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3일 차, 아이의 이름이 생긴 날. 나는 노트북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아이사랑' 홈페이지가 띄워져 있었고, 나는 내가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을 살펴본 후였다.
어린이집을 살펴보고 절망감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은 미인증기관이어서 꺼려졌고, 다른 어린이집은 대기자 수가 엄청나서 정원 두세배만큼 대기자가 있었다. 아이를 너무 어릴 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속상한데, 미인증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단지 내 어린이집이 개원 예정이었지만, 언제 개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다음날 문의해보니 10월 중 모집하여 개원한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괜히 울었지?"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린이집 때문에 또 우는 일이 생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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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린이집 개원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공고에 적힌 원장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20년생인데, 21년 1월에 입소할 수 있을까요?" 원장님은 그때 자리가 날지 확실하지 않다며, 지금 입소하길 권했다. "지금 아이가 50일인데요..." 입소 날까지는 이주 남짓이 남았고, 입소할 때면 아이는 60일쯤이었다.
맘카페에 조언을 구해보니 모두 지금 입소를 하라고 했다. 단지 내 어린이집은 자리가 잘 안 난다고들 했다. 남편도 지금 보내자고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고, 집에서 1분 거리이니깐. (우리 동 바로 앞에 있다)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에 등록은 해놓고 가정 보육을 많이 하니깐, 나도 입소만 하고 가정 보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린이집 신청 전날, 어린이집 개방이 있어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원장님과 선생님은 친절하고, 어린이집은 깨끗하고 밝다. 0세 반 상담을 하고 싶다 하니 0세 반으로 안내를 해주셨다. 아이가 있을 공간은 우리 집 안방만한 크기의 깨끗한 공간이었다. 작다. 작디작았다. "다른 분들에겐 이렇게 말을 안 했는데, 어머님은 지금 입소시키셔야 돼요." 5개월짜리를 보내는 것도 마음 아픈데, 2개월인 아이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찢어졌다. 입소만 해놓고 가정 보육을 해도 된다지만 퇴소당하지 않으려면 한 달에 10일은 등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어리니 천천히 적응시키기를 권하면서, 아이가 어리니 오히려 빨리 적응할 거라고 했다. 지금은 엄마가 누군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니깐...
보육교사인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니 아이가 너무 어리다고 보내지 않길 권했다. "애착이 중요한 시기인데, 아기에겐 사랑이 많이 필요해." 나도 같은 의견이었다.
어린이집 대기를 넣는 날까지 나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로, 10시가 되자마자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넣었다. 10월로 넣어야 할까, 1월로 넣어야 할까. 겨우 3개월 차이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복직하려는 걸까. 혹시나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복직하는 게 맞을까... 나는 1월로 신청을 했다.
입소 대기 순번이 처음에는 5번째/6명이었다가, 8번째/22명으로, 다시 11번째/30명에서 12번째/34명으로 밀렸다. 계속 순번이 밀리는 걸 보니 10월로 입소 신청을 할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0세 반 정원은 9명이고, 1월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 10분 거리의 미인증 민간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가까운 국공립 어린이집을 두고 내가 왜 그랬을까. 뭐가 맞는 걸까.
그러다 어린이집 안내장을 보고, 펑펑 울었다. '등원하는 영아의 상태'를 보니 아이가 등원을 거부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거실에서 자는 아이는 너무 작고 연약하다. 아이는 잠을 자다 깨어나 자기 앞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잉 하고 울었다. 나는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아이가 우는 내 모습을 보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복직하고 싶지 않다. 퇴사하고 싶다. 아이와 살을 부대끼며 최대한 오래 함께하고 싶다. 워킹맘 되기 힘들다, 보육교사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워킹맘 대단해! 하지만 일보다 아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생각해."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무섭다. 오늘은 아이가 태어난 지 58일째이고, 복직까지는 111일이 남았다.
결국 어린이집에 떨어졌다. 입소가 확정된 아이들은 어제 오후에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사실은 어젯밤부터 후회했다. 짧게라도 보낼껄. 여기 안되면 비오는 날 걸어서 10분 등원을 어떻게 시키지?복직을 안할 수 없는데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아침의 결정은 완벽한 오판이었다.감정에 취해 손익계산을 잊었다.
다음날인 오늘, 확인해보니 20년 1월 입소는 순번이 8명인 반면, 10월로 해놓으니 1순위이길래 10월로 대기날짜를 바꿨다. 이제 0세반 누군가가 퇴소해야 우리 아이가 입소할 수 있다. 아무도 퇴소하지 않겠지, 0세반을 보내는 부모는 아마도 모두 가정보육이 어려운 맞벌이일태니. 누군가 퇴소하는 기적을 바라는, 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