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인 6월 7일 쌍용자동차는 새로 출시한 G4 렉스턴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기아 스팅어의 시승회도 열렸습니다. 사실 몇몇 기사들이 G4렉스턴 시승회와 스팅어 시승회가 같은 날 열렸다고 서로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제 생각에는 우연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자동차 회사들의 행사가 겹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전에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대관 일정, 기자 일정 등의 이유)
제가 봤을 때 그보다 더 재미있는 포인트는 G4 렉스턴 시승회는 행사 장소도, 시승 코스도 2016년 2월에 있었던 기아 모하비 시승회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것입니다. 스팅어와 우연히 같은 날 시승회를 한 것 보다는 오히려 쌍용이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지목한 모하비와 1년만에 같은 곳에서 출발해 같은 코스를 달린 것이 더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자동차 마케팅 프로모션의 실무적인 관점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하면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지 얘기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정보라기보다는 썰? 정도의 느낌입니다 ㅎㅎ)
시승 코스
일산 엠블 호텔에서 출발해서 파주 적성면의 비룡대교 부근의 비포장구간을 도는 구간입니다. 행사 장소부터 반환점까지 일치했습니다. 다만 모하비는 비룡대교에 야외 천막을 설치해 캠핑 분위기를 냈고, G4렉스턴은 조금 떨어져 있는 카페를 휴식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시승 포인트
사실 단순히 고속도로 주행만 할 것이라면 꼭 파주 부근의 비룡대교를 선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엠블호텔에서 비룡대교까지 가는 길은 고속 구간, 국도 구간에 마지막에는 비포장 험로 구간까지 다양하게 코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비룡대교 부근의 비포장 험로가 프레임 SUV의 험로 주행 능력을 맛이라도 살짝 볼 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왜 같은 코스였을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운영 측면에서 거의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매체를 동시에 초청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매체 공정성+부정부패방지법 영향) 때문에 시승차량 50~60대+참석 기자들 주차 공간까지 총 100대 이상의 주차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약 200명의 사람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왕이면 차량의 품격에 맞게 고급스러운 곳이 좋고요. 사실상 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거의 고급 호텔들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모터스튜디오 고양이 있습니다)
엠블호텔은 근처에 교통 정체도 없고, 야외 주차장도 넓은 편입니다.
또한 지방에서 행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왕복 이동 거리와 행사/시승 시간을 감안했을때 충청 이남권의 경우 아예 1박 2일로 행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국 수많은 기자들의 스케쥴 맞추기가 어렵고, 행사 주최 측 입장에서도 예산이 커지게 되어 부담됩니다.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미디어 시승회는 수도권의 호텔을 행사 장소 + 시승 시작점으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몇몇 한정된 시작점에서 시승 코스를 개발해야합니다. 엠블호텔은 호텔에서 고속도로까지 정체구간이 없이 깔끔하게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승회 장소로 선호되는 곳입니다. 서울 시내 고급 호텔들은 아무래도 시내에 있어 정체 구간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인터컨티넨탈이나 하얏트에서 신차 발표회는 해도 시승회는 잘 안합니다.(시승행사 하기에는 동쪽엔 워커힐, 서쪽엔 엠블이 제일 좋습니다.)
과거 렉스턴W는 일반 고객 대상으로 경반분교에서 시승을 진행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비교적 소수의 차량이 동원된 행사였습니다.
여기에 운영상의 제한점도 발생하게 됩니다. 우선 모하비나 G4렉스턴이나 다른 차량과 다르게 프레임 SUV이기 때문에 험로 주파 능력을 체험해볼 수 있는 구간이 포함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파주 월롱산 성지, 가평 경반분교 등 유명하지만 험난한 오프로드 구간에서 대규모 시승회를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구간들에서는 아무리 프레임 SUV더라도 차가 긁히는 등 상하기 십상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에게 시승차는 매우 귀중한 자산입니다. 대규모로 운영되는 시승차가 상하지 않아야 그 시승차들을 활용해서 고객 시승도 하고, 용도가 끝나면 감가금액 산정해서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소규모로 코스를 주파하는 것이 아닌 50~60대가 순차적으로 코스를 지나는데다가 모든 매체의 기자들이 운전을 전문가 수준으로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자동차 전문지 기자가 아닌 경우에 처음 타보는 차로 험로 구간을 지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적당한 난이도와 길이의 험로 구간이면서도 사진을 찍었을 때 느낌이 좋은 그런 코스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 코스는 시작 지점에서 지나치게 멀면 안됩니다.
문제는 수도권에 이런 곳이 의외로 굉장히 드뭅니다. 차량 50~60대가 순차적으로 통과가 가능하고, 너무 위험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어느정도는 험로이기도 한 구간을 시승 코스에 포함 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캠핑장 주변도 대부분 도로가 잘 닦여 있어서 의외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비룡대교 근방은 고속 구간, 국도 구간으로 연결이 용이하면서도 다리를 넘어가면 바로 이렇게 비포장 구간이 연결이 됩니다. 거기다가 진입이 쉽고 적당히 넓어서 초심자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안전사고가 나도 구조 차량 진입이 가능할 장도로 도로 폭도 충분합니다. 또한 2륜이나 모노코크 바디로도 충분히 통과가 가능하지만 서스펜션이 비틀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면이 거칠어서 프레임 SUV로 달리면 다른 것이 체감이 되는 "험로"입니다.
(여담으로 기아에서 모하비 시승회를 할 때 이런 코스를 찾아내느라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담당자도 파주 근방을 몇날 며칠을 훑고 다녔다고 합니다.)
또한 근처에 넓은 자갈뜰이 있어서 반환점으로 쉴 곳을 꾸미기도 용이한 곳입니다.
결국 시작점이 한정되어 있고, 험로 구간을 포함해야하며, 차량 손상이나 안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더 나은 곳을 찾지 못해 G4렉스턴도 모하비 시승회를 벤치마킹해 같은 코스로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다른 참신한 코스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으면 좋을텐데, 아예 코스를 그대로 따라간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제 의견입니다. 모하비를 타겟으로 잡고 비교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쌍용차 관계자만이 알것입니다.) 코스에 전세낸 것도 아니고 같은 곳에서 똑같이하면 또 어떻겠습니까^^;
SUV 성능 체험용 구조물을 만들면 안되나?
그렇다면 랜드로버 체험 행사처럼 시승 구간은 별도로 하고, 반환점에 이런 구조물을 설치해서 SUV 험로 주파 능력만 중점적으로 체험하게 하면 안될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예산이 엄청나게 많이 듭니다. 랜드로버 체험 행사 같은 구조물들은 보기에는 간단해보여도 안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물들입니다. 또한 저런 체험물에는 반드시 전문 인스트럭터가 있어야 하고, 100~120명 정도가 시승에 참여하는 미디어 시승회 특성상 잼이 발생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랜드로버 익스페리언스처럼 며칠에 걸쳐 여러 고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1회성 대규모 미디어 행사에는 구조물 설치가 적절치 않습니다. 설치할 수 있는 넓은 장소를 섭외하기도 어렵고요. 만약 저런 곳을 교외에 하나 만들어놓고, 미디어 시승회때도 쓰고 고객 초청 행사로 지속 운영을 한다면 모를까요
기아 모하비야 페이스리프트로 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지만, 쌍용은 오랜만에 나온 신차인데다가 SUV 전문 브랜드 이미지도 있는 만큼 아예 SUV 기능을 홍보하기 위한 고객 체험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진행해보는 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G4렉스턴이 출시되고 보니 모하비 입장에서는 작년 2월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면서 기자시승회를 진행해 Refresh하고 오프로드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대부분 기자들이 작년에도 모하비를 타고 같은 곳을 달렸을 텐데 이에 대해 직접적인 비교 컨텐츠는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사진: 쌍용차, 기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