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SUV 재건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 G4 렉스턴
이번 서울 모터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차를 꼽자면 단연 기아 스팅어와 쌍용 G4 렉스턴입니다. 그중 쌍용 G4 렉스턴을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스팅어에 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렉스턴의 이름을 계승하다.
쌍용차는 쌍용이라는 브랜드보다 렉스턴이라는 브랜드가 프리미엄 소비자들에게 더 먹힐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1%라는 광고 카피로 시대를 풍미했던 렉스턴은 브랜드 가치 덕분인지 최초 출시 후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FMC 한번 없이 버텨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렉스턴 후속으로 그대로 렉스턴이라는 이름을 물려주는 것은 Y400이 출시된 이후에도 당분간은 기존 렉스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G4라는 태그 네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네이밍 전략은 효과적입니다. 렉스턴이라는 높은 인지도의 브랜드를 사용한 덕분에 사람들에게 쉽게 대형 SUV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G4라는 이름은 아쉽습니다. 숫자가 크기를 의미하는 Numeric 전략과도 안 맞아 추후 다른 라인업 확장이 곤란할 것 같습니다. (보통 타 브랜드에서 이 정도 크기면 5나 7을 씁니다) 누메릭 전략이 아니라면 추후 나올 G4 기반 픽업 모델의 이름은 F4나 P4가 될 까요? ㅎㅎ
또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LG의 폰명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한글 발음 "지포 혹은 쥐포" 역시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으며 왠지 놀리기에 좋은 이름 같습니다.
다만 이는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며, 상대적으로 IT에 민감하지 않은 40~50대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쌍용이 티볼리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경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렉스턴의 브랜드는 이제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굳이 렉스턴이라는 브랜드를 고집했어야 하나 싶은 감은 있습니다.
어쩌면 소비자들의 생각보다 다소 비싸게 팔아야 하는 데, 신규 브랜드로 승부할 자신이 없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품성 톺아보기
G4 렉스턴의 슬로건은 Premium Authentic SUV입니다. 한국말로 풀어쓰자면 "고급스러운 진정한 SUV"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쌍용이 얘기하는 진정한 SUV가 어떤 식으로 구현되어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익스테리어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카와 유사, 익숙함과 웅장함 사이
엠블럼은 G4 전용 엠블럼이 적용되었습니다.
디자인이야 취향의 영역이니 코멘트를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버전을 더욱 다듬었습니다. 범퍼부,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후면등이 양산형에 걸맞게 조금씩 수정이 되었으며 거의 유사합니다. 램프류는 최신 SUV 답게 깔끔한 면을 지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전면부 유리는 접합유리로 T4.5의 한국 유리 제품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고급 SUV를 지향하는 만큼 T5 이상이었으면 좋을 텐데 괜스레 아쉬웠습니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 255/50R20이 적용되었습니다. 무려 20인치 휠이 들어간 점이 놀랍습니다. 국산 SUV 중 가장 큰 휠로 G4가 지향하는 대형 SUV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휠에 적용된 엠블럼 역시 렉스턴 날개 로고가 적용되어 브랜드 차별화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도어는 차량의 하단까지 감싸는 랩타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도어가 하단 부분을 감싸 탑승 시 이물질에 오염되는 걸 방지하는 방식) 또한 많은 전시차에 사이드 스텝은 달려있지 않았는데 옵션이거나 애프터마켓에 순정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머플러는 히든 타입(속칭 수도꼭지)이었습니다. 후면부의 듀얼 머플러로 보이는 부분은 형상만 그렇고 진짜 머플러는 하단에 수도꼭지처럼 나와있습니다. QM6 나 다른 국산 SUV들도 히든 타입이 많지만 이왕이면 진짜 듀얼 머플러로 스포티함을 강조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테리어
프레임 SUV지만 실내는 최대한 안락하게, 디테일은 살짝 아쉬움
인테리어의 경우 우드 그레인과 퀼팅으로 포인트를 주며 고급감을 강화한 모습입니다. 전면부 디스플레이는 9.2 인치를 적용해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젊다기보다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안락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애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1열 운전석과 동승석의 시트는 충분히 안락하였으나, 애초 시트 포지션이 높은데 전고를 무작정 높일 수 없어서인지 헤드룸이 조금 답답한 느낌은 들었습니다. 기어노브나 버튼류의 촉감은 전반적으로 무난했습니다.
좌) 우드그레인의 질감은 고급스러웠습니다. 우)무드등은 LED가 적용되네요
LED 무드 등이 적용되었으며, 썬루프는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가 아닌 일반 선루프로 1열까지만 적용됩니다.
시트에도 이렇게 G4 자수를 새긴 디테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2열 무릎 공간은 넉넉한 편이었습니다. 2열이 비록 풀 플랫은 되지 않지만, 리클라이닝 각도가 40도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2열 도어 형태로 봤을 때 2열 선커튼은 별도로 적용이 되지 않는 구성으로 보입니다.
좌)2열 에어벤트 우) 2열 센터 암레스트
2열 에어벤트 역시 적용이 되었으며, 220v (200W)와 USB 충전 단자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2열 센터 암레스트는 고급스러운 느낌은 충분하나 컵홀더가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3열의 경우 충분히 넓은 공간으로 7인승도 무난해 보였습니다. 참고로 5인승 먼저 출시되고 추후에 7인승에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원
크다. 하지만 모하비가 더 크다.
디자인이 그렇듯 제원 역시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버전과 거의 같을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제원에 따르면 모하비보다는 살짝 작습니다. 실제로 봤을 때는 20인치 타이어 덕분에 굉장히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비 면에서도 아무래도 프레임바디 차량의 특성상 아무리 경량화를 해도 무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저배기량 엔진을 적용했어도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드라이빙
제일 우려되는 부분. 2.2 디젤 엔진과 7단 변속기, 그리고 파트타임 4륜
모하비와 마찬가지로 후륜구동(FR)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모노코크 바디 방식이 아닌 프레임 바디 방식을 택한 만큼 지상고도 높고, 비틀림도 덜할 것이기 때문에 정통 SUV로서 험로 주행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하비와의 경쟁에서 엔진 계통이 최대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모하비가 3.0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데 반해 쌍용차는 엔진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인지 기존 렉스턴 W와 같은 2.2 디젤 엔진을 활용했습니다. (추후 2.0 가솔린 터보 추가 예정) 과연 기존 쌍용차의 2.2 디젤 엔진이 커진 제원을 감당하기에 충분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또한 변속기 역시 모하비가 8단 변속기가 들어가는 데 반해 7단 변속기로 다소 열세인 점도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유로 6 대응 방식이 요소수 방식이 아닌 DPF 방식을 채택해서 가격/편의 면에서는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점점 강화되는 환경 규제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경우 기존 DPF 방식 유로 6 차량도 요소수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차후에는 비 친환경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전시차의 조작레버나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으로 미루어보아 파트타임 4륜만 적용되는 걸로 보입니다. 모하비는 AWD가 상위트림에 적용됩니다.
또한 4륜 구동 방식이 전자제어식 상시 4륜(AWD)이 아닌 기존 렉스턴 W에 적용된 것과 같은 운전자가 레버를 통해 조작하는 파트타임 4륜 구동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것 역시 아쉬운 포인트입니다. 아무래도 주행 상황에 따라 전, 후륜에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하는 전자식 상시 4륜이 더 고급 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과 하위 차종인 코란도 C에는 전자제어식 상시 4륜이 적용되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안전
신규 개발한 프레임 바디 + 9 에어백,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 맞다 ADAS도 듬뿍
에어백은 동급 최대 수준으로 운전석 무릎 에어백 포함 총 9개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쌍용차는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쿼드 프레임 방식 채택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1.5 기가파스칼급 철판을 최초로 적용했으며, 590mpa급 이상 초고장력 강판을 63% 적용했습니다. 최신 SUV인 만큼 안전도 면에서 좋은 평을 거둘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규 개발한 이 최신 프레임이 모하비와 경쟁할 수 있는 렉스턴 G4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Safety 1st 2017 티볼리 NEW TVC / Safety 1st 2017 Tivoli NEW TVC
안전 보조장치 측면에서는 티볼리에 적용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는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차선 변경 보조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최신 ADAS 장비들이 대폭 적용되었습니다.
편의사양
멀티미디어까지 아낌없이 쏟아부었으며, 터치식 주유구는 센스
물론 대부분 옵션이거나 상위트림에만 적용되겠지만 최신 편의 사양들이 아낌없이 적용됐습니다. 오토홀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같은 옵션들은 물론이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은 무려 3D로 들어갔습니다.
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파트타임 4륜, 오토홀드 우)3D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또한 전동식 테일게이트는 물론 스마트 테일게이트 까지 적용되었습니다. 스마트 테일게이트는 운전자가 키를 소지하고 차량 후방에 약 3초 동안 머무를 경우 반응과 함께 자동으로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방식으로 캠핑, 쇼핑 등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 이름과 작동 방식 모두 현대기아차 SUV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걸로 보아 모비스를 통해 납품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안드로이드 미러링 기능(무선 Wifi 활용)과 애플 카플레이(유선) 모두 적용되어 스마트폰을 연결해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활용도 면에서는 확실히 경쟁 차인 모하비를 앞서는 모습입니다.
또한 어찌 보면 사소하지만, 주유구 역시 터치형이 적용되었습니다. 저는 스포티지 QL에서 이 기능을 처음 직접 써봤는데 기름 넣을 때 상당히 유용하더군요.
결국 가격이 관건
이상으로 렉스턴 G4를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현재 대형 SUV 시장에서 모하비가 독주하고 있지만 연간 3만 대 규모로 그리 큰 시장은 아닙니다. 이마저도 약 40%는 모노코크 바디의 맥스크루즈가 점유하고 있어서 뺏어오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결국 렉스턴 G4는 싼타페, 쏘렌토, QM6 등이 경쟁하고 있는 17만 대 규모의 중형 SUV 시장 수요를 끌어오는 것이 관건입니다. 때문에 원가 상승 요인을 가지고 올 요소들은 아프더라도 버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들 위주로 상품을 구성한 느낌이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격 중심을 중형 SUV와 대형 SUV의 사이라고 할 수 있는 3천만 원 대 후반~4천만 원 초반 정도에 형성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프레임 바디 SUV라는 점 쌍용차는 현대, 기아, 르노삼성처럼 글로벌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 불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쌍용차의 G4 렉스턴은 5월에 출시됩니다. 과연 티볼리로 재기에 성공한 쌍용차가 SUV 명가 재건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