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라멜팝콘 Jun 03. 2016

<곡성>(상).7

우리의 곡성은 누가 듣나

안녕하세요! 카라멜팝콘입니다!

그 동안 너무 뜸했죠? 이제 개인적인 일들이 좀 마무리가 되서

전보다는 꾸준히 포스팅을 할 수 있을 것 같답니다!

밀린 영화들이 좀 있는데 후딱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뭐,,, 기다리신 분들은 없겠지만...ㅋㅋ


오랜만에 들고 온 영화는 요즘 가장 핫한 이슈메이커,

나홍진 감독의 <곡성>입니다.

뭐 영화를 보신 분들도 워낙 많고, 이미 해석도 넘쳐 흐르는 관계로

오늘은 저도 나름대로 파헤쳐 볼까 하거든요.

원래 스포를 많이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포스팅은 아무래도 한 번 이상 관람하신 분들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양이 매우 방대한 관계로 3부(영화 흐름대로 상, 중, 하 10개 키워드)로 나눠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포 있고, 스압도 있으니 참고 하시구요~!

저는 <곡성>을 2번 봤는데요, 심야로 보고 바로 그 다음날 오후에

한번 더 보게 되었답니다. 어머니께서 혼자 보시기엔 좀 무섭다고 하셔서 ㅎㅎ

하지만! 일단 결론은 그렇게 무서운 영화는 아닙니다.

무서운 걸 잘 못 보시는 어머니께서 팝콘과 인디언밥을 즐기시면서 여유롭게

관람하셨을 정도니까요^^


작년 말에 뜨거웠던 <검은 사제들>보다는 덜 무섭다는 게 제 생각이고,

실제로도 무섭다기보다는 보기에 좀 불편한 장면들이 많은 편입니다.

평점도 평론가나 관람객이나 비슷하게 높고, 장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20일만에 6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몰입감이 굉장히 높은 영화입니다. 강약조절도 매우 좋구요.

<추격자>, <황해> 등 굵직한 스릴러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님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흥미로웠고,

여러가지 의문점들을 안고 두 번째 영화를 봤을 때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졌던 의문들을 메모를 좀 했고,

오늘은 그것들을 토대로 제 견해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1. 금어초와 둥지

영화 초반에 첫번째 살인현장에 걸려진 시든 금어초를 종구(곽도원)이 빤히 쳐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금어초는 시들면 해골 모양이 되는데요, 원래 꽃말은 욕망과 오만이며 영화에서 금어초는 죽음과 악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상에서는 무명이 금어초를 집을 수호하는 결계, 악마를 끌어들이는 덫으로서 기능하는데요, 마지막에 귀신들린 효진(김환희)이 집으로 들어올 때 대문에서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악에 대항한 무명의 노력도 뜻할수 있습니다. 또 그 살인현장 안에는 나뭇가지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둥지처럼 보이는 사물이 있었는데요, 악의 승리의 흔적 정도로 생각됩니다.

2. 까마귀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는 흉조로 통하죠. 영화 내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까마귀들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첫 장면의 거대한 둥지가 아닐까요? 무당 일광이 효진의 집에서 처음 한 일도 장독 안의 죽은 까마귀를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또한 외지인의 출신인 일본에서 까마귀는 길조,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쓰이는데요, 외지인에게는 이로운 존재, 마을 사람들에게는 흉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영화에서 까마귀는 명백히 악한 존재입니다. 


3. 벼락맞은 사냥꾼 덕기

덫을 놓고 고라니를 사냥하던 덕기가 산에서 굴러떨어진 후 본 것은 빨간 눈을 한 나체의 외지인이 고라니를 생으로 파먹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덕기는 그에게 물어 뜯겨 머리를 꼬맸다고 하죠. 근데 이 상황을 주인공인 종구도 똑같이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요? 오컬트 영화에서 보통 악령들은 숙주를 필요로 합니다. <곡성>의 악마는 생명을 생산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건들은 아내, 딸 등 여자로부터 시작되고, 덕기, 종구와 달리 피해 가족들의 남자들에게서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것은 성관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악은 여성을 숙주로 삼고, 그 여성과 관계를 갖게 되면 똑같이 전염되는 것이죠.

하지만 덕기는 느닷없이 벼락을 맞아 쓰러지게 됩니다. 저는 이 벼락을 악마가 내린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외지인의 집에 가까워 졌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고,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악마의 경고가 아닐까요? 


4. 나체의 외지인

이 영화는 흔한 귀신영화라기보다는 서양식 요괴영화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생고라니를 먹을 때(피가 필요한지, 정말 배가 고픈건지는 모르겠지만) 드러나는 일본식 속옷은 이 요괴가 일본의 종교나 역사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일본은 워낙 다양한 신들을 모시는 나라니까요.(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 해석 능력자분의 링크를 따로 걸어드리겠습니다. https://brunch.co.kr/@nitro2red/67)


5. 외지인의 정체 

외지인 자체를 악마, 악령이라고 생각하면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가공할 힘을 뿜어내면서도 사람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절벽에 떨어져서 아파하기도 하구요. 외지인의 집에는 작은 신당이 있습니다. 일본인 남녀의 사진을 걸어두고 염소머리와 머리없는 불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악마가 되고 싶어 악령을 모시는 추종자, 무당, 사제, 승려 정도로 생각한다면 훨씬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일광이 외지인을 무당이라고 하고, 신부가 승려라는 소문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죠. 악마가 되기위해 수련하는 중이고, 어떤 의식을 위해 사람들을 죽여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엔딩에서는 동굴에서 기도를 하고 어떤 의식을 치루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체가 되어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구요. 외지인이 찍는 수동카메라와 사진은 그러한 의식에 필요한 행위이며, 피해자들의 물건을 통해서 숙주의 꿈에 나타나거나 조종할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 카메라가 동양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영혼을 거둬가는 기계라며 굉장한 거부반응이 있었고, 구미호가 사람 천명을 잡아먹으면 진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외지인 역시 진짜 악의 화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살인과 영혼수집의 과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외지인의 집에 있던 가면은 위장을, 야한 고전은 악마의 접촉방식, 나비와새 도감은 자연, 영화에서는 까마귀를 부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6. 효진의 대사와 노트

엄마, 아빠의 카섹스를 목격한 효진은 아빠에게 처음 본 것도 아니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초등학생치고는 너무 조숙하죠. 거기다 그 건너편에서는 낚시하던 외지인이 부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후에 종구가 효진의 가방을 뒤지다가 찢겨진 교과서와 온갖 폭력적인 말과 낙서로 가득한 노트를 발견합니다. 노트에는 남자의 성기, 악마의 형상, 성행위를 묘사한 그림 등이 조잡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효진의 치마를 들춰보니역시 두드러기가 일어나 있었구요. 이는 효진이 이미 악마에게 겁탈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고, 종구 가족에 대한 공격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효진이 아파서 경기를 일으킬 때, 천정에서 나는 고양이 소리는 효진이 악귀에 씌였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주는 장면이 됩니다. 고양이는 영적인 동물로서 악령을 판단하는 역할로 이미 많은 영화에서 사용하고 있죠.

종구가 치마를 들추고 난 후 효진은 한참을 욕을 하며 광기를 드러내는데, 다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하죠. 이는 덕기가 벼락을 맞고나서도 하는 대사이기도 한데요. 이를 통해 덕기 역시 악마에 의해 벼락을 맞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7. 외지인의 낚시

오프닝 시퀀스는 외지인이 낚시 미끼인 지렁이 한 마리를 낚시 바늘 2개에 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2개의 바늘은 외지인 뿐만 아니라 조력자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의도로 집어 넣은게 맞겠죠? 굳이 바늘 2개를 한꺼번에 꿰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또한 낚시는 영화에서 꽤 중요한 대화소재인데요, 일광이 종구에게 허주(헛귀신)을 설명하면서 뭐가 나올지 모르고 미끼를 던지는 거고, 효진이 그것을 물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사실 낚시꾼들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미끼를 던진다고 하죠. 어종에 따라서 미끼도 낚싯대도 다르구요. 악마는 처음부터 효진을 낚기 위해 미끼를 던진 것이죠.


8. 목매단 여자

정전이 일어난 날 밤, 파출소 앞에 나체로 나타났던 그 여인이죠. 여자의 가족은 다음날 화재로 전부 사망했고, 살아남았던 여자마저 결국 목을 매달아 죽고 말죠. 근데, 목매달아 자살하기엔 너무 높은 나무 아니던가요? 이는 악의 선전포고이자 경고라고 생각됩니다. 나중에 종구가 외지인을 도발한 이후 종구집 대문에도 내장이 파열된 흑염소가 매달리는데 굉장히 흡사한 장면입니다.


9. 돌던지는 여자, 무명

종구와 성복이 대화를 하는 중에 옆에서 자꾸 돌을 던지는 여자(천우희)가 등장합니다. 종구가 혼자가 되자 앞으로 다가온 무명은 피해자 중 한명인 박춘배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무명은 목매단 여자에게 굿을 하려 했지만 여자가 거부해 집에 불을 지르고 가족들을 죽였다고 할매가 말해줬다고 합니다. 무명의 존재를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마을의 수호신 정도로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할매가 진짜 수호신이고 할매가 보낸 현신(?)이 아닐까요? 이 영화는 착한 귀신과 악마의 현신들이 대립하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종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라진 무명은 누가봐도 인간은 아니죠? ㅎㅎ

무명은 외지인의 주위를 맴돌면서 외지인을 지켜보기도 하죠. 둘의 영력대결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굿판에서 펼쳐집니다.


10. 부제 양이삼

양이삼의 뜻이 대체 뭘까 궁금했었는데, 영화평론가 이동진님께서 요한계시록 2장23절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추측하셨습니다.

"또 내가 사망으로 그의 자녀를 죽이리니 모든 교회가 나는 사람의 뜻과 마음을 살피는 자인 줄 알지라 내가 너희 각 사람의 행위대로 갚아 주리라"

이게 사실이라면 소름돋는 디테일이죠? 거짓선지자 혹은 적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 성경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별입니다. 부제인 이삼은 아직 이 분별력이 부족해 악마에 대해 확신을 내릴 수가 없죠. 이삼은 모든 인간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이라는 장소를 하나의 예루살렘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누가 진짜 메시아고 누가 사탄인지 알 수 없었고, 결국 알아내지 못한 혼돈의 예루살렘말이죠.

이삼은 마지막에 악마를 마주하지만 결국 카메라에 영혼을 수집당하고 맙니다. 이삼의 영력으로는 악마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상편은 종구가 외지인의 집을 찾아가기 전까지 등장인물들 위주로 정리하겠습니다~

중, 하편도 기다려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이탈자>.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