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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May 12. 2022

Toro Y Moi의 리스닝 파티는 즐겁다


Toro y Moi [MAHAL] Listening Party


토로 이 모아(Toro Y Moi)의 새 앨범이 나온 줄 모르고 있다가, 친구가 침 튀기며 극찬을 하길래 냉큼 찾아 들었고 단번에 빠져버렸다. 첫 음반을 낸 지 10년도 넘었는데 어찌 이 음악인은 갈수록 더 신선하고 좋은 앨범을 내놓는 걸까? 이 앨범은 토로 이 모아 유튜브 계정에 ‘리스닝 파티’ 영상으로도 제작돼 올라왔는데, (앨범 러닝타임과 동일한) 이 41분짜리 영상 또한 물건이다. 친구들끼리 한집에 모여 막 뜯은 [Mahal] 레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리스닝 파티 컨셉으로, 음악에 취해 함께 듣다(보다) 보면 어느새 나도 저들 사이에 끼어 ‘칠링’하고 ‘힐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근사한 컨셉의 영상물이 이전에도 있었던가?) 누구는 에어 기타와 에어 드럼을 치고, 누구는 춤을 추며, 또 누구(특히 턱수염에 긴 머리의 호스트)는 쉴 새 없이 음악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꾸만 테임 임팔라(Tame Impala)가 떠오른다며 이 음반의 사이키델릭한 면모를 환기한다.


토로 이 모아는 이번 앨범 역시 자기 스타일대로 여유롭고 깔쌈하게 만들었다. 언노운 모틀 오케스트라(Unknown Mortal Orchestra)만이 가진 독보적 기타 음색이 잔뜩 밴 연주로 시작하는 1번 트랙 “The Medium”부터 재지한 감성이 뚝뚝 흐르는 6번 “Last Year”까지는 말 그대로 멜팅 섹션, 녹는 구간이다. 어찌도 모든 곡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그러곤 7번과 8번, 9번 트랙에서 잠시 몽롱하고 달콤한 휴식의 시간을 안겨준 뒤, 10번 “Deja Vu”부터 마지막 13번 트랙까지 또 한번 전반부 못지않은 멋진 곡조와 비트들을 내뿜는다. 나는 특히 3번 트랙 “Magazine”과 5번 “The Loop”, 12번 “Millennium”이 너무 신나고 좋은데, 얼추 다들 비슷한 생각인 것도 같다.


시인이자 음악평론가인 하닙 압두라킵은 <재즈가 된 힙합>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나는 앨범 하나를 들고 자리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여전히 나는 훌륭한 뮤지션의 음악을 싱글 단위로 듣는 일이 감질나고, 좀이 쑤신다. 토로 이 모아의 [Mahal]은 하나의 앨범을 한자리에 앉아(혹은 일어나 몸을 들썩이며) 듣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 다시금 일깨운다. 저 리스닝 파티 속 캐릭터들처럼, 나도 예전과 같이 친구들과 한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조만간 친구들과 리스닝 파티를 가져보려 한다. 이 앨범은 당연히도 그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에 맨 먼저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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