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은 취업에 도움이 될까?
외국인 친구의 추천으로 링크드인을 알게 되었던 것은 2011년 경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사실 SNS들 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서 링크드인을 쓸 생각조차 안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첫 이직 후, 외국인들과의 업무상 관계가 확대 되면서 (변화하면서라고 읽어야 할 듯)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링크드인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외국인들의 공적인자아 만들기?'쯤 되는 자기소개가 링크드인이라는 SNS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나중에 별도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그냥 같이 일하는 동료를 알기 위해 프로필을 만들고 일촌을 맺던 링크드인이 무언가 나에게 중요한 이직 수단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건 2012년 초 쯤이다. 싱가폴에서 헤드헌터라는 사람이 메세지로 나의 경력에 관심이 있다며 전화한 통 하자는 것이었다. 순진한 마음에 그때는 '피싱의 일부일지도 몰라... 하지만 궁금해...' 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해 보았다. 이후 나는 이게 장난이 아닌 툴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경력관리의 시야가 한꺼번에 넓어진 순간이었다. 나는 이날 이후 한동안 링크드인을 끼고 살게 되었다.
실제로 링크드인을 통해 잡오퍼(인터뷰 오퍼)는 여섯번 정도 받아봤다. 세번은 헤드헌터를 통해서, 세번은 해당 기업의 채용(talent acquisition) 담당자를 통해서 받았다. 네번은 외국계기업이고 두번은 국내기업이었다. 외국계기업의 경우 한 번을 빼고는 전부 해외에서 일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최초로 컨택했던 사람들중에 한국인은 없었다. 처음에는 링크드인이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링크드인 오퍼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프로필과 일촌에 있다. 오퍼를 하는 외국인들은 링크드인 프로필이 매우 구체적이다. 그리고 일촌은 본인의 회사 사람 혹은 고객사 채용담당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설명해주는 포지션 정보는 링크드인 구인공고보다 구체적이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링크드인에 있으니 피싱이라는 의심은 어느순간 사라지고 나는 링크드인 중독자가 되고 있었다.
반면 링크드인으로 지원을 해 본 적은 몇 번 있었는데, 잘 안되었다. 모 외국계의 경우 오래된 공고를 지우지 않았다고도 하고 한국 기업의 경우는 링크드인 공고는 외국인 채용을 위해 올린 거라는 답변을 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회사 차원에서 외부 플랫폼의 공고 관리는 아직 잘 안되는 것이 안되는 남탓이라면 아마 내가 링크드인 프로필 만으로는 나를 파는데 아직은 미흡한 점이 있어서가 내 탓인 것 같다.
사실 링크드인을 통한 직접적인 구인구직 보다는 탐색전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사용한 경우는 크게 세가지 정도 되었다.
1. 인터뷰 오퍼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 때
- 한국은 채용공고에서 job description이 좀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는 걸 링크드인을 하면서 알았다. 단어의 나열같은 문장 몇 개로 이루어 진 JD로 어쩌라는건지... 할때가 많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같은 포지션일지라도 싱가폴이나 미국 영국 호주같은 영어권 국가, 유럽에서 유사하거나 비슷한 포지션이 오픈되어 있으면 그 국가의 job description이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 검색하는 노하우만 좀 더 있으면 해당 포지션의 조직구조나, 입사하게 되면 어떤일을 하는 사람들하고 일을 하게 될 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2. 인터뷰 오퍼 받은 회사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지 궁금할 때
- 직접적으로 비교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인터뷰 오퍼 혹은 헤드헌터가 관심있으시면 추천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준 회사들은 어떤 사람이 일하나 궁금할 때 많이 썼다. 그거 찾다보면 국내 기업은 대략 스펙적으로 내가 될 지 안 될지 그림이 좀 보인다. (여기서 국내기업은 외국계회사의 서울 지법인도 포함한다) 외국회사들의 경우는 사실 국내기업보단 상대적으로 이 단계까지 갈 기회가 몇 번 없어서 일반화 하기 어렵다.
3. 인터뷰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 요즘은 인터뷰 전에 인터뷰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회사들이나 헤드헌터들이 많다. 누가 내 프로필을 조회 하는 지 링크드인은 그 흔적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지 알면 꼭 링크드인정도는 검색해 보고 그 사람 career history정도는 알고 갔다. 운 좋으면 인터뷰 전에 인터뷰어 레퍼런스 체크도 할 수 있다. (이 말인 즉슨 아마 나도 회사의 공식적인 레퍼런스체크 이외에도 나도 모르는 레퍼런스 체크가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겠지.) 물론 인터뷰 들어가기 전에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ice breaking에도 도움이 되고, 인터뷰 단골질문 '질문 할 거 있나요?'라는 질문 준비도 많이 되고, 몇몇 답변에 대해 '인터뷰어의 언어'로 말하는 연습도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반드시 이직이나 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는 링크드인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인지라 찾을수록 소득없는 덕질하는것 같은 느낌도 많았다. 아울러 아는게 약이 아니라 병 (경력 외에 스펙을 더 올려야 하는구나... 라던가, 지난 세월 난 무슨 커리어 관리를 한건가 등등.)만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건, 현실을 너무 모르고 쓸데없이 근자감 갖고 왜 안되는지도 모르는 것 보다는 한겨울에 냉수마찰하듯 정신이 확 들어도 주제파악은 해 두는 게 이직을 떠나 내 자신에게는 꼭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