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레시피 Jul 04. 2017

[팩트체크]코나/스토닉 체급 논쟁

170cm이 168cm한테 뭐라고 하는 그런 느낌...



어차피 다 소형 SUV,
플랫폼이 같냐/다르냐보다 중요한 건
누가 완성도와 가성비가 높은 차량인가.

코나와 스토닉, 급 차이?

 

소형 SUV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는 코나를 6월 13일에 공개했으며, 기아차는 스토닉을 27일 공개하며 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두 차종은 모두 소형 SUV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새삼 "체급" 논쟁이 발생했습니다. 스토닉은 코나보다 반 차급 아래라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이루어진 논쟁입니다.

 스토닉이 코나보다 반 차급 아래라는 주장은 "스토닉은 프라이드 기반으로 만들어진 SUV"라는 내용의 부터 시작되어 "스토닉-코나 골격 다르다"는 내용의 기사로 이어졌습니다. 이 주장의 핵심은 두 차종의 "플랫폼이 다르다"입니다.

 두 차종이 플랫폼이 다른 근거로 제원이 다르다, 실내 구성이 다르다, 휠 너트 개수가 다르다 등의 근거가 제시되었습니다. 이러한 근거를 비롯해서 다양한 논의들을 하나하나 팩트 체크해보았습니다.


팩트 체크


코나와 스토닉은 둘 다 소형 SUV 인가?(사실)


국내 시장에서 SUV는 통상 차량 크기에 기반해서 소형-준중형-중형-대형 SUV로 구분됩니다. 차급을 나누는 크기 기준은 엄밀하게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경쟁차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마케팅적인 속성이 있습니다.

 소형 SUV는 B 세그먼트(우리나라 기준 소형, 액센트/프라이드/아베오 등)를 기반으로 한 SUV인 B-SUV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소형 SUV는 스포티지,투싼,코란도C 보다 한 체급 작은 SUV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나나 스토닉이나 티볼리, QM3, 트랙스와 마찬가지로 준중형 SUV라고 하기는 명확하게 작기 때문에 소형 SUV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위 mm / 축거 기준 정렬

또한 차급의 마케팅적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현대와 기아 각각의 발표에서도 스스로 차급을 소형 SUV라고 정의한 데서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사실입니다. 윗 테이블의 소형 SUV 5 차종 모두 각각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소형 SUV라는 카테고리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코나와 스토닉은 형제차가 아닌가? (사실)


 통상적으로 같은 급의 현대-기아차를 형제 차라고들 불렀습니다. 이들이 보통 플랫폼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이 동시에 개발되는 차량이며 연구개발진도 일정 부분 겹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산은 전혀 다릅니다.)  

 현대-기아차는 형제차의 경우 개발 코드명이 유사합니다. 아반떼(AD)/K3(YD), 쏘나타(LF)/K5(JF), 그랜저(IG)/K7(YG), 스포티지(QL)/투싼(TL), 싼타페(DM)/쏘렌토(UM) 등 같은 차급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부분 개발코드 뒷자리가 같아 형제 차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형제차라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완성도가 같거나, 상품성이 완전 동일한 건 결코 아닙니다. 자동차는 다양한 요소가 완성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개발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량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하지만 코나와 스토닉은 형제차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코나의 개발코드는 OS, 스토닉의 개발코드는 YB CUV입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부적으로도 둘을 형제차로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개발 컨셉부터 둘의 개성은 물론 소형 SUV라는 세그먼트에 접근하는 방향 자체에 기존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다는 걸 시사합니다.

*참고로 YB는 신형 프라이드입니다.

 

코나랑 스토닉의 플랫폼은 다르다? (일부만 사실)

기사에서 플랫폼 혹은 골격이라고 표현된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플랫폼은 단순히 차체가 아니라 엔진룸, 하부 차체, 서스펜션 및 섀시 시스템 등의 일체를 말합니다. 다양한 신차에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면 개발 기간/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이것들을 모두 다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는 것이 아닌 베이스가 되는 플랫폼을 공유합니다.

플랫폼=차량의 기본 성능 확보 + 다양한 제품 개발 가능성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개의 차량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속성이 "가변성"입니다.

닛산의 플랫폼 모듈화 개념도

요즘의 글로벌 제조사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적게는 3~4차종 많게는 지역 특화 차종까지 포함해 10개 차종도 대응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솔린, 디젤, 터보 등 다양한 엔진 탑재 가능성과 서스펜션 시스템 차별화까지 감안하면 다양한 영역에서의 "가변성"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성을 살리기 위해 최근의 플랫폼은 세그먼트와 장르를 떠나 핵심적인 부분의 통합에 초점을 맞춘 아키텍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동일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더라도 이러한 가변성 덕분에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다른 글로벌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아키텍쳐별 통합 플랫폼을 활용 중입니다.** 현대차-기아차의 플랫폼 운영 상세에 대해서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플랫폼개발실 연구원들이 제일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차량에 어떤 플랫폼을 얼마나 활용해서 만들었는지를 굳이 공개하지는 않으니까요. 미디어 발표회, R&D 모터쇼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말씀드리자면 현대차는 소형, 준중형 등의 차량을 만들 때 중소형 승용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여진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소형 플랫폼의 신규 버전이 신형 아반떼(AD)부터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출처: 따로 또 같이, 자동차 플랫폼의 현주소와 미래 (View H)

*** 플랫폼 전시 사진 @남양연구소 R&D 모터쇼 (아방가르드님 블로그)

 현대차의 중소형 승용 플랫폼은 적용 차량의 "중량"과 "전폭"에 따라 기본형확장형(보강형)으로 나누어집니다. 기본형은 액센트/프라이드에 확장형(보강형)은 아반떼/i30에 사용됩니다. 가변성에 따라 결과물의 모양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일 플랫폼입니다. 때문에 프라이드 플랫폼, 아반떼 플랫폼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습니다.

코나의 BIW

둘이 형제차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의 가변성 영역의 선택에서 일정 부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하더라도 그 차이는 동일 플랫폼에서 다른 선택으로 생긴 결과로서 둘의 플랫폼이 근본적으로 다른 플랫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둘 다 같은 현대차 내 중소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가변성 부분에서의 선택의 차이와 소형 SUV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차량의 개발 지향점에서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어느 쪽이 더 완성도가 높거나 소형 SUV 시장 소비자 취향에 맞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플랫폼 차이를 제원, 실내 디자인, 사륜구동 여부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거짓)


코나의 제원이 아반떼에 가까우므로 코나는 아반떼급, 스토닉은 프라이드급이라는 얘기는 틀린 얘기입니다.

 플랫폼은 가변적인 성격이 있고 동일 플랫폼으로도 전장, 축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내에서 형제차끼리도 전장, 축거가 다른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축거 기준 그랜저 2,845mm vs K7 2,855mm, 싼타페 2,700mm vs 쏘렌토 2,780mm)

또한 이 얘기는 어차피 코나는 아반떼급, 스토닉은 프라이드급이라는 논리에서 나온 얘기인데, 액센트-아반떼-쏘나타 제원을 비교해보면 코나와 스토닉은 둘 다 소형차인 엑센트에 더 가까운 편입니다.

실내 디자인 얘기 역시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플랫폼이 같다고 해서 실내 디자인이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실내 디자인 역시도 패밀리룩으로 각각 하나의 Theme을 가지고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지는 차량들에 변주해서 적용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차량끼리는 서로 실내가 유사한 경향이 있습니다. 플랫폼이 비슷하다고 실내 디자인이 비슷하다면 쏘나타와 K5 실내 디자인이 비슷해야 합니다. 코나의 실내 디자인이 액센트가 아닌 i30와 더 유사한 것은 액센트는 한참 전에 나온 차량이고 i30는 2016년에 새롭게 출시된 차량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입니다.


 4륜 구동 적용 여부로 플랫폼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틀린 얘기입니다. 이 역시 플랫폼 가변성의 영역입니다. 때문에 플랫폼 개발에는 다양한 후륜 서스펜션을 선택 적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싼타페는 쏘나타와 같은 중대형 플랫폼을 활용해서 만들어지지만 4WD가 들어갑니다.



차급에 따라 휠 너트 개수가 다르다? (거짓)

쏘울 역시 휠 너트 개수가 5개입니다. 이는 쏘울이 전폭이 넓은 편이고 비교적 대형 사이즈 휠을 끼우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이지 차급 때문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휠 너트 개수는 차급에 따라 구별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닉이 휠 너트 개수가 4개, 코나가 휠 너트 개수가 5개라 코나는 아반떼 같은 준중형차급, 스토닉은 소형차급이라고 주장이 성립한다면  휠 너트 개수가 5개인 쏘울 역시 준중형 차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쏘울의 축거는 스토닉보다 짧습니다.


 소형 SUV 내에서 티볼리, 코나, 트랙스는 휠 너트가 5개, QM3와 스토닉은 휠너트가 4개입니다. 이는 전폭과 휠 사이즈 운영 전략에 따른 차이이지 차급에 따른 차이는 아닙니다.

*참고로 쏘울의 개발 코드는 PS, 코나는 OS로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닉은 프라이드 차체에다가 차고 올리고 디자인만 손 본 차량이다? (거짓)

 어차피 소형 SUV 자체가 B-세그먼트 차량을 기반으로 만든 차량입니다. 이는 르노삼성 QM3 (클리오 기반), 쉐보레 트랙스(아베오 기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닉 역시 신형 프라이드를 기반으로 개발한 차량입니다. 소형 SUV의 베이스가 되는 차량이 소형차라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B-SUV니까 B 세그먼트 차량 기반으로 만들어지죠..) 때문에 스토닉을 소형 SUV라고 하는 것이 프라이드를 K3 급이라고 속이는 거나 다름 없다는 얘기는 틀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프라이드 차체에다가 차고만 올린 차량이라고 하는 건 자동차 개발 과정을 너무나도 단순화한 얘기이거나 개발 과정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로젝트 코드명부터 YB CUV인 만큼 많은 부분을 YB(신형 프라이드)와 공유하겠지만 차량의 형태가 바뀐다는 건 금형의 성형성 문제, 공력 성능, 내부 패키지는 물론이고 주행 세팅, 안전 등 많은 부분을 새롭게 검토하고 시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얘기지만 코드명에서 드러나듯이 레이(TAM)는 모닝(TA)의 파생 차량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파생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본차에서 얼마나 많은 추가 개발이 투입됐는지에 대한 논의 없이 프라이드 차체에 차고만 올리고 디자인만 손보면 스토닉이 된다는 건 연구개발진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소형 SUV인 스토닉과 코나가 등장해 선택지가 다양해진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일 같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소비자가 혜택을 본 다는 것은 중형차 시장, 경차 시장의 경쟁을 통해 이미 우리는 목격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솔직히 플랫폼이 어떻고, 급이 반 차급 높은지 아닌지 등의 얘기는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스토닉이 코나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동시에 코나보다 사이즈도 조금 작은 것은 소비자들도 구매 시 비교해보면 다 알게 됩니다. 또한 그 사이즈 차이가 코나가 갑자기 준중형 SUV가 되거나 스토닉이 경형 SUV가 될 정도는 아니며 어차피 다른 소형 SUV 들과 비슷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소비자는 스스로 체감하는 상품성과 객관적인 스펙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차량을 구매합니다. 때문에 소형 SUV 구매를 고려하는 지금 소비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는 이런 근거없는 논쟁이 아니라 어느 차가 더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을 보여줄지, 안전은 어떤 차가 더 꼼꼼하게 신경을 썼는지 등에 대한 심층적인 예상이 아닐까요? 그래야 코나가 스토닉보다 더 비싼 게 단순히 옵션과 엔진 마력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부품이나 차량의 본질적인 성능에서 그만큼 비싼 값을 하는 건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울러 QM3, 트랙스, 티볼리 등과도 비교를 가늠해볼 수 있고요.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양질의 기사/컨텐츠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대기아차의 IQS/VDS 성과,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