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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노숙자인터뷰

헝가리에서 온 미미 아저씨

 두 번째 노숙자 인터뷰는 바로 이틀 뒤에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초밥을 만들고, 오후 늦게 마쳐서 신문 파는 일은 못 가고, 연신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몸도 안 좋고 해서 그날은 다음 인터뷰를 위한 노숙인을 찾지 않을 생각이었다. 엊그제 복서 출신인 리차드 형님을 만나서였을까? 지나는 길에 보이는 노숙자들이 다르게 보였고 더 많은 눈길이 갔다.

     

 아니 그날은 좀 쉬고 싶었다. ‘봐도 오늘은 무시하자’ 생각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 5분 남짓 집을 남겨둔 거리에서 미미 아저씨를 만났다. ‘아, 아저씨 눈빛이 왜 그런가요?’ 눈에 약간의 슬픔이 서린 듯 한 그 느낌이 나를 멈추게 했다. 나 역시도 저녁 밥 못 사먹고, 시리얼로 때우는 가난한 학생인데 라는 생각이 동시에 하면서도, 복서 형님과 나를 위로 해주었던 ‘그’ 노숙자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 결국 1유로를 건넸다. 

 다가오는 나를 계속 처다 보다가, 내가 건 낸 고작 그 1유로에 연신 ‘Thank you’를 외치시며, 손으로 십자가를 그려주셨다. 그냥 1 유로일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했다. 아무 배경도 없이 인터뷰하기 그래서 물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이 아일랜드인이 아니어서, 어디 출신이냐 물어보니 부다페스트에서 왔다고 한다. 얼마 전에 내가 부다페스트 여행했다고 하니, 너무 반갑게 웃어 주시더라. 그런데 왜 부다페스트에서 여기로 왔냐하니 여기 보다 더 경기가 안 좋다 그랬다. 사실 부다페스트가 더욱 화려해보였지만, 한 골목만 안으로 들어가면 너무 낙후된 도시였어서 공감했다.      

‘내 이름은 미미야, 3개월 전에 헝가리에서 여기로 왔어. 일자리를 찾으러 왔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구걸을 하면서 노숙을 하고 있어. 하루에 얼마 버냐고? 적은 날은 5유로 정도, 많이 번 날은 하루에 10유로도 벌어. 끼니는 어떻게 하냐고? 하루 한번 정도 2~3 유로정도 샌드위치나 그런 것 먹어.’     

 당시엔 나도 하루에 쓰는 돈이, 쓸 수 있는 돈이 3유로 내외였다. 그래야만 아일랜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집이 있고, 이 아저씨는 없다. 그 밥을 해먹을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어쩌면 큰 차이가 아니겠는가?      

‘어디서 자냐고? 보통은 이런 교회 같은 곳에서 비를 피할 수 있으며 자지. 그리고 혹시나 많이 번 날은 5 유로짜리 쪽방이 더블린 외각에 있어. 잠만 잘 수 있는 곳이야. 멀리멀리 있어’     

 막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있는 찰나, 지나가는 아저씨가 식빵이랑 우유를 건냈다. 미미 아저씨가 고맙다고 말하고는 우유는 되돌려주었다.      

‘우유 같은 건 받아도 안 먹어, 진짜 도와주려고 주는 사람도 있고, 버릴려고 하는 것들 주는 경우도 있고 해서 음식도 골라서 받아야해. 우유는 상하기 쉽잖아. 꿈이 뭐냐고? 그런 것 없어. 하고 싶은 거? 그런 것도 없어. 가지고 싶은 거? 음, 사실 아파트 2개가 갖고 싶어’      

 사실은 방 2개짜리 아파트 인지, 아파트 2개가 가지고 싶은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다.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하면서도 처마 아래로 물은 계속 떨어졌다.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흔쾌히 사진 찍어주셨다. 모자에 완전히 가렸던 얼굴까지 보여주면서 악수를 하려고 손을 건내는데, 차갑고 더러웠다. 나는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도 언젠가 노숙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아니 불쾌할지도 모르는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다. 아저씨가 오히려 꺼려하는 모습이 보여서 내가 잡았다. 너무 차갑더라. 너무 차갑더라. 나만 악수하고 아저씨는 내 손을 잡다가 말았다. 나는 아저씨가 집을 가졌으면 좋겠고, 다시 부다페스트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그냥 웃으신다. 영어 잘 못해서 미안하고 말씀하시면서 계속 비를 맞으셨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데. 내가 뭘 해야 하나? 뭘 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꿈에 대한 생각이나 교훈은 안 들고 내가 무능력해보였다. 씁쓸하기도 차갑기도 한 두 번째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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