테슬라는 전기차인 동시에 강력한 디자인과 미래지향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크게 플러스가 되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타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지금 전기차를 사는 것은 어떤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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