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60, 저조한 판매 속에서도 전기차 전략의 중심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 전용 모델인 GV60이 출시 이후 기대와 달리 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수치만으로 이 모델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GV60은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환을 상징하는 핵심 모델로, 브랜드 철학과 기술, 감성을 시험하는 실험적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GV60의 국내 판매량은 눈에 띄게 낮다. 2024년 연간 판매량은 590대에 그쳤고, 2025년 1분기에는 24대가 출고되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같은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현대 아이오닉 5가 수만 대 판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가장 큰 원인은 가격 경쟁력이다. GV60의 기본 가격은 6,490만 원부터 시작되지만, 정부 보조금은 절반만 지원된다. 이로 인해 실구매가는 6,000만 원을 상회한다.
반면 아이오닉 5는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아 약 1,400만 원의 실질 가격 격차가 발생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감안해도, EV 시장에서 가격 민감도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제네시스가 GV60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GV60은 단순한 양산 전기차가 아니라 브랜드의 미래를 시험하는 전략적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이 차를 통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최초로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얼굴 인식 기반 ‘페이스 커넥트’, 회전식 크리스털 스피어, 디지털 키 2, 그리고 B&O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은 모두 GV60에 처음 적용됐다.
이는 단순한 옵션을 넘어, 제네시스만의 프리미엄 감성과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GV60은 기술 실험의 장이자, 브랜드의 감성을 전동화 시대에 녹여낸 시금석이다.
GV60은 최근 신차급 수준의 상품성 개선을 단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배터리 용량 확대로, 기존 77.4kWh에서 84kWh로 증가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51km에서 481km로 늘어났다.
또한, 첨단 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MLA 헤드램프,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 차로 유지 보조 2(HDA 2) 등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포함됐고, 고해상도 B&O 사운드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까지 더해져 실내 품질은 한층 고급화됐다.
이번 변화는 30~40대 전문직 여성, 혹은 자녀가 있는 젊은 가족을 타깃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과 달리, 보다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소비자층을 겨냥한 포지셔닝 재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GV60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네시스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 진입을 위해 GV60 기반의 ‘마그마’ 콘셉트카를 올해 안에 양산형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GV60 마그마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 N과 동일한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기차 시대 제네시스 퍼포먼스 브랜드 전략의 시작점으로 주목받는다.
내연기관 시대에 쿠페와 스포츠 세단이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했다면, 전동화 시대에는 GV60 마그마가 그 역할을 계승하는 셈이다.
GV60은 단기적인 수익을 내는 모델은 아니지만, 브랜드의 장기 전략을 뒷받침하는 상징적 존재다.
제네시스는 GV60을 통해 전기차 시대에도 고급스러운 감성과 기술 리더십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판매 수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브랜드 가치 창출과 기술 축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GV70 EV, G80 EV 등 다른 모델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