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직장인은 워킹맘이 되나요, 전업맘이 되나요?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아기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초음파 속 아기는 아직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은데, 그 작은 아기의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었다. 대견하고, 고맙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이 흘러갔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서 불만이 생길 때 이 감정을 기억하세요. 공부 못한다고 뭐라 하지 말고.”
의사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 순간을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 6주, 아기 심장 소리를 처음 듣던 날
“저 임신한 것 같은데, 혹시 엑스레이 안 찍어도 될까요? 아직 병원을 못 가서 미리 말씀 못 드렸어요.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내년에 임신 계획 있다며, 왜 이렇게 빨리 임신했어?”
이상하다, 임신은 축복이라던데…? 이런 말을 들어야 할 줄은 몰랐는데….
- 4주, 부장님과 나누었던 대화
“아기 태어나면 어떻게 할 거야?"
“저 육아휴직 6개월 쓰고 ×서방이 육아휴직 3개월 쓸 거예요."
“그건 아니다. 인사고과에 영향이 없겠니? 그리고 아빠 혼자 아기 못 봐. 엄마가 봐야지."
- 10주,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
“정말 각오가 되어있어? 아이는 누가 키워줘?”
- 부장님의 질문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거야?”
- 몇몇 친구들의 질문
“나 퇴사할래.”
- 일주일에 한 번은 남편에게 했던 말
임신한 직장인은 자동으로 워킹맘이 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임신을 함과 동시에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짧은 육아휴직으로 인해 5개월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임신을 하고 보니 맞벌이 부부가 부부만의 힘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게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계속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언젠가 퇴사하고 싶어질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다. 부디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는, 아니 덜 후회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의 생각을 기록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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