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오랜 직장생활의 이점
브런치 작가가 된 지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하고 나서 '브런치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받고는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기쁨과 설렘을 느꼈다. 바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프로 직장인 생존 코드'라는 직장 생활을 주제로 한 브런치북 연재를 하고 있고, '팀장의 리더십 비밀 노트'라는 매거진에 글을 조금씩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과 직장인을 주제로 한 다른 작가님들의 흥미로운 글들을 접하게 되었다. 신선한 시각, 생동감 있는 경험담 등 직장인 서사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직장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퇴사'를 주제로 한 작품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왔다. 퇴사일기, 퇴사준비, 퇴사 전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회사 다니면서 독립과 탈출을 시도하는 내용, 준비 없이 퇴사를 맞이한 악몽 같은 경험담, 퇴사 후 창업일기 등.
더구나 '퇴사'를 소재로 다룬 브런치 글들이 브런치 앱의 '인기글', '에디터픽',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자주 노출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퇴사라는 주제가 직장인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핫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최근 출간된 자기 계발서들 중에서 퇴사를 주제로 한 책이 얼마나 많은 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알라딘 도서 검색창에 '퇴사'라고 치니 퇴사 관련 도서들이 줄줄이 끝도 없이 나왔다. 제목들이 하나같이 자극적이고 눈길을 사로잡았다.
<20대여, 퇴사하라>, <서른 살, 비트코인으로 퇴사합니다>, <퇴사 말고 강사>, <퇴사하겠습니다>, <퇴사 후 목공방 창업>, <퇴사인류 보고서>, <나는 무인 매장으로 퇴사합니다>,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퇴사 후 세계 여행하는 흔한 부부 이야기>,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조용한 퇴사>, <나는 퇴사하고도 월 100만원 더 모은다>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이거 참 정곡을 찌르는 문장이다. 이 정도면 가히 '퇴사열풍'이라 할만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조용한 퇴사'가 유행했는데 그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MZ세대들이 조직생활보다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일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다. MZ세대의 주요 특징으로 '일의 의미감'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자주 꼽는데, 많은 회사들이 이런 특성에 부합하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구나 회사가 직장인을 평생 울타리 속에서 보호해 주던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되었다.
하여튼,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에 방점이 맞추어진 글과 책들의 향연에 대한 우려도 생겼다.
퇴사를 부추기는 듯한 글, 회사 밖에 나가야만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글, 자영업이나 1인 기업가를 하면 돈과 자유를 쟁취할 것처럼 포장한 글 등.
한쪽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강해서 직장인들이 선입견이나 판단 착오에 빠질까 걱정되기도 했다.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대편 시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생겼다. 현명한 직장인이라면 퇴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회사 오래 다니기'의 이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힘들게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것도 나름 괜찮다.'
'퇴사를 감행하기 전에 1년만 더 회사를 다녀보시라.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
상사와의 갈등이나 고민거리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기도 한다. 조직변동과 인사이동으로 상사가 바뀌고 업무분장이 변하기도 한다. 사내 경쟁자가 먼저 퇴사해 버리고 내가 능력 있는 일꾼으로 서서히 인정받기도 한다.
만약 현재 회사가 너무 엉망진창이어서 도저히 기대할 게 없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해 보자. 회사는 바꾸더라도 직장 생활을 꾸준히 하면서 커리어를 쌓다 보면 경쟁력도 생기고, 생각지 못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물론 준비된 사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많은 회사들이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꼭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야를 넓혀서 중견기업이나 건실한 중소기업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거기서 궁합이 잘 맞고,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를 발견할 수도 있다.
밖으로 나가서 창업을 하더라도 고객 유치를 위해 필사적으로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 상사와 동료를 만족시키는 일도 힘들지만 밖에서 고객 유치 활동을 하는 게 훨씬 어렵고 강도 높다. 진상 고객도 유연하게 다뤄야 한다.
사원~과장 시기에 실무를 착실히 배우면 차/부장급으로 가면서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숙달된다. 특정 업무에서 사내 전문가가 된다. 승진하면서 후배들이 입사하면 실무에 허덕이지 않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점점 권한도 커지고 자율성도 생긴다. 물론 부장급이나 임원이 되면 매출과 수익 목표 달성이라는 부담감이 커지지만 개인 사업자의 매출 스트레스보다는 덜할 것이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오랜 직장생활의 이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래'라는 의미는 20~40년의 장기적인 시간을 말한다. 시간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생각해 보자.
부장, 임원급, 경영진들은 맨날 힘들다는 얘기만 한다. 자기들은 조직에서 희생의 제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엄청난 스트레스, 오너 눈치보기, 부하직원 관리, 고객사 접대 등 하나 같이 고역이라고 말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라고 엄살을 부린다.
과연 그럴까? 그럼 그들은 왜 그렇게 부장이 되고 임원, 경영진이 되려고 애쓰는 걸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회사 오래 다닐 때의 이점 8가지>
1) 동료 경쟁자들이 저절로 줄어든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동료들이 이직하거나 창업을 한다. 어떤 동료는 윤리적인 문제로, 어떤 동료는 건강 문제로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20~30여 년 후 뒤돌아보면 입사동기 중 단지 몇 명만 남게 된다.
2) 업무 전문성과 차별성을 확보한다(본인의 꾸준한 경력 개발 노력 필요).
오랜 세월 속에서 나만의 고유 업무 영역이 확장된다.
3)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승진한다.
오너, 경영진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고, 능력을 점차 인정받는다.
4) 자율성과 권한은 더욱 커진다. 내 조직이 생긴다.
지시받으면서 일하는 단계를 서서히 벗어난다. 점진적으로 '자유'와 '자율성'이 생긴다.
오랜 세월 속에서 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조직이 생긴다.
5) 연봉 인상, 복리후생, 법인카드 혜택, 퇴직금 증가
6) 단절 없는 경력 관리
지속적인 경력 관리는 이직할 일이 생길 때 강력한 무기가 된다.
7) 후배들이 먼저 퇴사한다
건강문제나 가정사, 창업 등등 이유로 후배들이 먼저 퇴사하기 시작한다. 조직장을 맡고 있던 후배들이 퇴사하면서 그 공백을 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지 못한 기회가 올 수 있다.
8) 정년 후에도 일할 기회가 생긴다
어느덧 정년. 회사마다 사람은 필요하고 마땅한 사람은 없는 상태다. 더 일할 기회가 생긴다.
100세 시대의 도래. 앞으로 정년은 연장되거나 없어질 것이다.
'직장생활 오래 할 때의 이점들을 상상해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당신은 20~40년의 긴 시간 속에서 자신의 업무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가?'
조직생활이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직장생활 꾸준히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닌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회사들의 평균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시대이니 여러 회사를 거쳐갈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일생은 길어졌지만 회사 평균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런 장기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자기만의 무기를 갖추기 위한 경력을 계발해야 한다. 기회가 다가올 때 자신 있게 낚아채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 사업을 하더라도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4번 퇴사하고 이직했다. 하지만 이직하면서도 회사생활은 이어갔다. 오래 직장 생활하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아직 39년 차 직장인으로 회사 다니고 있다. 회사 생활 오래 한다고 해서 삶의 주도성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주도성이란 어디서든 자기가 하기 나름이다.
요즘은 청년취업이 무척 어려운 시대다. 천신만고 끝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1~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다. 1년 내 퇴사율은 16.1%에 달하고, 1~3년 내 퇴사를 합치면 무려 60.9%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각 개인들에게 얼마나 힘든 속사정이 있었을까?
이들 중 상당수는 독립하기보다는 아마도 타 직장으로 이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신입 시절부터 자주 이직하다 보면 커리어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칫 조직생활이 적성에 잘 맞는 사람들도 창업이나 자영업으로 등 떠밀려 나갈 수 있다.
정말 체질적으로 조직생활이 어려운 사람, 또는 독보적인 사업 아이디어와 영업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