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나무

암을 극복한 딸에게

by 푸른 반딧불

며칠 전 너로부터 받은 전화,

가뭄에 말라 갈라진 땅이 단비를 기다리듯

반가웠다.


아빠와 너의 시부모님에게 "왕과 사는 남자" 보여드린 것 잘했어.


네가 엊그제 산책하며 소소하게 찍어 올린

아주 작은 꽃송이를 보고

하트를 누르면서 나도 안부를 전한다.


지금은 브런치에 네게 들려줄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있어.

이건 상상의 나래이니까 화내진 않을 거지?


지금은 장애를 극복하고 공부해서 대학병원 약사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으니 든든해.


이 글을 네가 언제쯤 볼지 모르지만 엄마가 시를 지었어.


10살에 암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게 된 거라 "부러진 나무"로 묘사했어. 그리고 네가 다른 나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나무가 된 거야!!

이건 엄마의 상상으로 시를 쓴 거니까 이해해 줄거지?






(딸이 찍어 인스터에 올린 사진)




30년 전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화마가 지나간 자리

세월 지나 꽃이 피고

새도 놀러 오고

이제는 푸른 나무 되어


아무도 모르지만

그 폭풍으로 부러진 나뭇가지


아픈 상처 가슴에 품고

이만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찾으며 지나온 세월


목발 두 개로 겨드랑이 굳은살로

아프던 시절

나중에 목발 하나 버리고


목발을 지팡이 두 개로 걷다가

나중엔 지팡이 하나로 딛고 살던 청춘


이제는 지팡이도 버리고

두 다리로 걷게 되었어


불에 거스른 나무 보듬어 주며

나도 10살 때 부러졌던 나무였단다

아픔도 시련도 이기고 나니

새 줄기가 나와 더 단단하게 자란 나무


아마 이번 봄 비가

아픈 너희를 보듬어 줄 거야

저 땅속에 새싹 친구들과

날아오는 꽃씨 친구들

다시 외롭지 않게 될 거야!


얘들아!! 희망이라는 씨앗은

누구나 갖고 뿌릴 수 있단다.

이 봄에 나와 같이 씨 한번 뿌려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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