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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멜팝콘 Jan 16. 2016

<구스범스>.4

시간을 죽여주는 '죽이는 병맛'

-숨막히게 골때리는 병맛 영화

2016년은 병X년이라고 합니다. 친한 지인들에게 올 한해 병X력 돋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네곤 했습니다. 그런데 병X년에 걸맞는 기가 막히게 병맛 돋는 영화를 보고 왔답니다. 진짜 골때리는 영화에요.

<구스범스>! 다음 평점 7.8로 생각보다 높다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쿵푸팬더>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B급 연기의 대가 '잭 블랙'이 주연으로 나오구요, 캐스팅에 '잭 블랙' 있으면 어떤 느낌일지 바로 오지 않으세요? 일단 킬링타임용이라는 건 말씀드리고 시작할게요.


-구스범스(Goose Bumps)란?

영화던 소설이던 제목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히는게 대부분인데, 구스범스는 당최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이게 뭥미?'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닭살'인데요, 사전적 의미로는 '추위나 공포로 소름이 끼치다'라고 합니다. 소름이 끼치면 닭살이 돋죠? 구스(거위)의 털을 뽑은 맨살(울퉁불퉁한 표피,bumps)처럼 된다는 의미랍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호러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포스터의 분위기는 또 판타지어드벤쳐에 배우들의 표정은 코믹이라고 대놓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구스범스>는 호러+어드벤쳐를 코믹으로 잘 버무린 영화가 되겠습니다.


-원작 구스범스 시리즈와 영화<구스범스>

구스범스는 R.L.스타인이라는 작가가 쓴 호러동화시리즈로 전 세계에서 4억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중 하나입니다. 92년 첫 출간 이후, 오리지널 시리즈만 62개에 달한다고 하니 인기가 엄청나죠?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처럼 3,4부로 나눠진 것도 10년 세월이 걸렸는데, 62개를 전부 영화로 만들 수는 없을겁니다.(어린이 만화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영화<구스범스>는 특별합니다. 작가  R.L.스타인을 끌어들여 시리즈 전체를 집대성 해버리거든요. 구스범스 시리즈에 나왔던 모든 괴물들을 총출동 시켜 아애 스페셜완결판을 만들어 버리는 셈이죠. 보드게임이 깨어난 <쥬만지>, 박물관이 깨어난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작가가 직접 쓴 구스범스 책들이 깨어나 괴물들이 세상으로 풀려나고 마을을 점령하고 그들을 다시 봉인하기 위해 급하게 그 괴물들을 총망라하는 책을 쓴다는 내용입니다. 줄거리만 들어도 보기와 다르게 꽤나 스펙터클하고 스케일이 크겠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한국 정서와는 안 맞는 미국호러

하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호러는 괴물이나 좀비보다는 귀신이 더 친숙하고 또 거기에서 느끼는 공포심을 더 크게 느끼죠. 닥치는대로 때려 부수고, 물어 뜯는 서양식 호러보다 반드시 그럴듯한 이유가 동반한 보이지 않는 '령'이 주는 공포를 훨씬 두려워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사실 <구스범스>도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는 해도, 한국에서는 흥행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스펙터클 스케일과 괴물들의 향연

기왕 보기로 마음 먹었다면 3D나 4D로 볼 것을 권하고 싶네요. 원래 호러물은 갑툭튀가 굉장히 중요한데, 3D 4D는 훨씬 효과적으로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좀비, 사마귀, 설인, 늑대인간, 대왕젤리, 외계인, 투명인간 등 온갖 괴물들이 다 나오기 때문에 스케일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괴물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꽤나 쫄깃하고, 또 그 사이에 터져나오는 잭 블랙과 라이언 리의 불꽃같은 개그는 지치지 않게 해주죠. 구스범스 시리즈의 끝판왕 괴물은 슬래피라는 마술사 인형인데요, 마치 사탄의 인형을 보는 듯 합니다. 실제로 가장 영리하며 R.L.스타인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괴물로서, 스타인을 아빠라고 부르는데서 충분히 알 수 있죠. 영화는 사실 크게 보면 'R.L.스타인 vs 슬래피'의 구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잭 블랙과 병맛 시리즈의 시작

원작 구스범스 시리즈가 워낙 방대한데다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 역시 1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엔딩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아주 물씬 풍겨주고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판타지어드벤쳐 시리즈가 탄생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처음 15분은 '뭐 이런 싼마이 영화가 다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저도 모르게 영화를 즐기고 있더라구요. 후속작이 나오게 되면 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병맛같은 영화.... 잭 블랙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고, 라이언 리라는 아주 또 감초같은 유망주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주인공인 오데야 러쉬도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를 보는 것 같은 뭔가 신선함이 있어서 좋았고, 오히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진짜 주인공인 딜런 미넷의 비중이 어정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킬링타임을 원하신다면 <구스범스>가 100분 정도는 확실하게 죽여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구스범스>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뷰로서 ★★★

(5개: 재미+작품성=무조건 봐야 함)

(4개: 작품성 or 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보면 좋을 영화)

(3개: 딱히 취향도 안타고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

(2개: 취향을 타고, 굳이 보지 않아도 됨)

(1개: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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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함께 이야기하고픈 영화를 추천해 주시면 다음에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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