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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쉐프이자 신문팔이

힘들고 고단했고, 하지만 돌아갈 곳은 없었다.

 지원 자격은 이러했다. 군 필에, 주방일 경험자 우대, 성실하고 힘든 일마다하지 않는 사람 등 뭐 이런 내용들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카톡으로 영어로  문의하라 했고, 나는 거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대용량 카톡을 보냈다. '나는 장교 전역자이고, 주방일 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힘든 일이라는 거 잘 할 수 있다.  일에는  일머리라는 게 존재하고 나는 그것을 가지고 있으니, 주방 경험 없어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불러서 일 시켜 보고, 맘에 안 들면 돈 안 주고 돌려 보내도 된다. 답장  기다린다.'의 내용을 보냈다. 당시에는 무슨 용기가 그렇게 있었는지 모르겠다. 


 카톡을 읽고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답장이 왔다. '내일 7시까지 어디 주방으로 와라.' 사실 답장도 기대 안 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던 중 이었다. '뭘 해야 하지? 더 준비해갈 건 없나?' 생각하며 초밥 메뉴를 외웠다. 어디 레스토랑 주방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30분 일찍 도착했더니 이미  다른 선배들이 일하고 있었고, 나도 바로 일에 투입되었다. 밥을 작은 롤 머신에 넣고, 김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그 속에 내용물을 넣는 작업을 했다. 아주 쉬워 보였고, 엄청나게 혼났다. 내가 쓴 물건을 쓰고 바로 원래 자리로 돌려 놓아야 하는 게 쉽게 몸에 베이지 않았고, 일을 빨리 하면서 청소까지 바로 바로 해야 하는 일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Why?'라는 말이 입술 안에서 맴돌며, 입술이 푸르르 떨렸지만, 참아야 했다. 그냥 'Yes'맨이 되어서 'Okay'만 연발하며, 여기서 저기서 시키는 일들을 했다. 말 그대로 실수 연발. 만들던 초밥도 떨어트리고, 흘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밥 먹고 청소 계속하라 했지만, 일도 못하는데 밥까지 먹기가 좀 그랬다. 그리고 설거지를 빨리 하는 건 아니었지만, 꼼꼼히 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을까? 아무튼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았고, 결국에는 나는 채용되었다. 얼떨 결에 나는 아일랜드라는 나라에서 초밥 쉐프가 되었다. 사실 라면 말고는 해본 요리가 즉석요리 말고는 없었던 안티 부엌주의자 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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