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로즈 조지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자신은 분변에 집착하거나 배설물을 보며 성적 흥분을 느끼는 분변 도착증자가 아니라고. 나도 그렇다. 지난 몇 년 사이 똥과 하수도에 관심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똥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펴내기로 한 건, 수년간 시골에서 민박집을 하며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집과 생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분변을 처리하는 일과 그 기반 시설, 즉 화장실과 하수도라는 사실은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까지도 일부 바꿔놓았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면서 객실의 변기가 단단히 막혔을 때 (뚫어뻥이 아닌) 관통기로 해결하는 법을 깨친 것도, 땅 밑에 묻힌 오수관과 정화조가 어떤 원리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게 된 것도 내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덕에(?) 나는 도시로 돌아와서도 어딜 가든 벽과 땅 아래 배관을 상상하고, 하수도 공사 현장이 보이면 한참을 구경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게 예전에는 내 눈에 아예 보이지도 않았던 것들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도서가 바로 이 책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의 원저 《The Big Necessity》였다.
카라칼의 첫 책 《기억의 발굴》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 대해서도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온통 유익하고 재밌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고. 두루뭉술한 관념 놀음 따윈 찾아보기 어려운, ‘몸으로 쓴’ 인문교양서라고. (번역서일수록 잘 읽혀야 한다고 믿는 입장에서) 독자가 주제별·나라별로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에도 더욱 신경 썼다. 서두만 조금 읽어봐도 알 수 있듯 유머와 진지함이 조화롭게 섞인, 밀도 높은 논픽션 책이다. 오늘 내가 싼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번쯤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집 변기 너머의 진짜 세계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