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의 순간순간을 벅차오르게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저마다 한두 개씩은 갖고 있는, 아리고도 소중한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다. <재즈가 된 힙합>을 안 읽어본 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일이 있다면, 이 책의 276쪽을 잠시 펼쳐보시라고. 그 페이지에서 시작되는 10장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1장부터 9장까지는 건너뛰더라도, 재즈니 힙합이니 하는 것들엔 관심이 없더라도, 10장만큼은 한번 읽어보시라고. 그 10장에 수록된 세 통의 편지, 그러니까 저자가 세 명의 수신인에게 보내는 서간 에세이들을 읽어보시라고. 이 책의 독자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이 글이 가진 형식미 자체에도 주목해보시라고. 서로 주고받는 서신 형식이 아닌, 한 명의 팬이 존경과 사랑과 회한을 담아 먼 곳에 있는 세 인물에게 띄워 보내는 이런 서간문을 혹시 당신은 이전에도 읽어본 적이 있는지.
이 책은 미국의 위대한 랩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TCQ)와 그 시대에 바치는 러브레터이자 흑인 음악과 흑인 공동체를 향한 트리뷰트이지만, 각도를 달리 해서 보면 한 명의 시인에게서 흘러나오는 삶의 고백들을 음악이란 매체에 의지해 풀어낸 회고록이기도 하다. 하닙 압두라킵의 고백은 책 전반에서 종종 먹먹한 어조로 들려오는데, 특히 서간 형식으로 쓰인 4장과 8장과 10장에서는 그 톤과 감명이 한결 선명하다. <재즈가 된 힙합>을 그 제목 때문에, 혹은 특정 음악인들에 관한 책이라는 선입감 때문에 그냥 지나쳤던 이들에게 10장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는 이유다. 이 챕터에서 하닙 압두라킵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이자 시인인 셰럴 보이스 테일러가 뉴욕의 한 낭독회에서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쓴다.
“저는 당신이 시어의 각 음절 끝부분을 짜내어 허공에 좀 더 길게 맴도는 노랫가락으로 퍼져 나가도록 한 점이 가장 좋았어요. 시를 낭송하는 방법 중에는 그냥 단순하게 읽어나가는 방식도 있지만, 시가 낭송자의 몸을 떠나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하는 방식도 있죠. 당신의 방법이 바로 이랬어요. 흠잡을 데 없는 리듬감 속에서 그 공간의 불빛을 통해 흘러나오는 시어들을 하나하나 공중에 매달아놓음으로써, 당신은 제가 눈을 감고서도 그 글들을 볼 수 있게 해주었어요. 꽤 많은 시인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점은, 단어들의 단절 사이에는 박자가 생겨난다는 사실이에요. 시를 멋지게 낭송하는 사람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백을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그 또한 실존하는 박자로서 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짧고 숨 가쁜 기대감을 이끌어내며 그 침묵을 능숙하게 다루곤 해요.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시 하나는 멋지게 낭송할 줄 알죠. 여기서 ‘우리’란 물론 흑인을 말해요. 노래의 마디마다 두 번째 박자와 네 번째 박자에서 흥겹게 손뼉을 쳐본 사람들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