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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Jun 10. 2021

옹알이와 영어 수업

내 글 구려병을 염려하는 나에게

 “마마으마빠빠으마마빠”


 아이가 혼자 읊조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옹알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아이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들어왔다. 그 들은 것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연습을 이제 막 시작한 것이다.


 “왜 그렇게 밖에 말을 못 하니? 정확하게 좀 이야기해 봐!”


 아이의 옹알이를 보며 이렇게 반응할 부모는 아무도 없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는 것조차도 사랑스럽다. 


 한편 우리 반에서 유난히 내 목소리가 커지는 수업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바로 영어 시간이다. 내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특별히 중요하기 때문에? 아니면 내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유는 바로 내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영어를 못하는 것을 알기에 긴장해서 내 목소리가 더욱 커져 버리는 것이다. 또한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아챌까 염려되어 내 목소리를 두 배 세 배로 내며 자신 있는 척하는 것이다.


 왜 내가 뚱딴지같이 옹알이와 영어 수업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우리 아이의 옹알이를 보면서, 내 영어 수업을 떠올리면서 내 글쓰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옹알이를 처음 시작한 아이처럼 나도 최근에 제대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옹알이를 처음 시작한 아이는 참 답답할 것 같다. 왜냐면 ‘밥 주세요, 목말라요, 안아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은데,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생각은 할 텐데 말이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말들은 ‘마마마마마빠빠빠’ 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은데 도통 문장으로 표현이 잘 안 된다. 글쓰기의 시작은 분명히 즐거웠는데 어떨 때는 글쓰기가 마치 어려운 숙제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은 나는데, 왜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는 거야!”


 답답함에 내 글 구려 병이 또 도지고 말았다. 몇 문장을 가지고 수 십분 째 씨름하는 나를 보며 아내가 안타까움에 말을 건다.


“나는 당신이 글쓰기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좋아. 잘하려고 하지 말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


  아내도 또 이웃들도 내게 응원을 건넨다. 잘하고 있다고 즐겁게 글을 쓰라고 용기를 준다. 그렇다. 내가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어린아이임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가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던 것이다.


 또 최근 내 글쓰기는 마치 내 영어 수업과도 같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었다. 그러나 최근 내 글쓰기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글쓰기에 대한 높은 열망에 비해 스스로 글쓰기 실력이 부족함을 느끼다 보니 자꾸만 글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더욱 거슬린다.


 최근에는 책 출판 전에  글을 수정하기 위해서 질리도록 자신의 글을 읽었다는 한 작가의 글을 읽었다. 그 이후로는 나의 이 ‘이 문장 거슬려’ 병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빠가 네 말 다 해석해서 알아듣고 있어.”


 오늘은 집에서 옹알이를 하는 우리 아이를 더  마음껏 칭찬해 주려고 한다. 나는 말을 정확하게 하는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존재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글 구려!”


 글이 좀 구리면 어떠한가! 글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또 주변에 있는 소수의 사람에게라도 글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지 아니한가!


 또 소수의 사람마저도 내 글을 읽지 않으면 또 어떠한가!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살고자 한다. 글을 쓸 때도, 우리 반 아이들 앞에 설 때도, 또 세상을 살아갈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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