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은 7세 유치원생 남자 아이다. 어느 날 "안녕하세요! 안녕! 오늘은 바람이 세차게 부네요. 익숙해지렴, 꼬마야!" 하면서 책을 줄줄 외워 읽는다. 유치원에 있는 책 내용이란다. 얼마나 좋으면 책 내용 전체를 외워 읽을 수 있는지.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친구들 모두 그 책을 너무 좋아해 서로 먼저 읽으려다 책이 찢어졌다고 한다. 선생님은'그러면 안돼요!'하며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붙였다고 한다.
나는 아들에게 책 제목을 물어보고 그 책을 사줄까? 하고 물어봤다. 아들의 대답이 YES 일 것을 알기 때문에. 물어보는 순간 이미 나는 그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도 그 책이읽고 싶어졌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바람이 불면]이라는 책으로 검색되는 책은 몇 권 없었다. 아들은 그 책들 모두 자신이 찾던 책의 '표지'가 아니란다.요즘 세상 인터넷으로 검색 안 되는 책이 있나? 나는 그 뒤로도 한참을 애를 썼다.
[바람이 불면] 글·그림: 토드 슈트어트 옮김 허은실 출판사 동심, 동심 책들은 유치원 등 영유아 교육 교재로 공급되는 책이었다.때문에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이 되지 않았고, 판매되지 않았다.아들이 유치원에서 그 책을 읽고 너무 좋아한다고 사정 이야기를 하여동심 출판사를 통해 책을 구매를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책을 사 줄 수 있어 뿌듯했다.
작은 나무 : 안녕하세요!
큰 나무 : 안녕!
작은 나무 : 오늘은 바람이 세차게 부네요.
큰 나무 : 익숙해지렴, 꼬마야!위에서는 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깜깜한 밤에도 환한 낮에도, 해마다 늘 바람이 불어온단다.
작은 나무 : 오. 전 바람이 좋아요!
큰 나무 : 그래, 나도 기분이 참 좋구나. 하지만 바람도 상처를 준다는 거 아니?여기는 흙이 좋아서 뿌리가 깊숙이 자라. 햇볕도 많이 쬘 수 있고 빗물도 적당해. 바람은 내 몸을 쭉쭉 뻗게 하고 모양을 만들어 줘.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서 뿌리가 길게 뻗어 나가게 되지. 하지만 내 몸은 바싹 말라 결국 나는 산산조각 날 거야.
작은 나무 :그럼 전 바람이 하나도 안 좋아요!
큰 나무는 바람이 주는 여러 가지 도움을 말해줘요.
작은 나무 : 그럼 바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큰 나무 : 나는 바람을 껴안기로 했어. 이렇게!
작은 나무 : 와! 저도 해 보고 싶어요!
저 멀리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어요. 두 나무은 함께 바람을 끌어안자고 해요. 큰 나무는 폭풍우에 쓰러진 듯 사려져 버렸어요. 작은 나무는 큰 나무가 되어 말합니다. "안녕, 꼬마야!"아마도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에는 "익숙해지렴 꼬마야" 하고 말해주겠죠.
이 책은 어른이 보아도 좋은 책이었다. 나는 '상처'라는단어에마음이 베이 듯 찌릿하였다. '그래! 나도 바람이 하나도 안 좋다!' 심술궂게 생각했다. 그러다 '나는 바람을 껴안기로 했어'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왜 그랬을까. 아. 바람을 껴안을 수도 있구나.바람을 껴안고 살아야 가야 하는 것이 세상 삶이구나.
나는 동심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브런치>라는 공간에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고 허락을 구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누군가에도 이 책이 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