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이성에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이성을 멀리 했던 측면도 있었다. 청소년 때까지는 정말 숙맥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없었다. 여학생 앞에 서자 혀가 굳어버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도 건네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졌다.
이렇게 용기가 없어서는 앞으로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자들에게 말 건네는 연습을 시작했다. 잘 모르는 여고생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은 “죄송하지만 지금 몇 시예요?”, “○○병원까지 가려면 어떻게 가나요?” , “○○지역 가려고 하는데, 어느 버스를 타야 되는지 아세요?’ 등의 간단한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이런 질문을 건네는 것조차 힘겨웠다. 말조차 꺼내보지도 못하고 ‘어버버’하고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잦은(?) 연습을 통해서 많이 단련되었다. 몇 개월이 지나자 소위 여자를 사로잡는 말도 한 마디씩 건넬 수 있었다. 덕분에 얼굴에 철판 까는 배짱과 더불어 말하기 기술도 어느 정도 향상되었다.
처음에는 화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말하기 표현에 주력했지만, 성인이 되면서 좀 더 다양한 표현력이 필요했다. 특히 말이 아니라 연애편지를 주고받아야 할 때는 글쓰기 능력이 요구되었다. 지금이야 편지 쓸 일이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손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곤 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시집이나 수필, 소설 속의 문구를 편지에 인용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펼치곤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옮겨 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씩 반복하면서 글을 옮겨 쓰다 보니 필력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늘었다. 덕분에 군대 가서는 고참의 연애편지까지 대신 써주기도 했다.
실제로 연애를 하면서 ‘사람마다 참 다르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 사람의 심리와 성격이 조금씩 궁금해졌다. 사람들과 맺은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싶었던 탓이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랑이라는 용광로는 열정을 필요로 했다. 나 자신의 열정 뿐 아니라 상대의 열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도 이루어지기 어렵기 마련이리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실연의 상처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인생에서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연애에서 배웠다’는 생각조차 들기도 했다.
그러나 치기 어린 열정이 연애에 있어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는 점은 뒤늦게야 깨달았다. 사랑을 하자면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고생한 뒤에야 막무가내로 앞서 나가려고 하는 나의 감정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연애 때문에 쓰라린 아픔도 많았지만 그 덕분에 열정과 용기, 화술, 필력, 대인관계능력, 절제력, 수용력 등의 다양한 인생 덕목을 배울 수 있었다. 젊은이들이라면 연애를 통해 자기 성장을 이끄는 전략으로 승화시켜보길 권해보고 싶다. 젊은 날 사랑만큼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물론 사랑 속에도 아픔과 슬픔도 있다는 사실을 배울 때 진정한 사랑도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일기장에 담아두곤 했다. ‘나도 언젠가는 연애소설 한 번 써보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개인 홈페이지에 비밀글로 글을 남겨두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포털사이트의 정보가 모두 다 날아가 버렸다. 폐쇄 3개월 전에 자료를 백업하라고 메일로 연락이 왔다고 하지만 당시 사용하지 않던 메일이라 나는 미리 확인하질 못했다. 덕분에 내 연애의 기록은 거의 모두 다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내 마음 한 칸에는 순수했던 사랑의 기억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오늘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불꽃 퐈이야~~~^^*.
-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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