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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철상 May 23. 2019

용의자 X의 헌신에 결국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다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구원자가 될 수 있다

오랜 만에 추리소설 한 편을 읽었다. 흥미롭게 읽기 시작하며 빠져들었지만 결국 펑펑 울고 말았다. 내가 읽은 책은 군장병들의 병영 독서활성화 강사로 참여하게 되어 읽게 된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이미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영화화도 되고, 한국과 중국에서도 영화화된 유명한 소설이었다.     


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의무감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러나 금방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다. 화장실에서도 강의를 하는 중간에 잠시도 손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읽어 내려갔다.     


통상 추리소설과 같은 범죄 수사에서는 범인이 마지막까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년의 여성 야스코다. 어쩌면 죽어 마땅하다고도 볼 수 있는, 다소 과하긴 하지만, 살인된 피해자보다는 어쩔 수 없이 살인에 가담한 야스코와 그녀의 딸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이웃집에 살면서 그녀를 흠모하던 이스가미는 뛰어난 지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은폐한다. 놀라울 정도의 치밀함은 그의 수학적 논리력에서 뿜어난다. 그는 현직 고등학교 수학교사로서 수학이외 그 어떤 것에도 관심 없는 인물이다. 늘 혼자 지내며 수학의 난제를 푸는 것에 몰두하는 재미로 살아간다. 오로지 그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한다면 옆집에 사는 중년의 여인 야스코다. 그녀가 다니는 식당 밴탠데이에서 도시락을 주문하며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감지한 그는 지금이야말로 그녀를 보호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경찰도 결코 발견하기 어렵도록 철저하고 치밀하게 범죄사실을 은닉해둔다. 독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끝까지 범죄 사실이 발각될지 안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볼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대략적인 이야기의 구도와 흐름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평범한 그러나 조금은 기이한 중년남자의 일상 → 자신이 좋아하는 도시락집의 여종업원 → 여종업원에게 들이닥친 전남편 → 여자의 집까지 쳐들어온 남편 → 딸아이까지 넘보려는 태도에 딸아이가 전남편의 둔부를 가격하고 극렬한 몸싸움이 일어나 두 사람이 협심해서 살해까지 하게 되는데 →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던 순간 나타난 이웃집 남자 → 자수할 것인가? 아니면 딸을 살인자의 딸, 아니 살인공모자로 살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이 옆집 남자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 기차역에 버려진 사체로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 야스코의 집으로 나타난 형사들 → 탐정 갈릴레오라 불릴 정도의 물리학자 친구의 자문 → 물리학자는 반가운 마음에 옛친구 이스가미를 찾아가게 되는데 → 모종의 의문을 품게 된 그는 개인적으로 수사에 착수 → 교묘하게 숨겨둔 단서들을 물리학자가 파고들며 두 사람 간에 대립각이 들어서고 이스가미스 용의선상에 오른다 → 그러는 사이 야스코를 마음에 담은 구도라는 옛 남자가 찾아오며 야스코의 마음을 뒤흔든다 → 형사들도 그를 용의선상에 올렸다가 의심을 거두지만 이스가미 만큼은 크게 동요한다. → 이 부분에서 주인공 이스가미가 선과 악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지 않을까 마음이 두근거린다. → 창이냐 방패냐, 막으려는 자와 공격하려는 자의 싸움이 계속된다...     


이후의 결과가 어떻게 벌어질지 조마조마하게 읽어 내려갔다. 글을 읽는 처음부터 이시가미가 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그가 자수했을 때는 일정부분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에 반전이 결말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내가 그토록 눈물을 펑펑 흘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한 인간이 이토록 온 몸과 마음으로 희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 먹먹하고 또 먹먹하다. 과연 우리가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고 있는가.      


내가 용의자 X의 헌신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인상 깊은 문구:

“천재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친구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나 싶어. 50년이나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인재라고 말한 교수도 있었지. 학과는 달랐지만 그의 우수성이 물리학과에까지 소문날 정도였어. 컴퓨터를 사용한 해법에는 흥미가 없다면서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곤 했지. 그 뒷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언젠가부터 달마라는 별명이 붙었어. 물론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말이야.”

-p110     


천재 물리학자이자 이스가미의 친구인 유가와가 이스가미를 표현한 문장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모녀를 돕는 것은 이시가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다. 이건 그녀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녀는 영문을 모를 것이다. 그래도 좋다. 사람은 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p438     


내가 눈물을 펑펑 흘리게 만든 문장이다. 앞뒤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를 것이다. 삶이란 늘 그런 맥락과 비맥락 사이에 존재하니까.          


* 글쓴이 정철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커리어 코치로, 대학교수로, 외부 특강 강사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상담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KBS, SBS, MBC, YTN, 한국직업방송 등 여러 방송에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연간 200여 회 강연활동과 매월 100여명을 상담하고, 인터넷상으로는 1천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로도 활동하며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다.


나사렛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대구대학교에서 취업전담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동아대 강의전담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진로백서>, <따뜻한 독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등의 다수 저서를 집필했다. 사단법인 한국직업진로지도협회를 설립해 부회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꿈과 희망찬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언론으로부터 닉네임까지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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