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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Feb 26. 2019

<인체재활용>을 읽었다

"그녀의 관심은 우리의 삶 가운데 존재하는 틈새에 항상 위치하고 있다."



9년 전 출간된 책을 9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인체재활용>은 인간의 사체를 활용하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번역서 제목 정말 잘 지은 듯.) 2003년 미국에서 <Stiff: The Curious Lives of Human Cadavers>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저자 메리 로치는 이 데뷔작 하나로 '메리 로치'라는 논픽션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칭송까지 받았다. 실제로 드물게 재밌는 책이다. 감상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그러나 3장쯤에선 그 누구든 배꼽을 주의해야 한다), 행복이나 인생에 관한 추상적이고 일반론적인 글들이 지겨워질 때 이 유물론적인 책으로 따분해진 마음을 중화시키기엔 딱 좋을 것이다. 다만 분야가 과학/의학 쪽이라고 해서 뭔가 대단히 지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저자의 직업은 저널리스트, 그러니까 그냥 프리랜서, 글 쓰는 사람이다.



얼마 전 메리 로치와 비슷한 해외 논픽션 작가의 책을 에이전시를 통해 오퍼 신청 했다. 실은 번역서보다 이런 부류의 국내산 논픽션을 좀 더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한다. 이 책의 앞날개에는 이런 소개글이 적혀 있다. "그녀의 관심은 우리의 삶 가운데 존재하는 틈새에 항상 위치하고 있다." 우리 삶의 틈새에서 관심거리를 찾는다는 건 곧 뻔하지 않은 주제, 즉 책으로 다뤄질 거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소재를 찾아 탐색하고 파고든다는 말이기도 하다.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은 이런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런 마음이 이끄는 연구와 취재, 그리고 그에 걸맞은 자기만의 글쓰기. 이것만 갖추어도 좋은 논픽션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말이니까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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