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준비하는 목련

엄동설한에도 목련꽃 몽우리

by 푸른 반딧불

처음엔 어르신이 오후 5시경 문을 닫아도 숨이 막혔다. 마치 나를 가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온전히 나만의 생각인 건 당연하다. 어르신이 나를 좋아하고 든든하다고 칭찬하시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다.


나 역시 마치 친정엄마와 사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하게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을 주님께서 인도하셨다고 믿는다. 그게 보통 그리스도인의 생각이다. 고난도 그분의 준비하심이라고 순종하며 받아들인다.


지금 와서 보니 요양을 시작한 첫해에는 선택 기준도 없었다. 키가 180 정도 되는 남자 어르신인데 1등급인데 하면 할 수 있으려니 하고 겁 없이 수락했다.


지금 와서 보니 힘들었던 것은 이러한 불평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엄청난 시련을 주심으로 지금에 감사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몇 시간 정도 일했다.

지금은 아예 같이 산다. 이분은 96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해가 넘어갈 무렵이면 어르신이 커튼을 내리는데도 괜히 나는 세상과 격리되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완전히 깜깜해지는 밤에야 어쩔 수 없지만 외부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게 왜 그리 힘들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시장 가는 것과 어르신과 함께 외출하는 것 빼고는 24시간 외출이 안된다는 것은 쉽지는 않다. 그렇게 산지가 1년이 2개월이 넘다 보니 지금은 이 안에서 지혜롭게 지낼 수 있는 것과 타협하게 된다. 자유,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모든 것을 다 제공해 주니까! 하지만 언제든지 불시에 어르신의 가족들이 사전 통보 없이 찾아오는 것도 어려움이다.

이런 삶은 흔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출퇴근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에게는 남들이 다 있는 퇴근이 없는 것이다. 당직을 한다 해도 퇴근이 있다. 하지만 외부에 나가는 것이 없는 입주 요양보호사이다.


휴가는 보통 1개월에 1~2일을 사용하고 나도 그때 병원에 가거나 밀린 상담센터 일 등을 처리한다.


사실 어르신은 너무 좋으신 분이다.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신다. 어머니처럼 소중하게 섬긴다. 식사도 최대한 밥을 맛있고, 영양 있게 지어드린다. 들어가는 잡곡과 불리는 시간등 여러 가지 요소를 다 따져서 밥을 짓는다.


당뇨환자 이기 때문에 당뇨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리를 해드리려고 한다. 최대한 양념을 자제하려 애쓴다. 또한 치아가 안 좋기 때문에 음식이 질기지 않아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사실 병원에서 만났는데 변비로 인한 문제가 오랫동안 누적되었고, 우울도 심했다. 하지만 전에는 방문 요양보호사가 3시간 돌봄을 해 드리다 보니 어르신 혼자 너무 작은 양을 드시고 부드러운 편식 만을 하신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대장에 문제가 생겨서 거의 노환으로 엄청나게 온 가족이 허둥지둥했을 때 병원입원 첫날 만났었다.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은 아닌데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 관장을 해드려서 묵은 변이 나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변비를 위한 처방으로 염장 쌈다시마를 사서 매끼마다 드리고 있다. 명원에서 처방받아 온 약을 다 드시기 전에 변비는 말끔히 사라졌다. 지금은 당화혈색소도 음식으로 인해 매우 좋아졌다. 또한 같이 생활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노인 우울도 사라졌다.


며칠 전 아드님이 어머니에게 정중하게 건의를 드리며 물건을 버리는 것에 대해 당근이나 이웃 나눔을 권하셨다. 어르신은 약간의 치매가 있고 연세도 거의 백세가 다되셔서 분별력이 좀 떨어지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시어 낮잠을 주무시는 사이에 조용히, 결국 어머니가 버리라고 하실리는 없어 보여할 수없이 평생 쓰시던 이불과 한복등을 분리수거 통에 버리고 돌아오는 길이다. 오래된 이불과 1년 이상 입지 않았던 옷을 정리하였다.


결국 예전에 쓰시던 물건을 버리느냐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신뢰가 생겨서 인지 보호자인 아드님이 기준을 말해주어 어르신의 물건을 정리해 분리수거하고 오는 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높은 나무 위에 목련이 보였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새순을 바라보는데, 입주요양 보호사로 살아내는 나랑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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