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의 망상에 빠져 유쾌한 술자리가 이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누가 로또를 샀고 얼마가 당첨됐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래 봐야 기껏 몇만 원 당첨이다. 다음 주엔 내가 일등이 된다느니, 일등이 되면 차를 사고 집을 사고 여행을 간다느니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가 이어질 때쯤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매주 로또를 사는데 6개월 전에 샀던 거부터 아직 한 번도 확인 안 했다."
그 녀석 말에 다들 의아함 반, 미친놈 바라보는 눈빛 반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매주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란다. 정확히는 한 번에 몰아서 확인하면 당첨될 거란 설렘과 기대가 커진다고 한다. 손가락질하며 미친놈이라고 놀려댔지만 아주 잠시, 아주 잠깐 술자리에서 정적이 흐르던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저 녀석이 정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말이다. 6개월은커녕 일주일도 기다리기 힘든 우리네 욕심과 인내심을 단번에 들킨 것 같았다. '일주일의 행복'이라며 의미 부여했던 복권에 6개월이란 의미를 새긴 미친놈, 그놈이 어딘지 모르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주 작은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종종 복권을 살 때 그 녀석 생각을 한다. 나도 그 녀석처럼 6개월을 기다릴 수 있을까? 잊고 지내면 된다고 하지만 일확천금의 욕심이 쉽사리 머리에서 지워질까?
그 녀석은 복권 당첨이란 일주일짜리 행운을 6개월의 행복으로 바꿨다. 일주일의 행운을 확인하는 시간은 단 1분, 하지만 그 녀석은 한 시간, 어쩌면 하루 동안 가져갈지도 모른다. 순간의 행복을 늘려가는 것, 그게 우리가 바라던 삶의 행복이자 가치였을 테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나는 일주일이란 시간과 1분의 시간으로 행운을 꿈꾼다. 현실 도피, 일확천금, 인내심 부족과 욕심으로 말이다.
긁지 않은 복권으로 행복을 복리로 누적시킨 미친놈의 지금이 어떤지는 모른다. 어쩌면 일확천금의 행운을 누려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미친놈은 여전히 행복의 기간을 늘려가고 있을 테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행운을 행복으로 환전하고 복리로 누적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