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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철상 Oct 18. 2021

천 번을 흔들려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당신이 찾아야 할 진로의 길

예전에 김난도 교수가 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나도 무척 감명 깊게 읽었다. 책에 좋은 리뷰도 많지난 나쁜 리뷰도 제법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꼭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요?’는 것이다. 청춘을 흔들리는 존재로 본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한몫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더 미안한 말을 해야겠다. ‘천 번을 흔들려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꽃을 피우려 한다는 것인가? 꽃의 운명은 흔들림 속에 있다. 물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태도는 다를 것이다. 흔들림만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흔들리는 중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꽃을 보느냐는 관점의 차이다. 어느 시인의 이야기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흔들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늘 불안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떨치고 안정을 추구하려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이 들면 불안이 사라지나요?

좋은 직장에 입사하면 불안이 사라지나요?

공무원이라면, 공기업이라면 안정적이지 않나요?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지나요?

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요?’     

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솔직히 상담을 하고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나도 날마다 하는 고민이다. 아무런 불안없이, 아무런 고민없이 살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그게 가능하긴 한 것일까?

만일 정말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진다면 그건 좋은 것일까?


물론 모든 근심걱정과 불안으로 해방된다는 것은 깨달음의 최고경지인 만큼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당장에 그렇게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안일함에 빠질 수 있어 자칫 위험하기까지 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도 자신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둔감함에 빠져 있어 당혹했던 순간들이 제법 있다.    

 

사람은 순수한 자신의 욕구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갈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게슈탈트 이론을 창시자 프리츠 펄스라는 심리학자 역시 평생을 불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그는 매일같이 자신의 일기장에 불안하다는 고백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불안을 어떻게 해서라도 감추려고 애쓴다. 그러니 정작 불안은 우리 무의식에 숨겨져 있다가 더더욱 커지며 우리 자신을 점령해 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     


불안과 관련한 주제의 고민 글을 많이 받기도 한다. 자신이 전공이 맞는지 아닌지, 취업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게 좋은지 아닌지, 대학원을 가는 게 좋은지 아닌지, 박사과정에 들어가는게 맞는지 아닌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모든 것이 불안해 확신이 없는 청년이 많다.      

그런 청년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한다.     


제가 볼 때 지금까지 잘 살아오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마치 잘못 살아오신 것 같이 생각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현재 불안함이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 그런 마음만 잘 다독인다면 분명 좋은 일들 많이 만들어 나가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제까지 잘 살아오셨습니다. 솔직히 어느 정도의 문제점은 있지만 그 정도 문제점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점이나 결점을 두려워하지만 사람은 항상 어느 정도의 결함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게 사람이죠. 불완전한 존재 그 자체가 인간입니다. 어쩌면 그런 적절한 불안과 두려움과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 감정이 한 개인을 성장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되기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심리학자 융 역시 그런 무의식에 잠재된 부정적 감정을 마주치면 영적인 존재를 만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 역시 그렇게 쌓인 불안과 두려움이 열등감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그런 열등감을 보상받기 위해 한 인간의 성장과 발전이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좌절감을 겪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실패감정 자체를 겪지 않으려고 문제상황을 회피하거나 늦추거나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망감과 좌절감을 미리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쳐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어떤 부분은 해결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도 알게 되니까요. 사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나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의 문제도 부닥쳐 나가다보면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길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무작정 달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진 경기에 임하는 동안에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려야지 그냥 무작정 멈춰버린다거나 처음부터 되돌아가서 재경기 하자고 한다면 오히려 상황은 더욱 더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중략)     


배를 향해하고 비행기를 움직이려면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북극성을 향하는 나침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나침반은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 하낟. 그러나 꿈을 가진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      


베테랑 조정사들은 북극성을 향하는 나침반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오류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목적지로 향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다. 적절한 흔들림은 오히려 삶의 목적을 잊지 않게 만들며 자신을 키우는 성장자양분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불안해하며 흔들리는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불안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다는 뜻 아니겠는가. 어쩌면 우리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모든 불안으로부터 해방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나 역시 누구보다 불안해하며 흔들리는 삶을 살았으나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니 오히려 더 강건해져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내 프로필을 보고 ‘와~ 커리어가 화려하시군요’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30대 후반 까지만 해도 내 이력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달랐다. 경상도 말로 ‘와, 이라노~(왜, 이렇게 사니)?’, ‘싸돌아다니지 말고, 어디 한 군데 좀 붙어 있어라~’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내 커리어가 엉망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사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불안했다. 어릴 때는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재능도 없고, 의지력도 없어 막연히 두렵고 불안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그 막연함이 현실이 되어서 더 불안했다.     

불안했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다.     


“왜, 멋지잖아~ 인생 뭐 있나~ 여기저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이런 허풍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너무 불안했다.     


그런데 그 불안한 과정 속에서 나만의 진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하기 싫은 영업업무를 하게 되었다든지, 외국계기업을 다녔다든지

방송국 일을 하게 되었다든지, 무역업을 하게 되었다든지,

심지어 인문계열이었음에도 엔지니어로서 일하기도 하고,

IT업종과 같은 전문 벤처에서 수장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나에게 힘든 시련만 불어 닥치는 걸까 그런 고민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를 되돌아보니까 너무 강해져 있는 거다.


명문대 출신도 배움을 구하고, 대기업 임원들도 나에게 배움을 구하고, 내로라하는 유명인들도, 억만장자까지 배움을 구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깜짝 놀랐다. 어느 순간 그건 내가 힘들었던 시기를 잘 견디며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강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진로가 이렇게 될까, 저렇게 될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직업을 하나만 하든 몇 십 개를 하든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자세로 임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 글을 쓰는 것 역시 늘 초조하고 불안해서 글쓰기를 늦춘다. 노련한 중장년 상담에서부터 어린 청소년 상담에 이르기까지 늘 불안하다. 아직도 미성숙하고 불안함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건 분명 어린시절의 막연한 불안함과는 조금 다른 불안함이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이다. 아직도 불안감과 완벽한 절친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어른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불안을 끌어안고 삶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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