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저녁엔 루프탑 바에서 밤엔 을지로 노포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테이블과 음식과 음식을 나르는 사람까지 잘 정돈된 루프탑에선 말을 고르고 골라내느라 몇 마디 나누지 못했다. 노포에 도착해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드르륵 끌고 와 앉고 나서야 아까 남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날의 주제는 돈(이 없다)이었는데, 적은 돈이라도 어떻게 굴려볼까 모두가 고군분투 중이었다.
몇 년 전까지 투자는 ‘할 사람만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많은 사람이 투자를 한다. 투자 주체 간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거다. 동시에 투자 도구도 같은 변화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몇몇 카드사가 모바일 앱에 투자 기능을 넣기 시작한 걸 보면 말이다.
신한카드 모바일 앱 신한페이판은 '소액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를 쓸 때마다 일정 금액 또는 자투리 금액이 자동으로 해외 주식이나 국내 펀드에 투자되는 기능이다. 투자 금액이 백 원, 천 원 단위라서 부담 없이 투자 경험을 쌓기 좋다.
자투리 투자 방식은카드 결제 시 천 원이나 만 원 미만(선택 가능)의 자투리 금액을, 정액투자 방식은 100원 단위로 사용자가 설정한 금액을 투자하게 된다. 두 방식 중에 한 가지를 골라 이용하면 되고, 신용/체크카드 상관없이 하루 2만 원 한도 내에서 투자가 이루어진다.
해외주식의 경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수점 투자가 가능하다. ‘시드’가 없어도 아마존, 애플, 스타벅스 같은 고가의 주식을 0.01주 단위로 쪼개 매수할 수 있다. 앞서 선택한 투자 방식으로 5천 원 이상의 투자 금액을 적립하면 자동으로 매주 주문에 들어간다. 국내 펀드는 더 쉽다. 단돈 1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삼성카드도 모바일 앱 안에 펀드 투자 플랫폼 ‘R2’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신한카드와 달리 신용카드와 직접적으로 연계한 서비스는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고객과 직접 펀드를 거래하기 위해 삼성카드 앱을 하나의 창구로 활용하는 형태다.
일반적인 펀드 투자는 펀드 상품을 만든 곳과 파는 곳이 달라서 투자 과정과 수익률 등을 고객이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R2에선 삼성자산운용이 만든 펀드를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삼성자산운용과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내 투자 정보를 투명하게 볼 수 있고, 거래 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
R2는 펀드 투자에서 불합리함을 느낀 사람들이 타깃이다. 초보 투자자에게 필요한 ‘낮은 진입장벽’이 아닌 기존 펀드 투자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니 참고하자.
BC카드는 간편결제 모바일 앱 '페이북'을 통해 해외주식과 금(Gold)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주식이야 접근성이 워낙 좋아져서 이 서비스만의 이점을 콕 짚기 어렵지만 금 투자는 조금 다르다. 금 간편투자 서비스는 아직 다양화하지 않아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확 와 닿는다. 1g 단위로 소액 투자할 수 있고, 적금처럼 매월 자동으로 금을 살 수도 있다.
카드사 뿐 아니라 핀테크사인 카카오페이도 소액 투자 서비스 ‘동전 모으기’와 ‘알 모으기’를 선보였다. ‘동전 모으기’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1천 원 미만의 돈을 펀드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서비스로 신한카드의 자투리 투자와 비슷하다. ‘알 모으기’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해서 받은 리워드(=알)를 모아 펀드에 투자하는 서비스다.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투자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투자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다. 종자돈이 필요 없는 건 물론이고 건당 투자금액이 매우 저렴하다. 디자인과 UI가 심플해서 사용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적은 돈이라도 굴려보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다면 첫 투자용으로 써봐도 좋겠다. 단, 소액투자인 만큼 수익도 적을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큰 돈을 벌고 싶은 ‘큰 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글, 에디터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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