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찮아샘 Jun 10. 2021

참기만 하는 사랑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사랑이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소리를 지르며 서럽게 울었다. 방금 전까지 카페에서 본 사랑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쩜 이렇게 순해요? 우리 가게가 편한 가 봐요!”


  카페 사장님이 말을 건넸다. 사랑이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고, 표정이나 행동에 변함이 없었다.


 카페엔 우리 가족과 사장을 제외하면 단 두 명밖에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평범하지 않아 보였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대화를 했고, 그들이 말하는 외제차 이야기가 카페 안 배경 음악을 압도했다. 잠시 후 사장까지 합세하여 셋이서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카페를 잘 못 선택했다. 그들의 아지트에 불청객인 우리가 찾아간 것이다. 그들에게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할까 하다가, 빨리 음식을 먹고 나가는 것으로 마음을 돌렸다. 다음엔 이곳에 절대로 오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으앙~~~~~~~~으앙~~~~~~~~~~~~~”


 집에 돌아오자, 사랑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서럽게 울었다.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사랑이가 카페에서 어른들이 싸우듯 소리를 지르며 대화하는 것이 무섭고 싫었던 것 같다. 낯설고 불편했지만 카페에서는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표현하지 못하고 참기만 하는 사랑이를 보며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는 학교에서 불편한 일이 있어도 쉽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친구가 놀리거나 별명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았고 꾹 참았다. 잘 참는 것은 내 무기였지만, 그 무기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았다.


 사랑이의 모습 속에서 표현을 못하고 참기만 하는 내 모습이 보여서, 안타까웠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사랑이를 바라볼 때, 문득 그런 눈빛을 종종 보이시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께서는 종종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셨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눈빛이 싫었다. 내가 부족해서,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그런 눈빛을 보이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이를 보며 아버지의 눈빛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눈빛은 안타까움이었다. 본인의 약한 부분을 닮은 아들에 대한 연민이었고, 미안함이기도 했다. 사랑이를 볼 때 종종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그 안타까움은 사랑이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사랑이는 아직 어려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없다. 오늘 카페에서 참기를 선택한 사람은 사랑이가 아닌 나였다. 그들에게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오늘도 참는 것을 선택했다.


  자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와 비슷한 단점이 보이면, 안타까운 마음에 자녀의 삶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자녀의 단점을 해결하겠다며 자녀를 닦달하기도 한다.


 사실 그 문제는 자녀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알고 있던 문제였기에 유독 크게 보인 것뿐이다. 자녀의 문제와 나의 문제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인의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부모의 문제가 해결될 때 자녀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때문에, 덕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