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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 Jul 01. 2020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알 수 없는 너

아이의 얼굴보다, 아이의 생각이 더 궁금하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가 딸꾹질하는 것이 느껴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무언가 뛰는 느낌이 느껴지면 태아가 딸꾹질하는 거라고 했다. 양수 속에서 호흡 연습을 하는 중에 딸꾹질이 나오는 거라고. 그 느낌이 느껴질 때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작은 우리 아이도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구나, 하며 대견하다.

 남들보다 태동을 늦게 느껴서 당시에는 왜 나는 태동을 못 느낄까? 둔감한 편일까? 생각했었는데, 임신 9개월 차인 지금은 태동을 느끼지 않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태동이 무척 활발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특히 저녁을 먹고 소파에서 쉬고 있거나 잠자리에 누워있을 때 가장 많이 느껴진다. 아이의 발로 추정되는 딱딱한 것이 배 한 쪽을 한참 동안 밀고 있기도 하다. ‘아이가 정말 내 안에 있구나’를 알 수 있는 소중한 태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마지막 회에서 만삭 임산부가 태동이 며칠 없었다고 한 뒤 초음파를 보는 장면이 있다. 아이의 숨이 멎은 상태였고, 한참 동안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한참 울고 나서는 가끔 내 태동이 한참 동안 잠잠할 때면 그 장면이 떠올라서 무섭다. 예고라도 해줬다면 그 장면을 안 봤을 텐데, 괜히 걱정만 많아졌다. 그 장면을 보고서 좋은 점은 딱 하나, 가끔은 조금 아프게 느껴지는 태동도 아이가 건강함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생각되어 감사하게 된다는 점이다.    


 쉬고 있을 때나 길을 걸을 때 자주 손으로 배를 쓰다듬는데, 그때마다 아이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이는 내 배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건 알고 있을까? 아이의 얼굴보다도 아이의 생각이 가장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아이와 내 인생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시기인데 가장 아이를 모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모습은 초음파로 몇 주에 한 번씩 훔쳐보기만 할 뿐이며,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고 있는지 깨어있는지도 잘 알 수 없다.

 태어나서도 아이와 나는 한동안 가장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아이가 자라며 아이가 하는 생각들을 내게 모두 말해줬으면 좋겠다. 언젠가 사춘기가 오고 많은 비밀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힘들고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엄마인 나였으면 좋겠다. 아이가 나를 항상 의지할 수 있도록, 아이의 사소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훨씬 전에 성장이 멈춰버리고 노화가 시작된 내 몸에, 아이가 생기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게 신기하다. 어떻게 생명체의 몸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 수 있도록 진화했을까? 글을 쓰는 중에도 아이는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이제는 임신하지 않았던 예전의 내가 낯설다.

 임신하면 갑작스럽게 많은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해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변화는 적응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로 천천히 다가왔다. 배가 불러오는 것도 아주 천천히, 몸이 붓는 것도 차근차근히, 살도 미세하게 쪘다. 피곤한 건 늘 만성피로 상태여서 임신으로 피곤한 건지 내가 원래 피곤한 건지 알 수 없다. 변화를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변화해서 가끔 보는 사람들만 많이 변했네, 라고 하지만 변화를 겪는 당사자인 나는 어제나 오늘이나 별다를 것 없는 상태를 보내고 있다. (물론 그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엄청난 변화가 되었고, 힘들긴 힘들다.) 임신이 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벌써 둘째를 임신할 생각을 하면 무섭긴 하다. 몸의 변화를 겪는 것보다, 다시 아이의 기형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이 잘 형성되어있을지 걱정되는 점이 무섭다. 처음부터 ‘엄마, 나는 건강해요.’라고 말해주면 좋을 텐데. 지금도 혹시나 아이가 태어나서 어떤 병이 있을까 봐 무섭긴 하다.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은지.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내 그런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 응답해주는 것만 같다. 아이의 태동이, 심장 박동이, 딸꾹질이 내게 위로와 버팀목이 된다. 아이는 평생 모르겠지,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나는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몰라. 그러니 너도 언제나 엄마를 사랑할 수 있도록, 좋은 엄마가 될게.


사랑스러운 내 배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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