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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게임

불합리성

by Cardi Ryu

사과게임: 제한된 시간 동안 화면에 나타나는 사과들의 숫자를 드래그하여 합이 10이 되도록 만드는 게임.

이렇게 합이 10이 되면 해당 사과들이 사라지고, 더 많은 사과를 없앨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말이 있다.



721 / 622 / 532 / 442 / 334 / 1234...

처음에 게임하면 제한된 시간 때문에 정신없이 계산을 한다. 그러나 게임을 하다 보면 계산 없이도 10을 만드는 숫자들이 눈에 익게 된다. 지금은 게임을 하면 다른 생각을 하며 게임을 하게 된다.



사과게임 게임은 불합리하다.

높은 숫자가 많거나, 조합을 맞추기 어려운 판이라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아무리 잘해도 모든 사과를 없앨 수 없는 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불합리성을 도피할 수 있는 리셋버튼이 존재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리셋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실도 무작위성과 불합리성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종종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현실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퍼즐 게임에서 아무리 전략적으로 움직여도 해결할 수 없는 판이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은 불합리하다. 불합리성은 확률성과 밀접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어있을 수도,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실험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모든 퍼즐이 계획대로 맞아떨어지고, 운도 함께한다면 게임은 완벽하게 끝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사과를 없애본 적은 없다. 아무리 잘해도 끝낼 수 없는 판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우리의 노력이 항상 원하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불합리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실에선 리셋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시작과 결과만을 추구하다가는 게임 끝의 점수판조차 볼 수 없다. 어쩌면 답은 단순하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무작위성과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 어떤 판이 주어져도 도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이지 않을까.

실제로 원하지 않는 판을 끝까지 해 보면 나쁘지 않은 점수를 얻을 때가 많다.


통제 밖에 존재하는 결과, 선택의 기로에 선다.

도피 버튼을 누르며 모든 것을 계속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사과게임의 중독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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