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가난을 싫어한다. 부유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부자들도 가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쩌면 가난한 사람보다 더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토록 가진 것을 내놓지 못하는 인색한 졸부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가난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지어 축복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사실 가난을 축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스갯소리로 ‘성공하려면 빈농의 자식으로 자라야 한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었다. 예전에는 그만큼 가난을 경험해본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당시에는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전설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지출처 : http://slownews.kr/53922)
나 역시 가난 속에서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더 어렵게 살았던 사람들에 비하면 그렇게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사람들에 비해 가난을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느낄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위 친구들에 비해 가난했던 것만은 분명했다. 버려진 고철버스에서 네 명의 가족이 살았으니 그리 녹록치 않은 삶이었다. 어린시절의 내 별명은 ‘버스집아이’였다.
아주 어릴 때는 몰랐다. 그러나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가난이 싫었다. 친구들과 비교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버려진 버스 같은 환경에서 살길 원하겠는가. 그래서 그러한 환경을 만든 아버지가 미웠다. 무능 그 자체라고까지 생각할 정도로 싫어했다. 그런데 성장하고 보니 어린 시절에 밑바닥을 경험했다는 것에 때론 고마움마저 느껴진다. 그런 이야기를 대중에게 종종 꺼내기도 한다. 반반을 못해서 그렇지 아마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리라. 당연하다. 젊은 날의 나 역시도 그런 소리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만일 아버지가 선산을 날려버리지 않고 그 모든 재산을 다 가지고 계셔서 천만장자가 되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철딱서니 없는 탕자가 되었을 것이다. 온갖 쓸데없는 잡일들로 쾌락을 추구하며 방탕하게 살지 않았을까. 가난했기에 겸손함도 배웠고, 가난했기에 남다른 눈치도 배웠고, 가난했기에 늘 위기의식이 있었고, 가난했기에 누구보다 성장하고자 하는 열의도 강했고, 가난했기에 스스로 독립심을 가지려 노력했고, 가난했기에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두려움도 적었다. 설령 잘못되어 추락한다고 하더라도 제자리이니 무엇이 두려울까 싶기도 했다. 밑바닥에 가까운 삶이었기에 올라갈 길만 있었다. 조금이라도 올라갈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희망이었고 곧 즐거움이었다.
철딱서니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가난으로 인해 나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성장시켜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고 성장할수록 그러한 삶의 절박함은 더 강렬해졌고, 이는 내 삶을 움직이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만일 가난으로 고민하고 있는 청춘이 있다면 그에게 가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가난은 청춘의 잘못이 아니다. 가난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은 없다. 가난은 가난일 뿐이다. 단지 부모가 가난할 뿐이다. 물론 부자에 비해 불리한 면도 있다. 하지만 가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태도에 가난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난이 축복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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