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포기한 교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
“덥지 않니? 점퍼를 벗으면 훨씬 더 시원할 거야.”
아무리 내가 이야기를 해도, A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점퍼를 벗으면 큰일 날 것처럼, 한여름에도 자신의 몸을 두꺼운 점퍼로 꽁꽁 싸맸다. 친구들보다 뚱뚱한 탓에 A는 자신의 몸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 나는 혼자 있는 A에게 고민이 있냐고 물었다.
"뚱뚱하다고 친구들이 저를 싫어해요"
A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사실 아이들이 A를 불편하게 여기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 없는 태도와 우울한 눈빛 때문이었다.
"친구들 시선은 의식할 필요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너 자신이니까."
A에게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넸지만, A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사실 나도 A처럼 고민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이 많은 남자 평교사를 싫어할 거야.’
언제부턴가 내 맘에 이런 두려움이 생겼다. 나이가 들면, 학교에서 다들 나를 피할 것 같았다. 그런 날이 오면 즉각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도 알아보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1인 출판사를 하면 내 책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삶을 더 알아보기 위해 최근에는 '1인 출판사 수업'이라는 책도 읽었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회사 다닐 때 일을 잘 못 했다면 창업은 일단 보류하자.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가 돼라, 그리고서 그곳(회사)을 떠나라.'
(1인 출판사 수업, 최수진, 세나 북스)
'나는 지금 학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되었나? 그런 다음 다른 직업을 알아보고 있는 건가?'
이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 아내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나이 많은 교사를 모두가 싫어할 것이란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된 거예요? 연세가 있으셔도 학교 현장에서 존경받는 선생님들도 많이 있으시잖아요.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당신의 마음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나이 많은 남자 교사를 다들 기피할 것이라는 내 전제에는 문제가 있었다. 아내의 말을 곰곰이 떠올리며 내 마음을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대부분의 남자 교사는 승진을 생각한다. 젊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승진 준비를 하고, 승진을 해서 교감, 교장이 된다. 교감, 교장이 되기 위해선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다. 개인적인 삶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부장교사 등 중책을 맡아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내 건강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그런 희생을 감수할 만큼 그 삶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승진을 포기한 내게 모두들 '무능력자'라며 손가락질할 것 같았다. 무능력자를 좋아할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 결국 기피대상자가 될 테고 그럼 결국 학교를 떠나야 할 것 같았다.
'근데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할까?'
그건 사실 내 선입견이자,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내 성향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생각에 맞춰 살려고 했다. 내 생각을 말하면 미움을 받을까 봐 그저 타인의 의견에만 집중했다. 그런 행동 덕분에 사람들과 큰 말썽 없이 지냈지만, 쉽게 피곤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보단 타인의 요구가 우선시되었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맑은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좋고, 가르칠 때 보람도 느낀다.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교직을 왜 일찍 그만두려 했던 걸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타인의 욕구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자신의 욕구를 잊을 때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나 자신을 최우선에 두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