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찮아샘 Jun 09. 2021

때문에, 덕분에

어머니와의 기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머니는 교실 앞 복도를 닦으며, 오늘도 이 말들을 되뇌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픈 것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지난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는 생때같은 아들이 홀로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했다. 그걸 알고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모든 것들을 던져두고 아들에게 갔으리라. 본인이 그런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오늘도 아들의 병을 본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렇게 매일 썩어 문드러져가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모른 척했다. 어머니는 오늘도 학교에 나왔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마음속 엉킨 실타래가 더욱 커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서 아들을 만나면 도무지 울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그녀가 애써 병원이 아닌 학교로 발걸음을 돌린 이유였다.


 ‘내 마음이 완전히 정리가 되면 아들을 마주하겠다.’


 그렇게 한 주간 마음을 달래고 또 달랬다. 아들을 잊기 위해 학교에 나왔지만, 학교 곳곳을 거닐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났다.


 '지난날 내 아들도 멋지게 차려입은 저 선생님들처럼 환한 미소를 보였겠지? 학생들 앞에서도 얼마나 당당했을까? 내가 조금 더 아들에게 신경을 쓰고 돌봐주었다면 어땠을까?'


 본인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아들이 당당한 저 선생님들과 비슷한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를 책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학교에서 청소하는 일을 했다. 청소하는 일을 했지만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당당했다. 막내아들이 교사라는 사실은 당당함의 비밀이었다. 그 비밀 때문에 학교에서 궂은일을 함에도 항상 당당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아들이 갑자기 큰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들은 그렇게 학교를 떠났다. 어머니는 그 당당했던 모습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머니가 당당함을 잃으면 아들이 교사라는 그 사실마저 영영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균 병동은 면회 시간을 최소한으로 제한하였다. 환자들이 병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아들은 평일에 학교에서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병원에서 만날 수 없었다. 아들은 자신을 보러 오시지 않는 어머니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학교 일을 계속 이어나가시는 어머니를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께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내심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없었다.


 어머니도 사실 매일 병원으로 아들을 만나러 오고 싶었다. 학교에서 아들 또래의 선생님들을 마주하는 일보다 그게 더 쉬운 일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아들을 돌보지 못한 어미가 어찌 쉬운 길을 택할 수 있겠냐며 스스로를 옥죄었다. 아들은 매일 학교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알지 못했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 어머니의 예쁘고 풍성했던 머리카락 들은 앙상해져 갔다.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처럼 그녀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갔다.


 묵묵히 학교를 지키고 있으면 아들아 예전처럼 학교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으며, 어머니는 오늘도 또 학교에 다. 그 사실은 힘든 상황에서도 그녀가 학교를 떠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학교를 대신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이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없지만, 간절히 기도하면 이 끔찍한 상황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매일 새벽마다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마침내 어머니가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오랜 바람처럼 아들이 대신 그 자리에 서있다.  그녀가 당당함을 유지하며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셨던 것처럼 아들도 당당하게 학생들 앞에 서있다.


 아들은 홀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가장 어려운 순간에 항상 어머니가 곁에 계셨다. 그녀는 남몰래 눈물 흘리며 아들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힘겨운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 곁에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위대하신 어머니가 계시다. 우리가 하루를 버티고 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응원 덕분이다. 그 힘으로 우리는 오늘 하루도 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피, 후회 그리고 직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