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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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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Aug 22. 2021

명품을 든다고 명품이 되는 게 아닌 것을 알지만,

그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 없다

 명품, 그중에서 가방에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돈이 없어서 그랬을까. 내 월급에 비해 과한 소비라고 생각했고, 결혼자금을 모으는데 바빴다. 그러다 보니 30대 초반이지만 가지고 있는 가방은 딱 한 개. 돈이 아까워서 큰 가방은 사지 못하고 유럽에서 오십만 원 정도의 프라다 미니 백을 골랐는데, 너무 작아서 휴대폰을 넣으면 닫히지 않는 정도다. 그래도 명품가방 하나 있다고 각종 결혼식, 모임 등 행사가 있을 때면 그 가방을 찾았다.

임산부 시절, 아주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도 프라다 가방을 찾았다. 더스트백으로 곱게 싸놓은 가방을 꺼내어 카드를 넣고, 다른 짐은 종이가방에 넣은 채 출근을 했다. 출근길에 이게 다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장 동료가 바로 가방을 알아봐 주자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직장동료는 평생 워킹맘으로 일만 하며 살았는데 뒤돌아보니 남는 게 없다며, 우리 함께 돈 모아서 1년에 가방 한 개씩 사자고 했다.

 그러려고 했으나 육아휴직 중 퇴사를 했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또 코로나 때문에 외출할 일도 거의 없고 꾸미고 나갈 일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갑자기 명품가방이 너무 가지고 싶어졌다. 지나가는 사람의 가방만 보일 지경이었다. 자동차를 바꾸고 싶어 하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차 바꾸면 그 금액의 10%로 가방 하나 사줘."

 반은 장난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운 좋게 시부모님께서 돌까지 아기를 키우는데 수고했다며 가방을 사는 데 돈을 보태주시기로 했다. 나는 명품 매장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매장에 들어설 때는 너무 어색하고 오면 안 될 곳을 온 기분이었지만, 여러 매장을 방문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곧 가방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가방을 보면 이게 예쁘고, 저 가방을 보면 저게 예뻤다. 집에 와서 오늘 본 가방을 정리하고, 가방을 보고 또 봤다. 처음에는 200만 원짜리 가방이 너무 비싸 보였는데, 400, 500만 원짜리 가방이 즐비한  보다 보니 200만 원짜리 가방이 저렴해 보였다. 빨리 갖고 싶어 현기증이 난다고 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자신이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남편은 1년 넘게 차를 사고 싶어서 매일 저녁 유튜브, 중고차 사이트 등을 찾아본다)

 이제 결정만 하면 되는데 쉽지 않다. 무엇을 사든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할 것 같다. 아무리 명품백을 들여도 대중교통을 타면 짝퉁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운전을 못 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가 명품가방 드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그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 없다. 가방을 사는 순간, 그 갈망이 채워지면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명품을 든다고 명품이 되는 게 아닌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명품백에 대한 열망이 멈추지 않는다. 명품백이란 대체 무슨 존재일까. 이 갈망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단 하나 있는 프라다 미니백. 들고 있는 회지가 더 명품일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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