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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멜팝콘 Jul 01. 2016

13.<사냥>

그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본격 산행 영화.

요즘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포스트가 자꾸 밀립니다 ㅠㅠ

집도 가깝고 영화비도 싸고......

스산한 날씨에 걸맞는 영화 <사냥> 이야기 시작합니다.


개봉전부터 워낙 광고도 많이 보고 좋아하는 안성기, 조진웅도 나온다고 해서 꼭 개봉날 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예능인 런닝맨에서도<사냥>출연자들이 홍보차 나오기도 했었구요.

근데 왠걸? 평론가+관객 평점이 모두 좋지 않습니다.

안성기+조진웅의 조합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폐광촌에서 금노다지가 발견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예고편을 보면 스릴러인건 알겠는데, 이게 귀신이 나오는 건지, 그냥 금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쫓고 쫓기는 건지 잘 판단이 안 됩니다.

저는 원래 영화를 보기전에 정보없이 보려고 하는 편인데, 조진웅이 쌍둥이 1인2역을 하는 것도 보면서 알게 되었답니다.


기본적으로 스릴러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시켜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아쉽게도 조절이 잘 안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총격전과 추격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긴장감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스릴러에다 호러영화의 공포, 가족영화의 감동, 사회적 부조리 등을 버무리려다보니 영화가 진짜 산으로 가버리는 본격 산행 영화! 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본 <비밀은 없다>처럼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버리는 거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거나 서로 완전히 상충되는 입장이 있어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진짜 스릴을 가질 수 있는 법인데, 안성기와 조진웅의 추격전은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한 30분까지는 재밌고 좋습니다. 금노다지 앞에서 할머니와 실갱이를 벌이다 할머니가 다치고 사냥꾼 무리 중 한 사람이 오발사고로 죽으면서 시작되는데요, 설정은 참 괜찮습니다.

여기서 금광을 놓고 펼치는 한판 승부!

금광을 지키려는 힘없는 산주인네와 쟁취하려는 하이에나들. 이런 구도를 더 명확하게 했어야 스릴러로서의 특색을 더 부각시킬 수 있었을텐데요.

문제는 이렇게 '우연'으로 시작된 해프닝만 연속된다는 겁니다. 사냥꾼 무리들이 죽어나가는 과정은 정말 긴장이 탁탁 풀리게끔 맥없고 뜬금 없으니까요. 납득하지 못하는 죽음이 계속 되다 보면 보는 관객은 지치게 되죠.


안성기 형님의 연기는 좋습니다. 다만 영화 <곡성>의 외지인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건 연기가 아닌 연출의 문제니까요. 국민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고, 여전히 안성기는 연기를 참 잘한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 <테이큰>의 리암 니슨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항상 인자하고 감미로웠던 안성기 형님의 다부진 몸과 육감적인 액션은 13년전 <실미도> 생각이 나게 합니다.


지금부터 진짜 사냥 한번 해볼까

그에 비해 조진웅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진웅의 연기가 아쉬웠다기 보다는 캐릭터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죠. 딱 예상한만큼, 기대한만큼의캐릭터이자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시그널> 이재한 형사의 나쁜 남자 버전?

쌍둥이 1인2역이라면 더 많은 것,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심지어 쌍둥이는 캐릭터도 겹치고, 직업도 똑같죠. 왜 굳이 쌍둥이로 설정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보통 쌍둥이들은 영화 내에서 중요한 단서나 반전이 되곤 하는데 이러한 통설을 아주 통쾌하게 깨부셔 준다는 점이 이 영화의 반전이라고나할까요?

그래도 폭포 아래서 끈질기게 자신을 압박하는 안성기에게 분에 넘쳐 소리치는 장면은 그나마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몇 안되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진짜 돌겠네! 어떻게 살아나셨을까!


오늘따라 바람이 스산하네...

우정출연한 손현주 형님 역시 딱 손현주다운 연기로 보여줍니다. 오히려 주연들보다 캐릭터 설명이나 설정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영감이 가진 상처와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끝까지 지켜주려 하는 손반장은 영화를매조지 하는 역할도 함께 합니다.

살고 싶은 게 죄는 아니지...


한예리도 충분히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고 있고 잘 어우러집니다. 독특하고 색다른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번에 바보 연기를 보니 어떤 역할이든지 1인분은 해내는 배우가 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예리가 연기하는 양순이의 혈연관계를 굳이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하려고 집착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영화에서 양순이의 혈연에 관해서 반전을 주려고 꽤나 공들였는데 쓸데없는데 힘을 집중한 것 같습니다. <사냥>이라는 스릴러 영화에서 양순이의 비밀은 사실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닌데 말이죠.


가장 아쉬운 배우는 역시 권율이 아닐까 싶은데요, 영화 내내 겉도는 느낌이 강합니다. 컨셉도 잘 안맞고, 캐릭터의 변화도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 집니다. 처음에는 총은 커녕 호미질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어리버리 하다가 갑자기 엽총을 집어 들고 아군을 죽여버리는 벙찌는 상황. 이 캐릭터를 이렇게 밖에 설정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냥>은 폐광촌 금노다지를 차지하기 위한 추격 스릴러 본연에 좀 더 충실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안성기+조진웅+손현주라는 막강 라인업이 오히려 손해본 느낌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실소가 여러번 터졌었는데요, 가장 크게는 3번 정도 터진 것 같습니다.


사냥꾼 무리 중 한명인 김창식이 개울에서 돌에 미끄러져 죽을 때

권율이 갑자기 엽총으로 자기 편을 죽일 때

<곡성> 외지인처럼 안성기가 권율의 목을 물어 뜯을 때


스릴러에서 어이없음에 이런 실소가 터진다는 것 자체가 실패죠...ㅜㅜ


최근까지 <곡성>, <아가씨>, <정글북> 등 완성도가 꽤나 높은 영화들을 보다가 요즘 아쉬운 영화들을 보니 더욱 비교가 되는 것 같군요. 본격 산행 영화 <사냥>이었습니다.


<사냥>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뷰로서 ★★

(5개: 재미+작품성=어머, 이건 꼭 봐야해!)

(4개: 작품성or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보면 좋을 영화)

(3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2개: 취향을 심하게 타고, 굳이 안 봐도 될...)

(1개: 왜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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