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미친' 연기는 끝없이 진화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최신작이자, 요즘 예매율 1위에 빛나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고 왔습니다. 다음 평점 8.0으로 꽤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저 역시 레오형을 너무 좋아해서 꼭꼭 챙겨보는 편입니다. (제 브런치 첫 글이 바로 이 형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였다죠? 영화Scanning.1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거기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작년 아카데미에서 <버드맨>으로 감독상,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계의 손꼽히는 천재감독 중 한 명입니다. 천재감독과 천재배우의 만남이라니... 기대가 될 수 밖에 없겠죠?
디카프리오는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실화 전문 배우입니다. (뭔가 서프라이즈 재연전문배우 같은 느낌이 드는건 뭐지? ㅋㅋ) 디카프리오를 일약 최고 스타로 만든 <타이타닉>부터 시작해서, <캐치미 이프유캔>, <에비에이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블러드 다이아몬드>, <갱스 오브 뉴욕>까지, 할리우드의 독보적인 재연 전문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 외모를 가지고, 현실적 영화에서 비현실적 주인공을 표현하는 그 연기력이란!!
꽤나 많은 분들이 <레버넌트>에 기대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종의 로드무비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복수극이 풍기는 단순한 피와 액션의 이미지만 생각하고 영화를 보신다면 조금은 아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레오는 최근작인 <위대한 개츠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보여준 젠틀하고 유려한 언변의 소유자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휴 글래스'는 아메리카대륙 서부개척시대의 사냥꾼이고, 끈질긴 생존력의 소유자입니다.(19C판 베어 그릴스?)
사냥꾼 영화라고 하니까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조선 명포수가 주인공인 영화 <대호>가 생각나는데요, 분위기는 사뭇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때 <대호>를 보고 '춥고 무거운 영화'라고 했었는데요, <레버넌트>의 기본적인 분위기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대호>, <히말라야>에 이어 <레버넌트>까지 요즘 추운 영화가 너무 많습니다ㅜㅜ. 아무튼 피튀기는 액션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다이나믹한 장면이 많은 것도 아니라는 것은 알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피츠 제럴드(톰 하디)가 사냥 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버리고, 아들 호크는 죽여버립니다. 죽을 줄 알았던 휴 글래스는 복수만을 꿈꾸며 끝끝내 살아남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스포도 아닙니다. 네이버, 다음만 봐도 다 나오는 내용이구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니 그걸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고 또 중점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디카프리오의 연기입니다. 처음에 '미친' 연기는 끝없이 진화한다라고 부제를 적었는데, <내부자들> 이병헌의 '미친 연기력'처럼 단순히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미친 사람 연기에는 디카프리오가 현존 최고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특유의 '광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영화의 휴 글래스는 인디언에게 잡히고, 곰에게 물어뜯기고, 물에 빠지고, 절벽에서 떨어져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미쳐있습니다. 이를 악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두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가는 모습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금단의 마약을 먹고 뇌성마비 증상을 보이는 조던 벨포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셔터 아일랜드>의 테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장고:분노의 추적자>의 캔디 등등... 디카프리오는 점점 더 광기어린 캐릭터들을 미친 연기력으로 소화해왔습니다. 이렇게 되짚어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성공에 미친 캐릭터'를 연기해내는데 있어서는 지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성공에 집착하는 디카프리오의 그 광기어린 눈빛이 너무 좋답니다.(레오! 날 가져요! 헝헝 ㅠ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때문에 '톰 하디'가 좀 묻히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휴 글래스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성공'에 미쳐있는 현실적인 피츠 제럴드를 톰 하디만의 시크함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어바웃타임>으로 익숙한 '돔놀 글리슨', <메이즈러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월 폴터'가 등장하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로키산맥의 경이로운 풍광과 설원은 자연과 야만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며,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촬영은 거대한 자연 앞에 놓인 작은 인간 내면의 생존본능을 관객에게 치열하고 숨가쁘게 전달합니다. 특히 여정의 시작이 되는 휴 글래스와 곰의 사투장면은 원테이크로 촬영해 일순간에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버리죠.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어 거동이 매우 불편한 휴 글래스때문에도 그렇고, 죽은 부인과 아들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시 꿈이라는 점에서 정적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음악과 배경이 결코 지루하지 않게 긴장감을 유지시켜 줍니다. 156분이라는 런닝타임이 짧지도 않고, 2시간 반 내내 푹 빠져서 몰입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길게 느껴지지는 않을만큼 템포를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뷰로서 ★★★★
(5개: 재미+작품성=무조건 봐야 함)
(4개: 작품성 or 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볼만한 가치는 있음)
(3개: 딱히 취향도 안타고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
(2개: 취향을 타고, 굳이 보지 않아도 됨)
(1개: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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