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직업상담사로 본격적으로 일한게 2014년이다.
당시 현재 0000회사의 대표님을 본부장님으로 모시고 일을 시작했다.
내가 그 당시 했던 사업은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사업으로 현재의 국민취업지원제도이다.
이 사업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지도점검이라 하는 고용센터에서 나오는 점검사항이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를 담당하는 주무관님과 다른 주무관님 두 분이 오셔서 일 잘하는지,
메뉴얼에 맞게 잘하고 있는지, 야매로 하고 있는지, 돈은 잘 쓰고 있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첫 지도점검 때 난 엄청나게 탈탈 털렸다.
적어도 야근 안할 줄 알았던 일들이 8시가 되고, 10시가 되고,
새벽 3시가 되고, 새벽 5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혼은 혼대로 다 났다.
씻고 다시 출근해서 주무관님들 오셔서 점검할 자리를 세팅하는데
그 세팅을 하면서도 혼이 났다.
이유는 볼펜 모양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뭔 같은 볼펜이면 되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또한 지저분한 파일철은 새로 급하게 사서 교체하는 등 별의 별 짓을 다 했다.
항목별로 띠지를 붙이는 작업도 새롭게 했다. 그 간격, 찌그러지지 않게 붙이는 등의 노력 등등등
그렇게 세팅을 마쳤고 특이사항 없이 굉장히 잘 마무리 했다.
세팅도 아주 깔끔했다고. 너무 준비 잘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그 때의 본부장님께서는
'작은 디테일이 시간이 지나면 큰 차이로 벌어지게 되니 대충하지 말아야 한다.' 라며
업무의 디테일에 대해 강조를 하셨다.
그 이후 본부장님이 만든 회사로 이직을 했고 난 지방발령을 받았다.
그 곳에서도 동일하게 세팅을 하고 지도점검을 받았는데 주무관님들이 너무나도 놀라셨다.
해당 고용센터 관할의 기관들 중에서 그동안 이렇게 한 적이 없었다는 것.
지도점검 서류를 본인들이 가지고 와서 그냥 빈 책상에 앉아서 불러주는 서류만 주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추후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주무관님의 칭찬을 받았고 다른 기관들에게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해당 고용센터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실은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 업무 중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채용박람회 오프라인 세팅이다.
오프라인 세팅은 기본적으로 기업면접 및 상담실 세팅과 행사장 세팅으로 나누어지는데
기업면접 및 상담실 세팅은 다른 컨설턴트님들께 요청을 하는 편이다.
나름 안을 만들어서 알려드리긴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그 놈의 디테일이 나와 다른 업무담당자의 마음에는 들지 않아서
둘이 '이 작은 디테일이 생각보다 큰데...' 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근데 요즘 이 디테일을 새롭게 느끼는게 있는데
바로 학생들이 제출하는 입사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이다.
기업들 채용지원 업무도 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입사지원서를 내가 받아보고 있는데
아무리 해당 기업이 중소기업이라지만 기업의 이름도 없고, 직무명도 없이
자신이 만든 마스터 입사지원서 및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무분별하게 제출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 심지어 해당 취합 폼에는 입사지원 전 기업에 대한 입사지원 동기 등을 필히 작성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반대로 마스터 입사지원서 및 자소서 같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언급과 직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꾸몄으며
어필한 친구들의 경우 유독 눈에 들어왔다.
우리 취업교육을 하는 친구에게도 설명을 해주며 이 부분이
충분히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을 했다.
(이미 하고 있긴 하다...만 점점 가면 갈수록 안 지켜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이전 취업한 학생들 자소서를 보면서 확실하게 디테일의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다.
요즘 학생들은 취업이 잘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 디테일을 보면 작은 차이에서 갈리는 듯 하다.
어제 본 친구 중에는 해당 직무에 누가봐도 적합해보이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소개서도 없었고 그냥 이력서만, 그것도 '해당 기업 지원합니다.' 라는
것도 없이 그냥 이력서만 2장 제출되어있었다.
최근 챗GPT를 활용하여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 낼까를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 녀석이 쓴 자소서에 일부 내용들이 학생들에게서 본 내용들이었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어" 라는 문구가 많이 보였는데 이게 챗GPT가 쓰는 특정 단어였다.
자소서에 그냥 쓰면 되지 굳이 예를 들어 라고 표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외 내가 원래 알던 것에 비해 더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챗GPT가 쓴 것 같았던
자소서들의 주인들은 대부분 서류에서 떨어졌다.
붙은 친구들의 경우는 챗GPT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했지 메인으로 쓰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이러한 디테일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취업시장에서는 채용의 당락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으며
업무에서는 인정 받는 여부 역시 이런 디테일의 차이에서 발생되기도 한다.
조금은 신경 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