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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Feb 05. 2021

영화 <소울>과 ATCQ, 그리고 코디 체스넛


Cody ChesnuTT - Parting Ways



어제저녁 디즈니 픽사의 새 영화 <소울>을 보다가 뜻밖의 반가운 순간을 몇 차례 맞았다. 먼저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클래식 곡 “Check the Rhime”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 것. 주인공 조 가드너와 22번 영혼이 각자 고양이와 가드너의 몸속으로 들어가 뉴욕 퀸스 지역을 우당탕 활보하는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생기 있고 흥미진진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중 이들이 바버샵에 들어갔을 때 (비록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그곳에 흐르던 노래가 바로 ATCQ의 “Check the Rhime”이었다. 그 이발소의 벽에는 심지어 ATCQ의 명반 [The Low End Theory] 아트워크 버전이 나스(Nas), 런 DMC 등의 앨범 커버들과 함께 걸려 있었다는. (모두 뉴욕 퀸스 출신의 힙합 뮤지션들만 모아놓음…. 한때 수의사를 꿈꿨지만 지금은 이발사로 살아가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인물 데즈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기도 한 듯.)


이 영화에는 재즈뿐 아니라 멋진 소울/알앤비 곡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조 가드너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테일러샵에 흐르던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Apple Tree”이고, 또 하나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한 버스커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Parting Ways”다. 특히 이 곡 “Parting Ways”는 듣는 순간 코디 체스넛(Cody Chesnutt)이 떠올랐다가… 그가 발표한 노래 중에 이런 곡이 있었나 갸우뚱했다가… 나중에야 미셸 공드리의 2005년 영화 <데이브 셔펠의 블록 파티>에 처음 등장한 이후로 정규 앨범엔 수록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떠돌던 코디 체스넛의 곡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허나 코디 체스넛을 좋아했던 이라면 단번에 그의 음악이라는 걸 느꼈을 터, 왜 그런 뮤지션들 있잖나. 그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뽑아낼 수 없을,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기만의 멜로디를 만드는 음악인들.)


그러고 보니 조 가드너의 과거 제자이자 드러머로 등장하는 컬리의 목소리 역을 맡은 퀘스트러브(Questlove)를 떠올려보면, ATCQ에서 에리카 바두, 그리고 코디 체스넛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퀘스트러브는 그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모두와 매우 가깝게 지냈던 인물이기도 하니까. (그는 ATCQ를 ‘나의 비틀즈’라고까지 찬양하기도 했음.) 또 한편으로는 안구 정화에 귀 호강까지 제대로 시켜주는 이 영화가 단지 재즈 음악에 기대어 있는 것이 아니라 블랙 뮤직 전체를 향한 트리뷰트이기도 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22번 영혼의 목소리를 ‘짜증 나게 하는 목소리라서’ 백인 중년 여성의 그것으로 튜닝했다는 설정은 그다지 위트도 설득력도 없어 보이지만….) 어쨌거나 당분간은 코디 체스넛을 비롯해 <소울>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지낼 것 같다는 즐거운 예감이 든다. 마침 이 영화가 벌써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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